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 시대의 기반을 이루는게 바로 네트워크다.
「매끄러운(seamless) 네트워크」가 구축되지 않으면 정보통신시대의 구현은 요원할 수 밖에 없다.
세계 각국에서 중장기목표로 추진하고 있는 초고속정보통신망 구축 사업도 이러한 패러다임을바탕으로 하고 있다.
정보전쟁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기업이나 개인에게 네트워크는 생존수단의 버금가는 것으로 그영향력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해마다 두차례에 걸쳐 현재의 네트워킹기술을 점검하고 미래의 네트워크를 점치기 위해 미국에서 열리는 「넷월드+인터롭(NetWorld+Interop)」이 전세계의 주목을 받는 것도 그 때문이다.
지난달 16일부터 5일동안 미국 애틀란타 조지아월드콩그레스센터에서 열렸던 「넷월드+인터롭 96」 가을전시회는 네트워크 전문전시회다운 면모를 과시했다.
행사에 참가한 전세계 6백여 업체는 네트워크와 관련한 약 3천여종의 장비 및 기술 등을선보여 네트워킹의 현재 및 미래를 객관적으로 전시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 가운데 29개의 신제품을 내놓은 쓰리콤을 비롯,1백97개 업체가 새로운 개발품을 선보였다.
행사에 참여한 6만여명의 관람객들 역시 신기술, 전시장비 등을 꼼꼼히 살펴보는 모습이었으며 기간중 진행되는 컨퍼런스에 큰 관심을 나타내기도 했다.
특히 1백여회 진행된 컨퍼런스에는 5천여명 이상이 운집,다른 정보통신 관련 전시회와는 다른 면모를 보였다.
이같은 컨퍼런스 중심의 행사는 앞으로 개최되는 전시회가 추구해야할 긍정적인 방향이라는게전문가들의 평가였다.
「넷월드+인터롭 96」 가을 전시회의 또 다른 특징은 예년과는 달리 비동기전송방식(ATM) 네트워크의 영향력이 다소 감소되고 네트워크보안시스템, 기가비트이더넷, 네트워크관시스템(NMS) 등 기존 네트워크를 보호하고 발전시키는 솔루션이 본격적으로 주목받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이다.
지난해부터 불기 시작한 ATM열풍이 주춤한 것은 현재 ATM포럼 등이 중심이 돼 진행하고 있는 ATM표준화작업이 순조롭지 못한 때문으로 풀이된다.
표준안이 미처 마련되지 못한 상황에서 ATM장비 및 소프트웨어를 선보이는 것은 득보다는실이 많다는 게 업계의 계산인 듯하다.
이러한 현실감각은 전체 6백여 업체 가운데 10% 정도인 60여업체만이 ATM을 전면에내세웠으며 그나마 지난해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 결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전시회기간중 최대 이슈로 등장한 것은 방화벽(파이어월)으로 불리는 네트워크보안시스템.
지난해까지 거의 보이지 않았던 네트워크보안시스템을 랩터, 트러스티드인포메이션시스템, 테크놀로직, 사이버가드, 체크포인트소프트웨어테크놀러지, 밀키웨이 등 70여 업체가 경쟁적으로 전시, 관람객들의 발길을 붙잡았다.
맥카피, 네트워크제너럴, 인터넷시큐리티시스템, 시큐리티다이나믹스 등 업체들은 윈도NT용 보안시스템을 내놓아 네트워크 분야에서 NT서버의 영향력이 날로 커지는 현상을 보여줬다.
보안시스템의 인기상승은 기업네트워크를 외부의 침입으로부터 방어하는 장비 및 소프트웨어가 네트워크 구성의 필수요소라는 점을 네트워크관리자들이 인지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와함께 네트워크분석기를 포함한 네트워크관리시스템(NMS)이 새로운 관심사로 떠오른 것도 전반적인 네트워크의 실상을 보여주는 것으로 꼽힌다.
네트워크에 접속하는 클라이언트의 수가 기업규모확대에 맞춰 증가함에 따라 이를 관리하는 솔루션의 등장이 시대적 요청으로 인식됨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루슨트테크놀러지, 유비네트웍스, 컴퓨터어소시에이트, 네트워크페리페럴, 네트워크제너럴 등 1백70여 업체들이 오픈뷰, 넷뷰 등 기존 대형 NMS상에서 운용되는 소규모 개방형 NMS제품을선보였다.
1백Mbps급 고속이더넷보다 10배의 성능을 보유한 기가비트(Gb)이더넷의 등장은 「혜성」이라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새롭고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넷월드+인터롭 기간중 Gb이더넷연합에 신규로 가입한 업체만도 24개 업체에 이르렀다는 것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특히 IBM, 포어시스템즈, 모토롤라 등 유수의 업체들이 Gb이더넷 진영에 합류할것을 공식 발표한 것은 행사기간중 최대의 이벤트로 기록됐다.
이들을 포함해 현재 네트워크 분야에서 내로라하는 74개 업체가 연합에 공식, 비공식으로 등록돼 있는 상태다.
「웨이브스위치 9000」을 선보인 플레인트리의 부스는 시장을 방불케 할 정도로 북적댔다.
이와함께 유비네트웍스는 자사의 「지오랜/500」 수퍼스위칭허브에 탑재할 수 있는 Gb이더넷 MAC(Media Access Controller)기술을 선보였으며 엔베이스테크놀러지 역시 「메가스위치Ⅱ」라는 Gb이더넷 업링크모듈을 공개해 호평을 받았다.
프로토콜에 관한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아 상용화가 늦어지고 있는 ATM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고안된 인터넷프로토콜(IP)스위칭도 이번 전시회에서 관심의 대상이었다.
이 분야의 선두주자인 입실론네트웍스는 전시회기간중 포어시스템즈, 스프린트 등과 IP스위칭의 고유프로토콜 가운데 하나인 GSMP(General Switch Management Protocol)를 확대개발키로 하는 내용의 계약을 체결하는 등 세력굳히기에 나서는 모습을 보였다.
입실론을 필두로 어센드, 아답텍 등 IP스위칭 지원업체들은 ATM스위치의 도입을 망설이는 네트워크관리자를 대상으로 IP스위치 홍보활동을 활발하게 전개했다.
무선랜 분야에서는 JVC가 10Mbps의 전송속도를 지원하는 무선랜시스템 「VIPSLAN-10」을 업계 최초로 개발, 전시했으며 에어로넷이 4Mbps의 전송속도를 지원하는 무선브리지를 출품했다.
루슨트테크놀러지도 자사의 무선랜카드인 「웨이브랜」을 이더넷에 접속시키는 새로운 기능의 액세스포인트 「웨이브포인트」를 선보였다.
이와함께 컴퓨터텔레포니통합(CTI) 분야에서는 노던텔레컴, 큐빅스, 메지네트웍스 등이 제품을 출시했으며 종합정보통신망(ISDN) 및 ADLS(Asymmetric Digital Subscriber Line) 분야에는 어센드커뮤니케이션즈, 라바, 케이블트론시스템즈, 모토롤라 등이 참여했다.
한편 인터넷, 인트라넷 등의 네트워크 응용분야에서는 「넷월드+인터롭」의 최대 지원자인 노벨이 「인트라넷웨어」를 오는 7일 공개한다고 밝혔다.
전세계 6백여 업체가 12개 대분야에 걸쳐 열띤 경쟁을 벌인 이번 전시회에 국내 업체로는 삼성전자만이 유일하게 참여,아쉬움을 남겼다.
삼성전자는 ATM을 주제로 자체개발한 장비를 선보였으며 이를 홍보하기 위해 「ATM카페」를 열어 관람객의 호응을 얻었다.
<애틀란타=김상룡, 이일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