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맨홀 (37)

김지호 실장은 영등포 지점에 설치 된 교환기를 생각했다. 국내에서 개발한 교환기. 지금 이러한 상황에서도 극도의 불안감 없이 전국의 교환기를 통제할 수 있다는 것은 그래도 우리나라의 기술로 개발된 교환기이기 때문이었다. 지금부터 몇 년 전 까지만 해도 우리나라는 전자교환기를 만들지 못했다. 전량을 외국에서 수입하여 설치했다.

당시 가장 많이 들어왔던 교환기가 스웨덴의 에릭슨사의 교환기였다. 19세기 말 조선 정부에 처음으로 전화가 설치되었을 때 사용된 교환기가 스웨덴의 에릭슨사의 수동교환기라고 알려져 있다. 100여 년이 지난 후에도 그 나라의 교환기를 수입 해다 써야 하는 것을 김지호 실장은 늘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었다.

전화교환기의 개발은 전자산업의 능력을 상징하는 것으로, 전자기술의 모든 것이 총체적으로 결합되어 이루어지는 기술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운용되고 있는 교환기는 대부분 자체 개발한 교환기로 이제 거대한 시장 중국의 통신망 구축을 위해 일본과 치열한 경쟁을 벌일 수 있는 것이었다. 김지호 실장은 지금과 같은 긴급 상황에서도 두려움 없이 대처할 수 있는 것은 그래도 우리기술로 만들어진 교환기로 운용능력을 충분하게 확보해 놓았기 때문이라는 생각을 하는 것이다.

김지호 실장은 자동 절체시스템 쪽으로 다가갔다.

『강 과장, 어떻게 됐나?』

『두 블록 남았습니다. 두 블록만 더 입력되면 다 입력됩니다.』

『그래, 데이터 입력은 이상 없지?』

『데이터는 이상없이 잘 입력되고 있습니다.』

『참, 강 과장. 시스템 운용프로그램 어디서 짰지?』

『제2 연구소 전담 팀에서 짰습니다. 담당자 수배하려 해도 전화가 불통이라서 연락할 수가 없습니다.』

『무선 호출기 호출도 안되지?』

『네, 이동통신 회선이 걸려 있는 루트에도 장애가 발생했습니다. 연락이 된다 해도 유선 전화망에 고장이 발행하여 연락을 받을 수가 없을 것입니다. 프로그램 담당자를 수배하려면 사람을 보내는 수밖에는 없습니다.』

『알았네. 연락되면 먼저 나한테 알려주게.』 김지호 실장은 자동 절체시스템의 운용프로그램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예측하고 있었다. 지금 고장이 나 있는 자동 절체시스템과, 일반 전화가 수용된 전화교환기는 일반인들이 사용하는 PC처럼 바이러스가 침투했을 경우 그것을 치료하는 데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