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전화 제2사업자인 신세기통신이 오늘부터 한달동안 디지털 이동전화 단말기를 포함한 총가입비용을 36만원선으로 대폭 낮춘 이동전화 패키지상품 판매에 들어갔다. 또 경쟁사인 한국이동통신의 아날로그 이동전화 가입자가 자사의 디지털 이동전화로 전환 가입할 경우 단말기 값으로 10만원만 받기로 했다고 한다.
현재 이동전화에 가입할 때 단말기 값과 가입비 보증금 제세공과금을 합쳐 86만∼1백6만원이 드는 것을 감안하면 파격적인 가격임에 틀림없다. 물론 신세기통신의 이동전화 패키지상품 판매는 가입후 1년 이상 서비스 이용을 약속하는 고객과 3가지 특정 단말기만을 대상으로 한 제한적인 것이기는 하지만 그 파장은 클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우선 이동전화사업자간 경쟁구도를 더욱 촉진시키고 단말기의 가격인하 경쟁까지 불러올 것으로 예상된다. 경쟁사인 한국이동통신이 12월부터 이동전화 요금을 지난 9월 신세기통신의 인하 폭과 거의 비슷한 수준으로 내리겠다고 발표한 점을 고려하면 이번 패키지상품 판매에 대응한 조치도 나올 것이 분명하다. 특히 신세기통신이 한국이동통신의 아날로그 이동전화 가입자에 대해 자사로의 전환가입을 공개적으로 유도한 점에서 더욱 그렇다. 바로 이런 점에서 이번 신세기통신의 파격적인 할인판매는 통신서비스분야에서 「실질적인 무한경쟁시대 개막」의 공식선언이라는 큰 의미가 부여된다.
신세기통신의 이같은 파격적인 가격인하 선언배경에는 물론 여러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다. 신세기통신은 31일부터 시작된 대구, 경북, 광주, 전남 지역에 대한 서비스 확대를 계기로 자사의 가입자를 대폭 늘리기 위한 영업전략이라고 밝히고 있다. 신세기통신이 지난 4월 사업을 시작하면서 올해 말까지 디지털 이동전화 가입자 30만명을 확보한다는 목표를 설정한 바 있으며 이를 위해 지난 9월에는 통신요금을 인하하는 등 조치를 취했는데도 현재 가입자가 8만명에 불과한 실정을 감안하면 이번 가격인하가 극심한 영업부진을 극복하기 위한 새로운 돌파구임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이와함께 오는 98년 PCS사업자들까지 이동전화 경쟁대열에 참여할 것에 대비, 통신산업 환경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위한 장기 경영정책의 하나로 이번 조치를 풀이할 수도 있다.
경쟁체제의 이점은 아무리 되풀이해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이번 경우만 봐도 한국이동통신과 신세기통신의 경쟁이 가격경쟁으로 나타나 결과적으로 소비자들의 이익으로 환원됐다는 해석에 이의가 있을 수 없다. 생산성 향상을 전제로 하는 가격경쟁은 물가안정, 생산원가 절감, 국제경쟁력 강화라는 긍정적 경제효과로 연결될 수 있다. 각 분야의 경쟁력 강화는 우리의 어려운 경제사정을 풀어가는 열쇠라는 측면에서 보면 특히 통신서비스분야에서의 가격경쟁은 바람직하며 권장할 만한 일이라는 평가이다.
그러나 이번 신세기통신의 파격적인 할인판매는 이러한 긍정적인 측면과 함께 문제점 또한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이동전화 서비스업체가 경쟁회사의 가입자를 유인하기 위해 시중 유통가격이 60만원대인 단말기를 덤핑이라 해도 크게 다를 바 없는 10만∼25만원에 공급함으로써 이동전화 단말기시장의 유통질서가 어지럽혀진다는 비판이다. 미국, 일본 등 통신 선진국에서는 이동전화 가입자 확대를 위해 일정기간 의무적으로 서비스를 이용하는 조건으로 단말기를 무상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무선호출서비스 보급 초기에 사업자들이 가입자확대 차원에서 가입자에게 임대형식으로 단말기를 무상으로 공급해 단말기판매에 기대를 걸었던 무선호출대리점과 마찰을 빚었던 사례를 생각할 때 이번에도 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다.
이같은 우려를 감안, 신세기통신은 이번 할인판매의 기본방향은 그대로 유지하되 이로 인한 이동전화대리점과의 문제를 비롯 실행상 공정경쟁 환경조성에 무리가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국내업자간 가격경쟁을 통한 국제경쟁력 강화와 함께 이동통신사업자들은 서비스 품질개선이 98년 통신시장 개방에 따른 국제경쟁시대를 이겨나갈 수 있는 길이라는 사실을 직시해 야한다. 통신수요에 따라 요금이 결정되는 선진화된 요금체계가 정착되기를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