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한국 통신업체, 미국 PCS시장을 넘본다

미국 서부지역 캘리포니아주 최남단에 위치한 샌디에이고 카운티는 「21세기 이동통신의 메카」로 불린다. 보다 정확한 표현을 붙이자면 코드분할다중접속(CDMA) 기술의 성지라는 수식어가 적합할 것이다.

특히 샌디에이고 카운티의 중심지역인 샌디에이고 시티 외곽에 조성된 샌디에이고 테크센터 단지에는 디지털 이동통신에 관한 한 세계적인 기성업체들을 필두로 디지털 이동통신 관련 기술로 세계 제패를 꿈꾸는 수많은 벤처기업들이 군집을 이루며 모여들고 있다.

미국 현지 언론들조차 미국 컴퓨터 산업의 부흥기를 창조해냈던 실리콘밸리 신화에 버금가는 가능성을 이곳 샌디에이고에서 또 한번 기대하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 디지털 이동통신서비스의 표준 방식으로 채택된 CDMA 기술을 처음 창안한 퀄컴사가 이곳에 본사를 두고 있기 때문만은 아니다. CDMA의 원조인 퀄컴을 시작으로 디지털 이동통신용 칩 분야에 명성을 지키고 있는 PCSI社, 미국에서는 처으로 CDMA이동전화 시범서비스를 실시한 에어터치 본사가 자리잡고 있다.

또 세계적인 이동전화 단말기 업체인 노키아가 CDMA단말기를 개발 전담하는 연구소를 운영하고 있으며 이동통신 분야의 벤처기업인 MSI, RFA社등도 이곳에서 디지털 이동통신분야의 기술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다.

특히 샌디에이고 테크 센터에서 수킬로미터 떨어진 「비지니스 파크」단지에는 이미 무선통신 분야에서 세계 정복의 꿈을 이뤘던 모토롤러사가 통신 부문 연구소를 설립, 운영하고 있다.

디지털 이동통신의 성지로 부상하고 있는 샌디에이고테크 센터 중심지인 스크랜턴가(街) 9725번지.

이곳을 찾아가면 「한국 통신산업의 미국 정복」이라는 야무진 꿈을 안고 현지 법인을 설립한 LG그룹의 반가운 간판을 발견하게 된다.

1백여년의 통신 역사 동안 미국의 그늘을 벗어나지 못했던 한국의 통신산업이 본토 상륙의 희망을 키우고 있는 것이다.

『호랑이를 잡기 위해 호랑이 굴을 찾아 들어왔습니다. 그만큼 비장한 각오로 임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호랑이를 잡으러 호랑이 굴을 들어가는 것처럼 비관적인 상황은 아닙니다.적어도 절반 이상의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입니다』

CDMA 디지털 이동전화 시스템 상용화에 세계 처음으로 성공한 LG정보통신의 미국 현지 법인인 LG인포콤 김익부 사장은 오히려 시간이 흐를수록 미국 시장에 대한 자신감이 커진다고 말했다.

한국 이동통신산업의 세계화 가능성을 엿보게 하는 것은 LG 뿐 만이 아니다.

포항제철, 한국전력, 신세기이동통신, LG정보통신, 일진 등의 한국업체들이 상당부분의 지분을 투자한 미국 개인휴대통신 사업자인 넥스트웨이브 본사도 샌디에이고 시내에서 본격적인 PCS 상용서비스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특히 넥스트웨이브는 주주사인 LG정보통신과 일진이 각각 2억~2억5천만달러 상당의 CDMA 방식 PCS 시스템 및 단말기 공급을 확정한 상태라는 점에서 국내 장비 산업의 미국 진출은 기정사실화 된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이와 관련, 넥스트웨이브의 제임스 매드슨 비즈니스 담당 부사장은 『통신서비스 부문에서 원천 기술 개발과 상용기술 개발은 엄청난 차이를 가지고 있다』고 전제하면서 『이미 수십만명의 가입자를 대상으로 무리없는 디지털 이동전화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한국 통신업체들이 그만큼 유리한 상황에 있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디지털 이동통신, 특히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보편적인 통신서비스중 가장 가능성이 있는 차세대 서비스로 부상하고 있는 개인휴대통신(PCS) 분야에서 과연 한국이 승부수를 던진 CDMA기술이 승산이 있느냐는 것이다.

이같은 질문에 대한 LG인포콤의 김익부 사장과 넥스트웨이브의 매드슨 부사장의 답변은 일치했다. 『이미 게임은 끝났다』는 것이다.

CDMA의 승리가 벌써부터 확정됐다는 이들의 짤막한 답변에서 한국업체의 미국 시장 진출의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9월 18일부터 21일까지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PCS 96 전시회는 이같은 주장을 철저하게 뒷받침해주는 행사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CDMA 원천기술 보유업체인 퀄컴이 루슨트테크놀러지, 모토롤러, 노던텔레콤 등 세계 메이저 통신장비 업체들을 CDMA패밀리로 규합하면서 유럽업체들이 주축이 된 TDMA진용을 거세게 몰아 부친 것이다.

여기에 전시회 기간동안 삼성전자가 미국 제1위의 PCS사업자인 스프린트사에 총 6억달러상당의 CDMA방식 PCS 단말기 1백70만대 공급 계약이라는 대형 사건을 터뜨리면서 한국 CDMA 기술의 미국 진군을 기정사실화시켰다.

최근 실시된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의 PCS 용 주파수 경매 결과 역시 CDMA의 완승을 확인해주고 있다.

미국 전체의 PCS 시장에서 각 사업자가 채택한 기술방식별 점유율에서 CDMA가 상대적인 우위를 확고히 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까지의 상황을 종합하면 CDMA방식과,미국식 TDMA방식,유럽식 TDMA인 PCS-1900방식은 서비스 대상인구를 기준으로 할 때 50:24:22의 비율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특히 대상 인구 기준으로 제1위의 사업자인 스프린트텔레코뮤케이션벤처사,3위업체인 넥스트웨이브사,4위와 8위인 PCS프라임과 GET사가 모두 CDMA 방식을 선택하고 있다는 점은 CDMA기술로 미국시장을 넘보고 있는 한국 통신업체들에게는 대단히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 분명해 보인다. 다만 세계 통신 업계의 「살아있는 전설」로 불리인 AT&T가 최근 PCS서비스 방식을 TDMA로 결정한 사실이 마음에 걸리기는 하지만 대세를 바꾸기는 어렵지 않겠느냐는 분석이 우세한 상황이다.

결국 국내 통신업계의 1백년 숙원인 통신본토(미국시장) 진출은 CDMA기술의 성공적인 상용화라는 기적에 힘입어 단순한 시간 문제로 남아있을 뿐이다.

<샌디에이고, 샌프란시스코=최승철, 온기홍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