<소설> 맨홀 (22)

테이블 위에 놓인 말간 핏빛 술이 담긴 유리잔에 백인 여자의 기묘한 행위가 반사되어 비쳤다.

얼굴, 손, 입술, 혀.

백인 여자의 손이 화면 전체에 나타났다. 술잔을 들었다. 백인 여자, 흑인 남자의 아래 쪽으로 술잔을 갖다 댔다. 말간 핏빛 술이 넘쳤다.

사내는 화면을 응시하며 바지춤 속으로 손을 넣었다. 창밖의 사이렌 소리 계속 요란하게 울리고, 음악이 이어졌다. 라스트 트레인. 창 밖으로 검은 연기가 흩어져 솟아 오르는 것이 보였다.

화면의 흑인 남자와 백인여자의 위치가 바뀌었다.

들고 있던 술잔의 술을 한 모금 마신 백인 여자가 술잔을 든 채 소파로 깊숙히 앉았다. 흑인 남자, 천천히 짧은 치마를 들어 올렸다. 작은 검은 색 헝겁조각이 드러났다. 삼각형이었다. 흑인 남자, 그 헝겁조각을 들어 올렸다. 백인 여자가 스스로 앞가슴을 헤쳤다. 분홍빛 유두가 말간 피빛 술잔에 잠겼다. 약간의 술이 쏟아져 여자의 가슴을 타고 흘러내렸다.

화면을 바라보면서 사내는 흐르는 음악에 맞추어 흥얼거리 듯 노래를 불렀다.

『우리가 키스를 나누며 즐길 커피 타임을 위해 역에서 기다릴 겁니다. 그 속에 당신과 나눌 약간의 대화도 있겠지요.』

화면의 백인 여자가 술잔을 입술에 갖다 댔다. 눈을 감았다. 여자가 들고 있는 술잔에 흑인 남자의 모습이 비쳐졌다. 여자의 배꼽에 괸 술을 핥는 모습이었다. 이어 흑인 남자는 자기의 얼굴을 여자의 더 아래 부분으로 옮겼다.

양손 엄지. 입술. 혀.

사내는 자기의 바지를 아래로 끌어내렸다. 속옷도 끌어내렸다. 하체가 드러났다. 한 가운데로 사내의 커다란 물건이 꼿꼿하게 서 있었다.

백인 여자가 자기에게 행한 것처럼 화면 속의 흑인 남자가 여자를 미친 듯 애무했다. 긴 혀, 긴 혀로 술잔을 핥던 여자가 자지러졌다.

소리는 없었다. 표정이었다.

백인 여자가 양다리를 들고 더 깊숙이 소파에 묻혔다.

사내는 대포의 포신처럼 강력하게 버티고 서 있는 자신의 물건을 천천히 손바닥으로 쓰다듬기 시작했다.

웨앵, 웨앵. 창 밖의 사이렌 소리 이어지고 「마지막 기차」가 계속 흐르고 있었다.

헝겊 조각. 화면의 흑인 남자가 백인 여자의 작은 헝겊 조각을 벗기기 시작했다. 여자가 다리를 오무려 벗기는 일을 도왔다. 작고 검은 헝겁 조각이 빨간 하이힐에 걸렸다. 흑인 남자가 하이힐에 걸린 헝겁 조각의 냄새를 맡듯 얼굴을 가져다 대며 천천히 벗겨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