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국내 소형 가전시장이 외국제품에 의해 크게 잠식당하고 있다. 국산제품의 디자인과 브랜드 이미지 열세 탓이다.
우리나라 가전업체들은 TV, VCR, 냉장고, 세탁기 등 주요 가전제품에 관해서는 품질이나 기술적인 면에서 일본을 비롯한 선진국과 비교해 손색이 없다고 자부하면서도 전기솥, 전기면도기, 커피메이커, 헤어드라이어 등 각종 소형 가전제품에 대해서는 필립스, 브라운, 마쓰시타 등 외국업체에 밀려 설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95년 말을 기준으로 국내 소형 가전시장에서 외산 소형 가전제품의 시장점유율은 전기다리미 76%, 전기면도기 70% 등을 비롯해 전체적으로 40%를 웃돌고 있다.
특히 소비자들의 외산 가전제품에 대한 선호도가 갈수록 심화되면서 올해는 외산 소형 가전제품의 시장점유율이 60%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로 요즘 시중 백화점이나 일선 유통점 매장에서 국산 소형 가전제품 찾기가 상당히 어려운 실정이다.
중소기업청이 최근 국산 소형 가전제품의 국제경쟁력 강화대책을 내놓은 것도 외산제품에 밀리는 위기상황을 타개하기 위함이다. 발표내용을 보면 중기청은 우선 이달 중에 전기다리미 등 6개 품목, 79개 소형 가전제품을 집중지원 대상품목으로 지정, 공공연구기관과 공동으로 생산 및 판매현황과 부품의 표준화실태, 소형 가전업계의 애로사항에 대한 조사를 실시하고 이를 토대로 외산제품과 경쟁이 가능한 우수한 제품과 업체를 적극 발굴해 나가기로 했다.
또 중소기업 TV백화점과 인터넷 서비스 등을 활용, 국산 소형 가전제품의 판로를 확대하는 한편 산업디자인포장개발원과 소형 가전업계를 연계해 다양한 디자인 개발과 공동상표 개발도 적극적으로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중기청의 이번 지원대책에는 중소 가전업체의 제품상용화는 물론 판로확대에도 정책적 배려를 아끼지 않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담겨 있어 많은 기대를 모으고 있다. 더욱이 브랜드 이미지를 내세워 적극적인 공세를 펴고 있는 외산제품과 국산제품간의 공정경쟁을 유도하기 위해 외산 소형 가전제품에 대한 사후관리를 강화해 원산지표시 등의 기술기준을 위반한 제품에 대해 형식승인 취소 등 강력한 행정조치를 취하겠다고 한 것도 일단 평가할 만 하다.
중기청의 이번 계획이 차질없이 진행된다면 관련업체의 매출증대는 물론 외산 수입대체효과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외국으로부터 수입된 소형 가전제품 규모는 모두 1억2천5백만달러에 이른다. 이 규모의 외산 소형 가전제품 수입을 점차 국산제품으로 대체한다면 중소기업이 주를 이루는 소형 가전 생산업체의 입지는 크게 향상될 것이다.
그러나 이같은 국산 소형 가전제품의 경쟁력을 향상시키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막대한 자금과 고도의 기술이다. 이러한 점에서 중기청의 각종 지원도 좋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중소 가전업체의 자발적인 의지가 아닌가 싶다. 외국제품에 뒤지지 않으려는 제품개발 노력보다 눈 앞의 이익을 앞세워 외산제품의 수입판매에 적극적으로 나선다면 결코 경쟁력있는 소형 가전제품을 발굴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아야 할 것이다.
중기청은 이번 지원대책 발표와 함께 경쟁력있는 기업과 제품에 대해 중소기업 구조개선자금과 지방 중소기업 육성자금 등을 지원해 주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들 자금으로는 일본을 포함한 구미 선진국 제품과의 경쟁에서 앞설 수 없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전반적인 의견이고 보면 현재 제대로 시행되지 않고 있는 기술을 담보로 하는 「기술신용보증 자금대출제도」를 소형 가전업체에 조속히 적용해야 할 것이다.
이와 함께 대기업과 중소 가전업체들이 공동으로 우수한 소형 가전제품을 개발할 수 있도록 공정거래법 상 대기업의 협력업체에 대한 자본참여 한도를 대폭 확대하는 문제도 검토해봄직 하다.
거듭 강조하지만 우수한 제품개발과 판로확대를 통한 획기적인 돌파구를 마련하지 않고서는 우리의 소형 가전제품 경쟁력 향상은 한낱 구두선에 그칠 뿐이다. 정부와 기업이 모두 소형 가전제품 경쟁력 확보를 가전산업 발전의 우선과제로 인식하고 이를 위한 과감한 투자와 정책적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