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과장, 1호 시스템에 데이터는 다 입력되었나?』
『예, 다 입력되었습니다. 하지만 시스템이 살아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수동 입력시켜! 자동 입력 시스템에 문제가 있을 수 있으니까 2호기로 수동 입력시켜!』
『수동으로요?』
『그래, 지난달 데이터로 입력시켜!』
16:25.
아, 김지호 실장은 다시 한번 시계를 보고 자신도 모르게 신음 소리를 내며 눈을 감았다.
30만 회선.
한 나라의 통신 시설은 곧 그 나라의 신경이다. 우리나라의 기간 통신망을 담당하고 있는 한국전신전화주식회사에서는 주요 통신망은 우회 회선 구성 등을 통하여 비상시 신속히 대처할 수 있도록 운용하고 있다. 이러한 시스템이 정상 운용되면 어느 한 곳에 장애가 생겨도 즉각 다른 회선으로 자동 절체되어 통신망을 구성하기 때문에 국가의 신경망에 장애를 일으키지 않는다. 자동절체 시스템. 자동절체 시스템이 정상 가동된다면 이 정도의 대형 사고에도 별 문제가 없을 것이다. 30만 회선을 수동 작업으로 절체한다는 것은 평상시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김지호 실장은 방송 회선의 절체회선을 확보하고 있는 지 과장을 찾았다.
『지 과장, 방송 회선 어떻게 됐나?』
『실장님, TV회선 절체 완료됐고, 지금 라디오회선 절체 중입니다. 곧 끝날 것입니다.』
『알았네. 지금 자동절체 시스템이 회복되지 않고 있어, 상태가 좋지 않아. 방송회선 빨리 조치하고 일반 회선 수동절체 준비해.』
『시간이 많이 걸릴 텐데요?』
『다른 방법이 없어. 전직원들에게 침착하게 행동하라고 해.』
통신 매체는 일반인들의 전화와 각종 통신 매체를 통하여 정보를 주고받는 일 외에 상징적인 역할도 수행한다. 방송도 마찬가지. 우리나라 대부분의 방송은 한국전신전화주식회사의 통신망을 이용하여 구성되어 있다. 현 사회에서 통신과 방송이 차지하는 역할은 그 어떤 매체보다도 광범위하고 구체적인 것으로, 원활한 통신과 방송은 나라의 안녕과 평온을 상징하는 역할도 수행하고 있다. 모든 전쟁과 쿠데타 발생 때 가장 먼저 장악하려는 것이 통신과 방송이듯이 국가 통치권이 지속적으로 영위되고 있다는 상징적 역할도 통신과 방송이 수행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사례는 우리나라에서 전화와 전보 등 근대화된 통신 매체가 도입되기 이전에 국가 기간 통신망으로 활용되던 봉수(烽燧)를 이용한 통신에서도 잘 나타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