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남부지방 컴퓨터시장에서 이른바 브랜드제품이 점차 인기를 더해가고 있으며 외국기업이 이 지방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직접 진출이나 모스크바의 판매 대행업체를 통하는 것보다 남부 현지의 판매법인과 제휴하는 것이 더 유리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이 지방에서는 개인보다 은행이나 대기업이 4배이상 컴퓨터를 더 많이 구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결과는 경제전문지인 「크메트 산트」가 러시아 남부지방을 대상으로 조사,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밝혀진 내용이다. 이 조사에 따르면 로스토프시를 중심으로 하는 러시아 남부지방에서 지난해 상반기에 전체 컴퓨터 판매량의 7%에 그쳤던 브랜드제품의 판매량이 올해 같은 기간에는 이의 두배가 넘는 15%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현지 컴퓨터 구매력이 그만큼 성장한 때문이라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구매자들은 아직 가격만을 따져 싱가포르나 대만 제품을 선호하고 있으며, 광고와 서비스 정책을 적절하게 구사하면 한국산 컴퓨터도 상당히 인기가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 보고서는 또 외국업체가 직접 진출하거나 모스크바의 대형 판매회사를 통해 이 지방에 뛰어든 경우 현지 컴퓨터 관련 기업과 정부기관들로부터 상당한 방해를 받는다고 지적했다. 이는 통신회선과 사무실 공간이 부족하기 때문이며, 이와 함께 러시아 남부의 현지법인들이 한정된 시장에서 이미 고객층을 장악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고객층 분류를 보면 돈강 유역의 로스토프시를 비롯한 남부도시의 컴퓨터 시장에서 제일 큰 고객층은 은행과 대기업(45%)이며, 그 다음이 중소업체(30%), 정부 및 공공기관(15%), 개인 컴퓨터이용자(10%)로 집계됐다. 평균 10명에서 15명의 판매직원을 두고 있는 이곳의 판매업체은 많게는 월 50만~75만달러, 적게는 5만~23만달러 상당의 수익을 올리고 있다고 이 보고서는 밝혔다.
한편 러시아 남부지방의 컴퓨터 주변기기 시장에서는 미국 휴렛패커드를 비롯한 몇몇 업체가 레이저프린터의 판매에 주력하고 있지만 기계식 마드리스 프린터가 4배이상 잘 팔리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소프트웨어 시장에서는 여전히 해적판이 주류를 이루고 있어 공정한 시장질서가 자리잡기 위해서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불법복제 디스크는 한 장에 약 8∼10달러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이와 함께 음성카드나 CD롬 등의 멀티미디어는 아직 커다란 수요는 없지만 점차 관심을 높아지는 추세며, 특히 아시아산 멀티미디어 제품에 소비자들이 주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따라서 한국기업들도 이런 새로운 시장판도에 주의를 기울일 경우 새 구조조정을 맞이하고 있는 러시아 남부의 컴퓨터시장에서 좋은 실적을 거둘 것으로 전망된다.
【모스크바=김종헌 통신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