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광학 기술이 세계적이라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그런데 최근 러시아 과학 아카데미산하의 광학 연구소는 그 가운데에서도 컴퓨터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보다 현명한 천체 망원경」을 개발하는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이른바 광학 기술과 컴퓨터 기술을 접목하자는 새로운 움직임인 것이다.
천체 망원경과 관련된 여러 광학 기술 가운데 가장 핵심이 되는 기술은 천체 망원경을 통하여 얻는 영상의 일그러짐 현상을 어떻게 하면 극소화해서 손상을 입지 않은 완전하고 깨끗한 영상을 확보하는가에 달려있다고 해도 지나치지가 않을 것이다. 이때문에 광학연구소 천체 망원경 개발팀은 빛이 대기권을 통과할 때나 또는 관측 기계 자체에서 생기는 영상의 일그러짐을 컴퓨터를 활용해서 막아내는 작업에 몰두하고 있다.
하나의 예로서 얼마전에 개발된 이중의 새로운 천체 망원경이 새 프로젝트의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천체 망원경은 옆으로 펼치면 수 미터에 달하지만 두 망원경이 관측한 빛이 컴퓨터로 조정되어 한 점으로 집중되는 특징을 갖고 있다. 이렇게 모아진 하나워 초점에서는 빛의 조성과 간섭 현상이 일어나서 그 결과 이중으로 겹쳐진 천체 구조의 모서리 크기까지 정확하게 측정할 수가 있게 되었다고 연구팀은 전한다.
연구팀의 설명으로는 지금까지는 아무리 발전된 천체 망원경이라고 하더라도 대기권을 통과하면서 주로 발생하는 영상이 떨림 현상을 막을 수 없어서 애로가 많았다는 것이다. 영상의 초점을 한 군데로 정확하게 모으지 못하다 보니까 관측하는 별들의 특징을 규명하거나 상대적인 거리나 밝기를 측정하는데 어려움이 많아 근사치 밖에 얻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그런데 컴퓨터가 이 떨림 현상을 분석하고 해독하는 작업에 광범위하게 활용될 수 있게 됨으로써 커다란 고민이 들리고 있다는 소식이다.
컴퓨터 기술은 천체 망원경의 주거울의 모양을 가장 이상적으로 바꾸는 데에도 활용되기 시작했다. 주거울은 작은 조각들을 여러개 붙여서 모자이크 형태로 제작하는 게 러시아에서는 일반화되어 있는데, 이 조각들의 위치를 컴퓨터가 조절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물론 주거울을 거울이 하나로 붙은 연결형으로 만들 수도 있다고 연구진은 말한다. 그러나 이 경우 거울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얇고 유연해야 하는 데다가 주거울의 모양을 수시로 바꾸고 조정하기 위해서 많은 수의 작크라는 일종의 거울 받침대가 필요하기 때문에 오히려 더 고도의 기술을 요한다. 때문에 컴퓨터가 천체 망원경의 각도 틈에 상관없이 주거울이 파라볼 형태를 띄도록 자동적으로 조절하는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이다.
러시아 광학 연구소는 또 컴퓨터 기술을 빠른 관측 기술과 접목하는 연구에서 상당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즉 컴터 기술을 활용하여 광학 시스팀의 표축을 최대한 빨리 이동할 수 있으면 화면의 일그러짐 현상을 최대한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하여 일 초에 십여 차례 영상의 질을 분석하고 이것에 맞추어서 광학 시스팀을 빠르게 다시 초청하는 분야에 컴퓨터를 널리 활용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외에 컴퓨터와 광학 기술의 접목은 다른 분야에서도 시도되고 있다. 즉 컴퓨터 기술이 최근들어 촬영 화면의 틀림 현상을 없애기 위해서 천체 망원경 속에 집어넣는 작은 특수 거울을 조절하는 데에도 활용되고 있다. 움직이는 작은 조각들로 구성되는 이 특수 거울은 그때 그때 빠르게 위치를 바꿀 수 있어야 영상이 일그러지거나 틀리는 현상을 방지할 수 있는데, 여기에 대형 컴퓨터가 최근 들어서 활용되기 시작한 것이다.
이와함께 러시아 광학 연구소는 비행기에 2.5미터의 적외선 천체 망원경을 실어 이른바 「날아다니는 천체 관측소」를 만드는 연구도 병행하고 있다. 이 날아다니는 천체 망원경은 지상에서는 관측할 수 없는 새로운 사실도 관측할 수 있고, 또 지금처럼 우주 궤도에 천체 망원경을 올리는 것보다 비용이 적게 들기 때문에 그렇지 않아도 예산 사정이 여의치 않은 러시아 정부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중이다.
한편 지름이 8 내지 10미터에 이르는 대형의 신형 천체 망원경의 제작도 검토하고 있다. 이 속에도 동시에 작동하는 대형의 간섭계들과 반사 장치들이 들어갈 계획으로 있는데, 특히 반사 장치는 초점을 한 군데로 모아서 영상을 좋게 하기 위해서 이동식으로 설계가 이뤄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모스크바=김종헌 통신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