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대 국회 통신과학기술위원회의 정보통신분야 첫 국정감사가 30일과 1일 정보통신부와 한국통신에 대한 감사를 수행함으로써 1라운드를 마쳤다.
첫 날 정보통신부에 대한 감사에서 드러났던 초선의원들의 과잉의욕과 일부 의원들의 무지는 둘째 날 한국통신 감사장에서 한층 안정되는 모습이었으며 특히 전문기술분야에 대한 의원들의 진지함이 갈수록 돋보인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충분한 근거와 기술적 지식이 뒷받침되지 않은 폭로 위주의 질의와 인기성 발언도 여전해 국정의 최우선 과제인 정보화를 책임지고 있는 정부부처에 대한 명쾌한 감사를 기대했던 사람들에게 다소 아쉬움을 주기도 했다.
의원의 전문성은 역대 국회에 비해 다소 높아졌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특히 전자공학과 교수 출신인 국민회의 정호선 의원, 과기처 장관을 역임한 신한국당 이상희 의원, 유용태 의원 등이 국감장을 주도하는 분위기였다.
정호선 의원은 114안내전화의 개선을 위해 기술적인 대안을 제시하는가 하면 자신이 직접 멀티미디어 시범사업에 가입해 운영실태를 조사하고 전국 3천개 초등학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하는 등 전문지식과 열정을 겸비, 단연 통과위의 스타로 주목받았다.
이번 국감의 최대 이슈는 초고속정보통신기반구축 사업. 특히 감사원의 지적을 받은 바 있는 초고속국가정보통신망 사업이 가장 먼저 도마에 올라 초고속국가망 사업이 중단되고 있는 이유, 감사원 지적과 정보통신부의 견해 차이, 광케이블을 우선 구매한 이유, 광단국장치의 개발지연 사유 등에 대해 질문공세가 펼쳐졌다.
하지만 망구축 당사자인 한국통신에 대한 국감에서는 초고속국가망의 허구를 파헤친다기 보다는 초고속망, 광단국장치, 광케이블 용량 등의 기술적인 개념에 대해 의원들이 공부하는 자리라는 측면이 강해 보였다.
그러나 성과도 있었다. 정부가 지난해 말 발표했던 초고속국가망 1차 개통은 전적으로 허구였음이 의원들의 질의과정에서 드러난 것이다.
한국통신은 광단국장치 개발이 지연됨에 따라 1차년도(95년) 예산에 편성된 광단국장치 구매비용을 광케이블 구매로 대체했다고 설명했으나 1차 국가망 개통시 사용된 광케이블은 이미 지난 80년대 중반에 구축해 놓은 광케이블을 사용한 것일 뿐이라고 시인했다.
물론 광케이블의 내용 연한, 6백22Mbps와 2.5Gbps 광단국장치의 차이, 광케이블과 광단국장치의 상관관계 등 기술적인 설명들이 곁들여지긴 했지만 전체적으로 초고속국가망의 물리적인 실체는 없다는 결론에 도달한 것이다.
따라서 이 문제는 오는 16일과 17일에 이어질 한국통신과 정보통신부에 대한 종합감사에서 종합적으로 재점검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또다른 이슈로 예상되던 신규통신사업자 선정과정에 대해서는 예상 밖으로 크게 부각되지 않아 정보통신부 관계자들이 안도하는 표정이었다.
유용태 의원이 신규사업자 평가지침 사전유출 의혹을 제기해 관심을 끌긴 했으나 다른 의원들은 질의조차 하지 않았다.
한국통신의 통신장비 구매 비리에 대해서도 열수축관, 도서통신용 무선장치 등 몇 건의 특혜의혹이 제기됐으나 총체적으로 한국통신의 조달비리를 파헤치는 선까지는 나아가지 못했다는 평가이다.
<최상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