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백열전구용 유리벌브 수급대책 급하다

백열전구 생산업체들이 백열전구용 유리벌브를 구하지 못해 수출에 비상이 걸렸다. 국내에서 백열전구용 유리벌브를 독점적으로 생산하던 업체가 지난 7월부터 유리벌브 생산을 중단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에 따라 백열전구를 생산, 수출하던 20여개의 중소 업체들이 이미 수출키로 한 물량을 제때에 생산하지 못해 수출에 차질을 빚고 있다는 보도다. 지난 8월까지의 램프류 수출입 동향을 보면 수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3% 줄었으며 수입은 23.7% 늘어 유리벌브 수급 불균형의 영향이 뚜렷이 나타나고 있다. 앞으로 이에 대한 특별한 대책이 없는 한 수출은 줄고 수입은 느는 현상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국내 백열전구 수출업체들이 유리벌브를 구하지 못해 수출에 차질을 빚는 것은 국제 수지면에서 손실뿐 아니라 외국의 거래처에 약속을 지키지 못함으로써 신용도까지 실추돼 국가적인 손실이 적지 않을 것은 명약관화한 일이다. 또 조명기기업체들은 그 규모가 작아 만성적인 인력난을 겪고 있으며 이번에 유리벌브까지 제때에 공급받지 못함으로써 경영난을 겪어 그 사태가 심각하다. 특히 최근 전부문에 걸쳐 수입자유화의 영향으로 외국산 제품이 물밀듯 밀려오고 있는 상황속에서 국산제품의 생산 차질은 국산 제품의 가격 인상 효과를 불러와 전구까지 외국산으로 사용해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이번 사태는 국내에서 유리벌브를 독점적으로 생산해온 H유리가 지난 7월부터 유리벌브 생산을 중단했기 때문에 발생했다.

H유리는 이번 결정을 내리기 전에 수차례에 걸쳐 벌브 생산르론 채산성을 맞추기 어렵다며 그때마다 유리벌브 공급가격을 인상해온 바 있다. H유리가 적자를 보면서까지 제품을 생산, 공급해야 할 이유는 없다. 특히 H유리는 유리벌브 생산을 중단한다는 사실을 30여개 전구업체들에 서면으로 통보까지 한 바 있다.

그런점에서 보면 H유리의 유리벌브 생산 중단은 별로 흠잡을 것이 없다. 그렇지만 H유리외에 다른 업체들이 유리벌브를 생산하기만 해도 전구업체들은 이처럼 어려운 상황에 처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따라서 H유리가 오랜동안 국내에서 독점적으로 유리벌브를 생산해 왔으니만큼 유리벌브 생산을 중단할 경우에도 전구업체들이 낭패를 보지 않도록 사전에 충분히 대비할 시간을 줬어야 했다.

그렇게 했더라면 백열전구업체들이 수급대책위원회를 세우고 대책마련에 분주해 하지 않하도 됐을 것이며 또 정부에 그 대책마련을 호소해야 하는 지경에까지는 이르지 않았을 것이다.

특히 이번 사태가 쉽게 해결되지 않는 점은 H유리가 불을 끈 爐에 다시 불을 지피지 않는 한 달리 근본적인 대책을 찾을 수가 없다는 점이다. 전구업체들이 영세해 국내에 적지않은 투자비용이 드는 공장을 세우기도 어렵고 그렇다고 중국에 진출하는 길도 여의치 않다는 것이다. 특히 이처럼 중장기적인 대책을 세운다 하더라도 그 공장이 가동할 때까지는 상당히 오랜동안 파행을 거듭할 수밖에 없는 일이다.

그나마 대책이라면 대책이라 할 수 있는 것이 외국에서 벌브를 수입하는 것인데 그 경우 오랜 항해로 인해 유리의 흰색 소다 물질이 오염돼 다시 세척해야 하며 그나마도 수입제품으로는 규격을 맞출 수 없는 업체들은 생산을 중단해야 하는 상황이다.

또 수입해서 사용한다 하더라도 관세가 8%로 높아 전구업체들이 수지타산을 맞추기도 어렵다는 것이다.

전구식 형광등의 출현으로 인해 유리벌브 수요가 전세계적으로는 그리 증가하지 못하고 있으나 백열전구의 수요처는 분명 있다.

따라서 이제 단기적으로 백열전구 수급책이라할 수 있는 유리벌브 수입을 위해 정부는 할당관세제도를 적용, 수입관세를 크게 낮추는 방법을 강구해야 하겠다.

또 전구업체들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도록 재원을 확보해 공장건설을 서두르고 그것이 촉진될 수 있도록 정부도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특히 H유리는 오랫동안 벌브를 생산하면서 축적된 노하우를 사장시키지 말고 전구업체들에 적극적으로 이전해 주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