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대경] IBM, 대형시스템시장서 불패신화 창조 노린다

미국 IBM이 지난달 3세대 CMOS(상보성금속산화막반도체) 프로세서를 채용한 「S/390 9672 R4」와 그에 따른 저장장치 제품군의 발표를 계기로 대형시스템(메인프레임)사업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IBM은 지난 94년해부터 서서히 나타나기 시작한 대형시스템시장의 회복세에 힘입어 이 부문에서 지난해 60%라는 경이적인 판매신장률을 기록했다. 올해도 계속 호황세를 구가하고 있는데 이번 신제품으로 대형시스템의 입지를 더욱 강화하고 과거의 명성을 다시 회복하겠다는 의지를 다지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뉴욕市에서 북쪽으로 한시간정도 떨어진 퍼킵시라는 조그만 도시에 위치한 IBM의 대형시스템본사는 지난달 발표한 신제품의 생산과 마케팅으로 그 어느 때보다 분주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번에 나온 「S/390 9672 R4」는 3백33MIPS(초당 백만개 명령어 처리)의 3세대 CAMOS칩을 탑재, 기존 모델인 「9672 R1」과 「9672 R2/3」보다 성능을 2배로 향상시켰다. 그러나 가격은 종전과 비슷해 고객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또 설치면적과 전력소비량을 크게 줄인 한편 데이터 전송시 이를 암부호로 처리해 정보보안기능을 강화하고 순간적인 정전에도 계속 작동할 수 있도록 내부 배터리를등을 채용, 네트웍환경에서 엔터프라이즈 서버로서의 위상을 확고히 하겠다는 자사의 의지를 담았다.

특히 국제표준기구인 X오픈으로부터 「유닉스95」인증을 받은 OS/390(MVS개정판) 운용체계는 유닉스환경을 지원함으로써 다양한 유닉스 애플리케이션까지 수행할 수 있도록 했는데 이는 대형시스템을 개방형으로 전환시킨다는 IBM의 방침과 맥을 같이 하는 것이다.

한편 S/390과 함께 발표된 디스크 저장장치인 「라막 3어레이」「라막 버추얼 어레이」「라막 일렉트로닉 어레이」등도 성능및 용량이 크게 향상됐다.

이중 「라막 3 어레이」시스템은 기업의 방대한 데이터를 안전하게 저장하고 신속하게 처리할수 있는 필요성이 증대되고 있는 추세에 맞춰 3세대 RAID 5아키텍처를 채용,안전성과 데이터 가용성을 대폭 높였다.

특히 지난 8월 스토리지텍과 재판매계약으로 이 회사에서 공급받아 판매하는 「라막 버추얼 어레이」의 경우 24시간 시스템을 계속 가동시키면서 데이터를 순간적으로 백업시키는 「스냅샷(SNAP SHOT)」기술을 처음으로 채용,데이터용 디스크와 백업시간을 크게 줄일 수 있게 했다.

결국 IBM은 대형시스템이 필요로 하는 보안성과 안정성,가용성등의 요건을 이번 신제품군에서 보다 강화시켜 핵심 애플리케이션과 데이터 하우징및 관리에 이상적인 솔루션을 제공함으로써 기업 네트웍환경의 구심점으로 이들 시스템의 입지를 굳히겠다는 데 사업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IBM은 대형시스템과 저장장치등에서 앞으로 성능을 해마다 60∼1백%씩 향상시킬 방침이다. 가격대 성능비를 매년 30%정도씩 끌어 올림으로써 도입및 유지비용에 있어서도 중형서버와 별차이가 없어지게 한다는 것이다. 과거 집채만한 크기에서 대형냉장고 정도로 시스템 크기를 줄이고 가격을 낮추는데 견인차역할을 했던 CMOS칩도 기존의 바이폴러계열보다 속도면에서 느리다는 단점을 보완, 2000년께 가서는 바이폴러계열과 맞먹는 수준으로까지 향상시킨다는 게 IBM의 목표다.

현재 3.5인치 디스크가 채용되고 있는 「라막」스토리지 시스템의 경우 오는 98년 쯤에는 노트북에 채용되는 2.5인치 디스크를 사용, 크기는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저장용량을 늘일 방침이다.

IBM의 이와 같은 제품전략은 올들어 활발하게 전개하고 있는 마케팅작업과도 밀접하게 연관된다.

80년대 후반부터 거세게 밀어 닥친 다운사이징물결에 밀려 90년대 초 멸종위기까지 갔던 대형시스템이 그동안 계속적인 성능향상과 가격하락의 노력으로 2년새 다시 네트웍환경의 메인서버로 거듭나고 있다.

따라서 IBM은 대형시스템의 중앙집중식처리가 분산처리보다 △유지비용이 훨씬 적게 들며 △안정성,기능성,보안성등이 뛰어나고 △가격하락으로 도입비용도 낮아져 기업들의 시스템구축에 대한 부담을 크게 줄여준다는 점에 마케팅의 초점을 맞추고 대대적인 광고공세를 펼치고 있는 것이다.

금융분야등과 같이 방대한 양의 데이터처리가 불가피한 기업들에서는 대형시스템의 강력한 컴퓨팅파워에 다시 의존하는 업사이징으로 회귀하는 추세가 될으로보고 이들에 대한 적극적인 마케팅에 나서고 있기도 하다.

어쨋든 이번 신제품발표와 함께 IBM은 대형시스템시장에서 다시 불패의 신화를 만들겠다는 각오가 대단하다.

〈뉴욕=구현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