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국가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초고속 정보통신 기반 구축사업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초고속 정보통신 기반 구축사업의 핵심을 이루는 초고속망 구축사업, 이른바 정보고속도로 건설사업이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전체 사업의 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초고속 공중정보통신망 구축사업의 경우 민간자본 유치의 지렛대 역할을 할 초고속망 사업자 허가일정이 계속 지연되고 있어 공중망 구축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지난해 말 2백26개 사업지역에 대한 초고속망사업 허가계획 시안을 마련한 정보통신부는 올 7월께 허가계획을 확정, 공고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사업성이 없다」는 업계의 불만을 수용할 새로운 안을 만드느라 시간만 보내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업계의 요구를 수용하기 위해 정부 스스로가 사업성이 있는 지역을 조사하고 허가지역을 줄이는 등 어떻게든 민간자본을 끌어들이기 위해 고심하고 있으나 업계의 입맛에 맞는 안을 만들기가 쉽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초고속망 사업자 허가시기는 해를 넘길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안병엽 정통부 정보화기획실장도 『허가공고를 냈는데 막상 신청업체가 없으면 우습지 않겠는가』라며 조기에 이루어지기는 힘들 것임을 시사했다. 그러나 초고속망 사업자 허가작업이 이처럼 난관에 부닥친 것은 정부 스스로가 자초한 일이라는 비판이 지배적이다. 지난 6월의 신규 통신사업자 선정과정에서 정부가 탈락업체 수용책의 하나로 초고속망사업을 거론한 것은 기업의 초고속망사업에 대한 참여열기가 높을 것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었으나 결과적으로는 처음부터 초고속망사업을 통신산업 진입의 기회로 인식하고 「사업권」 차원에서 접근해 온 기업들의 목소리를 더욱 키운 자충수가 됐다는 지적이다.
어쨌든 초고속망 사업자 허가일정의 지연으로 42조원 이상이 투입돼야 할 초고속 공중정보통신망 구축에 민간자본을 최대한 끌어들여 가입자망 고도화를 조기에 달성한다던 정부의 계획은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게 됐다. 공중망에 앞서 공중망 구축의 모범을 제시하고 기술 및 수요창출을 동시에 달성한다는 목적으로 추진돼 온 초고속 국가정보 통신망사업 역시 현재 「재검토」상태이다.
정보통신부 국가망 구축담당자는 『국가망 추진과정에서 제기된 일부 문제점을 보완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내주 중으로 이를 확정, 발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수정작업의 핵심은 국가망을 공중망과 독립된 별개의 통신망으로 구축하는 것이 아니라 기구축된 공중망의 일부 회선을 국가 및 공공기관용으로 사용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물리적」인 국가망 구축 대신 「논리적」인 국가망을 구성한다는 것이다.
이는 초고속국가망 계획수립 시점부터 계속 제기돼 온 문제점을 수용한 것으로 오히려 때늦은 감이 없지 않다.
국가망 구축 전담사업자인 한국통신의 한 관계자는 『초고속 국가망이라는 개념 자체가 처음부터 무리한 발상이었다』고 지적하고 『정부가 늦게나마 이같은 문제를 인정한 것은 다행』이라고 평가했다.
또다른 한국통신의 한 관계자는 더 나아가 『이번 기회에 국가망, 공중망을 포함한 초고속 정보통신망 구축계획 전체를 재점검해 국민들이 초고속망에 대한 환상에서 깨어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국가망사업에 대한 재검토작업 역시 만만치 않은 실정이다. 사업 전담기관인 한국전산원과 망구축 사업자인 한국통신 사이의 이해가 서로 엇갈린데다 물리적 통신망이 아닌 논리적 통신망을 구축할 경우의 예산 처리방법 등이 여전히 골칫거리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이래저래 초고속 정보통신망 구축사업은 난제에 쌓여 있어 이에 대해 정부가 어떤 대안을 마련할지 주목된다.
〈최상국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