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AT&T는 사장에 존 월터를 선정했을까?
AT&T가 현 로버트 알렌 회장의 뒤를 이을 후계자에 통신업계 경험이 없는 도넬리사의 존 월터 회장을 선정한 데 대한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미 「월스트리트 저널」紙는 AT&T의 결정에 대해 그다지 좋은 평가를 하지 않았다. 선임발표가 난 지난 23일, 통신관련 주가가 전반적으로 올라간 데 반해 AT&T의 주가는 1주당 1.875달러 하락했다. 분석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일부 분석가들은 전화번호부를 만드는 회사를 이끌어온 월터의 경력 한계를 서슴없이 지적한다. 그들은 『존이 누구냐』라며 반문한다. 또 AT&T의 이번 결정을 「밀실결정」이라고 규정하면서 『10점 만점에 1점 정도 줄 만한 결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월터 지지자들은 그러한 비판은 『그를 잘 알지 못하기 때문에 나오는 평가』라고 반박한다. 그들은 월터 회장이 한 기업을 완전히 혁신시킨, 시대에 뒤떨어지지 않는 사색가라고 주장한다. 그래서 적어도 10년 동안은 AT&T를 이끌 수 있는 젊은 총수감으로 평가한다.
월터 회장은 도넬리사를 경영하면서 프린터에 새로운 기술을 도입하는 데 앞장섰고, 해외로 눈을 돌려 사업을 확장하고 일련의 주요기업 인수에 중추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도넬리사를 단순 인쇄관련 기업에서 벗어나 CD롬, 온라인 인포메이션, 디지털 작업 등을 통한 컴퓨터를 기초로 한 문서화를 주도하는 기업으로 변모시켰다. 이 업계에 정통한 컨설턴트 로버튼 우드는 『월터 회장이 도넬리를 정보화시대에 성장가능한 기업으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아메리테크의 리처드 브라운 전 부회장도 『AT&T가 존 월터를 영입한 것은 매우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환영의 뜻을 표했다.
아무래도 월터의 정력적인 업무자세가 관심도를 높인 측면이 있다. 그와 도넬리에서 10년 동안 같이 일한 조너선 워드 부사장은 『그는 비행기 여행시 6개의 서류가방을 가지고 다니며 읽어야 할 서류를 모두 소화해낸다』고 말하며 『그는 안테나를 1만개쯤 세우고 다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특히 워드 부사장은 『그는 매일 돈이 보이지 않는 곳은 없다는 말을 했다』고 전했다.
월터 회장은 도넬리사가 소규모의 경쟁사들을 인수할 당시 연방무역위원회(FTC)가 인수를 막기 위해 소송을 제기하자 『FCC의 시각은 낡고 편협한 것』이라고 몰아붙이며 공격적으로 대응, 소송에서 승소하는 개가를 올리기도 했다. 현재 도넬리사가 유럽, 남미로 사업을 확장한 것도 월터의 공적으로 손꼽히고 있다.
그러나 월터가 미국의 다섯번째 대기업을 운영하기에는 너무 경험이 없다는 회의를 완전히 가시게 하지는 못했다. 그가 경영한 도넬리사는 연간매출 65억달러에 불과한 데 비해 AT&T는 5백20억달러에 이르고 있다. 기업의 크기에 있어서도, 도넬리사는 AT&T의 일반전화 서비스부문과 기업 서비스부문 중간크기밖에 안된다. 뿐만 아니라, 월터가 도넬리를 경영할 당시 도넬리 계열사인 메트로말리사가 개인정보를 변칙적으로 이용해 문제가 된 적이 있음을 지적하기도 한다. 또 현재 메트로말리사와 도넬리사는 텍사스의 한 재소자가 가족들에 대한 개인정보를 알 수 있도록 해 소비자들의 프라이버시를 침해했다는 집단소송에 걸려 있기도 하다.
게다가 일부 AT&T의 투자가들은 그런 경험이 풍부한 조지 피셔 이스트먼 코닥 회장이나 제임스 박스데일 넷스케이프 커뮤니케이션 사장 같은 사람들이 배제된 것을 아쉽게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AT&T 경영진들은 그들의 선택에 대해 만족을 표시하고 있다. 이미 지난 7월 전회장 알렉스 만돌이 신생기업으로 옮길 때부터 후임자선정에 들어갔다. 그들에 따르면, 월터는 언제나 선두그룹에 속해 있었고, 개인적으로 현 알렌 회장과 이미 알고 지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월터 회장은 AT&T의 결정을 통보받고 몇주 동안 수락여부를 두고 고심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월터 회장은 앞으로 14개월 동안 AT&T의 사장 겸 수석 이사로서 경영수업을 쌓고 98년 1월 AT&T의 총수에 취임한다. 50대 초반의 회장이 1백32년이나 된 AT&T를 어떻게 이끌어갈지, 그의 행보는 지금의 논란만큼이나 관심의 대상이 될 것이다.
〈시카고=이정태 통신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