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다기능디스크(DVD)시장이 마침내 열린다.
도시바 마쓰시타電器등 일본업체들이 다음달 1일을 기해 DVD플레이어와 소프트웨어 타이틀을 먼저 자국 시장에 투입키로 결정함에 따라 일본을 스타트로 DVD시장이 정식으로 출범하게 된 것이다.
이로써 지난 94년 말 불이 붙은 도시바등 7개사와 소니-필립스 두 진영간의 규격개발경쟁이후 2년만에 DVD시대가 열리게 된다.
DVD에 대한 관련업계의 전망은 한마디로 장미빛이다. 도시바는 『DVD기기는 금년중 전세계에서 2백50만대가 출하되고 2000년에는 DVD드라이브내장 PC, DVD비디오플레이어, DVD오디오플레이어를 합쳐 1억2천만대, 여기에 소프트웨어를 포함한 세계시장규모는 10조엔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파이오니아도 이보든 적지만 「올해 60만대, 2000년 6천9백만대」로 예측한다.
「금세기 최후의 종합기록미디어」, 「20세기 최후의 초대형 상품」이라는 그간의 수식어가 무색하지 않을 정도이다.
사실 도시바진영과 소니진영이 지난해 9월 규격통일에 최종 합의하기까지 격렬하게 주도권경쟁을 벌였던 것도 바로 이같은 시장 가능성때문이다. 업계의 기대감은 사실 DVD 자체가 갖고 있는 장점에 기인한다.
DVD의 최대 특징은 대용량이다. 현행 CD나 CD롬보다 훨씬 많은 양의 데이터를 수록할 수 있다는 점이다.
DVD는 12cm의 디스크 단면에 4.7GB의 데이터를 수용한다. 게다가 단면을 2층구조로 하면 8.5GB, 양면을 사용하면 17GB까지 가능하다. 현행 CD의 6백40MB, MD데이터의 1백44MB, 플로피디스크(FD)의 1.4MB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 막대인 용량이다. 이러한 대용량때문에 DVD는 오디오와 비쥬얼을 동시에 수용할 수 있다.
또 주목되는 특징은 「버서타일」포맷 즉 다양성이다. 버서타일은 문자 그대로 재생전용(DVD시네마나 DVD롬), 1회 기록(DVD-R), 고쳐쓰기가능(DVD램)등 거의 모든 미디어로의 활용을 가능하게 한다.
이같은 특성을 지닌 DVD는 그 용도도 매우 다양하다. 곧 등장하는 DVD시네마(영화용) 플레이어를 비롯해 올해안에 등장하는 DVD롬, 내년 가을 선보일 예정인 DVD오디오 플레이어,빠르면 내년 말 상품화될 것으로 전망되는 DVD램등 거의 모든 분야에 망라돼 있다.
이 가운데 DVD시네마 플레이어가 가장 먼저 일반의 시험대에 오르게 되는 것이다. 그 상품화에 첫발을 내딛는 곳은 규격개발 주도업체인 도시바와 가전의 맹주격인 마쓰시타. 그 뒤를 히타치 파이오니아, 산요電機등이 쫓고 있다.
마쓰시타는 내달 1일을 기해 DVD플레이어로서 「DVD-A300」(가격 9만8천엔), 「DVD-A100」(가격 7만9천8백엔)의 2기종을 투입한다. 동시에 DVD플레이어 내장 와이드TV 「TH-28GD1」(가격 26만엔)도 내놓는다.
도시바는 업계 최저가의 DVD플레이어인 「SD-3000」(가격 7만7천엔)을 마쓰시타와 같은 날 시장투입한다.
마쓰시타와 도시바는 DVD플레이어만 당분간 월간 3만대 생산을 예정하고 있는데 2, 3개월은 공급이 달릴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어 파이오니아는 다음달 22일 DVD와 레이저디스크(LD)를 동시에 재생할 수 있는 「DVL-9」(가격 13만3천엔)을 우선 선보이고 이어 그 다음달 가요영상반주(가라오케)에 대응하는 제품을 포함해 모두 5개 기종을 출시할 예정이다.
이밖에 산요는 도시바로 부터 OEM공급받는 DVD플레이어 「DVD-5000」(가격 7만7천엔)을 12월 1일 판매개시하며 히타치도 연내 상품화에 나설 예정이다.
이들 업체의 제1세대플레이어는 사실 이달 초 일본전자전에서 이미 일반에 공개됐다. 이 때 특히 관심을 모은 곳은 파이오니아로 LD도 재생할 수 있는 DVD플레이어와 폭 1백90mm의 미니컴포넌트 스테레오를 결합한 소형 기종을 선보였다.
소형화는 4개의 LSI로 구성하는 DVD플레이어용 칩세트를 사용해 회로기판의 면적을 줄여 실현했다.
마쓰시타의 「DVD-A300」은 음향부문이 특징이다. 뒷면에 6개의 아날로그 음성출력단자를 갖추고 있는데 돌비AC-3방식의 음성을 복호화해 5.1채널의 아날로그음성을 출력할 수 있다. 타사 DVD플레이어의 아날로그출력단자는 현재 2개로 스테레오출력이다.
전시된 도시바의 DVD플레이어는 휘도신호와 두가지 색차를 출력할 수 있는 영상출력단자를 설정한 게 특징이다.
그러나 이같은 특징이외에 이들 3사의 제1세대제품들은 DVD와 CD를 재생할 수 있다는 점등 판에 박은 듯 거의 모든 기능이 비슷하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이다.
또 일각에선 LD와 비교해 DVD플레이어의 1세대제품에 대해 냉소적인 반응을 나타내고 있다. 직경 12cm의 DVD는 1백33분의 동화상을 재생, 직경 30cm에 재생시간이 60분정도인 LD와 비교하면 크기가 작으면서 재생시간이 2배나 되지만 화질은 거의 비슷하다. 때문에 「LD를 조금 작게 했을 뿐」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그러나 차이점은 더 있다.
우선 「멀티앵글」기능이다. 예를 들어 메인화면, 서브화면1, 서브화면2등 3개의 앵글을 통해서 3개의 영상을 보면서 사용자는 원하는 화면을 선별할 수 있다. 최대 9개의 앵글까지 가능하다.
또 「멀티스토리」라는 기능도 있다. 예컨대 영화를 볼 때 쫓기는 사람이 부서진 다리를 건너기 직전, 「건넌다」 또는 「건너지 않는다」를 선택하는 것이다. 이후 내용은 각각의 선택에 따라 다르게 전개된다.
양방향성의 이같은 기능은 DVD가 대용량의 디지털데이터를 기록할 수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1세대제품에는 모두 이 기능이 탑재돼 있다.
그러나 이것은 현재 실현시킬 수 없다.
양방향성을 만족시킬 DVD화한 소프트웨어가 없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미국 타임워너가 자사소유 영화를 DVD화할 계획인데 과거의 영화작품에 새롭게 양방향성을 부여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로 지적되고 있다.
아무튼 화질에선 결코 LD를 능가할 매력을 찾을 수 없는 것이 1세대 DVD플레이어이다. 그 진가는 DVD의 양방향성을 활용한 새 소프트웨어가 등장하는 때 비로소 발휘될 것으로 보인다.
<신기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