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가 집단생활을 시작하면서부터 토목공학은 그 어느 학문보다도 생활의 편익도모에 공헌한 바가 크다. 그러하기에 인류의 생존을 위해 18세기까지는 토목공학(Civil Engineering)과 군공학(Military Engineering)이 모든 공학의 근간을 이루며 발전해 왔다. 산업혁명과 더불어 제조산업이 활발해지면서 공학은 기계, 전기, 화공, 금속공학 등으로 세분돼 급속한 발전을 이룩했다. 공학의 다변화와 함께 사회간접자본(SOC) 시설의 근간을 이루는 토목공학도 제 몫을 다하고 있다. 우리의 경우 1970년대 중동을 비롯한 해외 건설시장 진출로 전자 및 중화학 공업의 발전터전을 제공했으며, 현재 국내외의 각종 SOC시설확충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21세기는 정보산업이 주도한다고 한다. 그러면 21세기를 맞이하는 이 시점에서 과연 정보산업과 토목공학은 상호 어떤 관련성이 있는가 생각해보자.
정보산업의 80% 이상이 자료기반(DB) 구축에 소요되는 경비라 한다. DB의 주된 자료는 위치, 도형, 영상 및 속성에 대한 자료이다. 그러면 1차원, 2차원, 3차원 및 4차원 위치해석과 대상을 가시화하는 도면화와 도형화는 토목공학분야 중 측량학에서 다루는 고유업무이며, 영상자료 또한 일부 전자공학 처리 이외는 대부분이 토목공학분야의 사진측정학에서 다뤄지고 있다. 도형이나 영상에 속해 있는 속성자료(도로, 교량 및 상, 하수도관 등의 SOC) 또한 어느 공학보다 토목공학의 학부과정에서 4년간 다루고 있는 과제이다. 그러고 보면 정보산업에 토목공학이 어느 공학보다 큰 몫을 담당하고 있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임에 틀림없다.
예로서 전쟁의 경우 총을 잘 쏜다든가 탱크를 잘 운전한다든가 하는 것 등은 전쟁수행상 필요한 요소(Tool)임에 틀림없으나 전쟁의 특성인 전략과 전술을 잘 알고 수행하는 자의 역할 또한 전쟁을 승리로 이끄는 데 중요한 몫을 하는 것이다. 정보산업에 있어서 DB구축에 관한 최신화(Update)와 문제점 해결에 그 어느 학문분야보다도 토목공학이 큰 몫을 감당할 수 있고, 또한 역할분담에 충실해야 한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사실이다.
최근 다원화되고 급변하는 생활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정보체계가 다양해져 가고 있다. 이들 정보체계의 상호 의존성과 연계성을 감안해 통합운영하려는 움직임이 도처에서 시도되고 있다. 우리말에 하늘과 땅은 인간생활의 총체적 의미로 표현돼 왔다. 이에 1992년 Geo(땅:지물과 지모를 뜻하는 지형)와 Space(하늘:영역과 시간의 범주를 뜻하는 공간)를 합성한 지형공간정보체계(GSIS:GeoSpatial Information System)를 작명해 GIS/LIS/UIS/AM/FM 등의 통합운영체계로 본인에 의해 제시된 바 있다.
1994년 이래 歐美 여러 나라에서 GSIS를 원형, 합성 또는 분리해(예:Geospatial Data/Information 등) 사용해 옴으로써 우리가 정보용어 수출국이 된 셈이다.
이 GSIS분야의 많은 국제적 학자들이 토목공학분야나 측량공학과 출신이라는 사실을 감안하면 토목공학의 임무가 어떠한가는 쉽게 이해될 것이다. 정보산업은 최첨단 과학의 총체적 의미를 부여하는 것으로, 어느 한 분야의 전유물도 아니고 관련학문의 도움 없이는 발전시킬 수 없는 것이다.
학문의 정통성과 잠재력을 똑바로 이해하고 상호협동하는 대승적 차원에서 정보산업을 육성, 발전시키는 데 토목공학의 참된 몫이 어떠한 것인가를 우리는 숙지해야 할 것이다.
〈한국지형공간정보학회장, 연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