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맨홀 (32)

브라운스 페리 원자력발전소의 케이블 화재는 방화구조, 내화구조가 정비된 근대 건축물에도 전선의 연소로 인하여 대형 화재가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을 드러내 건축계와 통신관계기관에 큰 충격을 주었다.

그 이유는 대형 초고층빌딩 등의 화재에서 불길이 전선과 배관덕트를 통하여 확대되었을 때 덕트가 굴뚝역할을 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있으나 내부의 케이블이 불길을 유도해간다는 새로운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었다. 방화문을 완벽하게 설치하고 바닥, 벽, 천장의 불연재료 사용과 스프링쿨러 설비, 자동 화재탐지 설비가 완비되어 화재에 대하여 충분히 안전하다고 생각되는 건물에도 케이블을 매체로 한 화재가 일어난다고 하는 큰 약점이 존재하고 있다는 것이 드러나게 된 것이다.

구조대의 차량이 종각역 쪽으로 다가들고 있었다.

역 주변의 환풍구에서 연기가 솟구치고 있었고, 불구경을 나온 사람들이 양쪽 길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종각소방서에서 나온 소방관들이 그 환풍구에다 물을 쏟아 붓고 있었다.

심재학 대장은 단순히 환풍구에 물을 쏟아 부어서는 케이블 화재의 불길을 잡을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케이블 화재는 케이블을 별도로 관리하는 통로가 있을 것이고, 그 통로를 따라 매우 빠르게 화재가 번지게 될 것이다. 그 케이블 통로에는 공기의 순환을 위해 강제 순환장치가 설치되어 있을 것이고, 강제 순환장치뿐만 아니라 자연통풍 시스템이 있어 공기가 자연 배출되도록 설계되어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공기가 배출된다는 것은 어딘가에서 공기의 유입이 이루어진다는 것을 뜻한다. 공기는 바로 산소. 불길에 다 잘 번질 수 있는 조건을 방치시키고 있는 것으로, 풍구로 불을 붙이는 현상과 마찬가지인 것이다.

『종각소방서 진압대장, 중도소방서 구조대장입니다. 나와 있습니까?』

『심 대장, 말씀하시오.』

『광화문쪽 지하시설물 도면 확보되었습니까?』

『정확한 도면은 아직 확보하지 못했소. 지하철과 연계해서 통신케이블과 전력케이블이 지나가고, 주변으로 도시가스관이 지나고 있다는 것만 파악되었소.』

『도시가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