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호 실장은 다시 시계를 보았다.
16:30.
두 시간.
지금까지 소요된 시간까지 포함한다면 2시간 30분 동안 서울 시내의 전화를 비롯한 주요통신망이 불통되는 것이다.
전화의 불통은 곧 단절. 단절은 필연적으로 상실과 소외를 동반한다. 신이 인간에게 내린 형벌 가운데 하나가 죽음이라면 그 죽음보다 더 인간을 견딜 수 없게 하는 것이 상실과 소외이다. 단절은 상실과 소외를 동반하고 사람들을 깊은 두려움 속으로 이끌어간다. 그 단절에 대한 불안감을 해소시키기 위해 인간들은 각종 통신매체의 개발에 노력해온 것이다. 언어, 기호, 문자. 그리고 전화를 발명하게 된 것이다.
전화가 처음 만들어진 것은 1876년 3월 10일, 미국의 알렉산더 그레이엄 벨에 의해서였다.
1847년 에딘버러에서 태어나 조부와 부친과 마찬가지로 발성법을 강의하면서 언어에 대한 관심이 대단했던 벨은 『그가 전기이론에 대하여 좀더 많이 알고 있었다면 그는 결코 전화를 만들지 못했을 것』이라는 말처럼 전문발명가는 아니었다.
미국 동북부의 보스턴 시에 있는 벙어리학교에서 청각 장애자들의 청각 회복과 말을 못 하는 사람들에게 혀를 움직이는 발음을 가르치고 있던 벨은 청각 장애자들에게 청각능력을 되살려줄 수 있는 방안, 단절을 극복시키기 위해 전화를 연구하기 시작했다.
전류를 통한 음성전달 방법으로 농아들에게 소리를 듣게 해주겠다는 극복의 마음이 전화를 연구하게 된 기본 바탕이 된 것이다.
알렉산더 벨은 자신의 사무실에 연구실을 만들고, 의과대학에 재직중인 친구를 통해 시체에서 떼어낸 인간의 귀를 여러 개 얻어 알코올에 담아 보관하면서 청각이론과 음파가 어떻게 공기를 통해 전달되고 귓속의 고막을 울려서 뇌의 청각신경을 자극하는가를 연구했다.
벨은 상당히 오랫동안 이 인체의 귀를 이용한 청각연구에 몰두했는데, 오래 연구실을 떠나야만 하는 여행시에도 이 「알코올 속의 표본 귀」를 가지고 다녔을 정도였다.
결국 둘레에 코일을 감은 자석 가까이 있는 철 진동판이 인간의 목소리로 인해 진동을 할 때 약한 전류가 발생한다는 사실을 발견한 벨은 이 전류를 전선을 통해 또 다른 진동판으로 보내 소리를 재생시켜 전달, 전화를 발명하게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