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통신이 국내 데이터베이스 산업의 활성화를 위해 추진하고 있는 민간상업DB가 또 다시도마 위에 올랐다.
민간상업DB 개발지원 사업은 한국통신이 민간 DB의 활성화를 위해 지난 94년부터 자회사인 한국통신진흥을 통해 지원하는 제도.대출 조건은 연리 6%,2년 거치 3년 상환이며 94년에는 연리 2%로 대출해 주기도 했다.
지난 94년에는 10개 업체가 지원을 받았으며 지난해에는 67개,올해에는 35개 업체가자금 지원을 받았다.
감사원은 최근 이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한국통신진흥에 대한 감사 결과 17개 업체가 개발자금을 인건비나 사무실 운영경비 등 목적 외의 용도로 사용한 것이 밝혀졌다고 발표했다.
이에 대해 한국통신은 자금을 부정 유용한 것으로 밝혀진 업체에 대해서는 자금 환수 또는잔액을 반납토록 하고 앞으로 민간DB개발 관리도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특히 업체 관리를 강화하기 위해 공인회계사 또는 세무사의 확인을 받아 자금 집행 내용을 객관적으로 검증하는 증빙서류를 제출토록 하는 등 조치를 강구하기로했다.
이같은 방침에 대해 업계 전문가들은 한마디로 DB산업 현실을 도외시한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또 이번 감사원 감사의 내용에 대해서도 「마녀 사냥」의 성격이 짙다고 지적하고 있다.
가뜩이나 어려운 DB업체들을 정부자금을 받아 이자놀이나 하고 빛이나 값는 부도덕한 업체로 싸잡이 비난하고 있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이번에 감사를 받지는 않았으나 상업DB자금지원을 받은 적이 있다는 한 업체의 사장은 『일부 업체에서 악의적으로 자금을 유용한 사례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대부분 기업이 어려운 상황에서 DB를 개발해 운영하고 있다』며 『운영비 등을 인정하지 않는 관리규정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수익을 내기 힘든 DB분야에서 돈을 벌려면 개발 뿐만 아니라 운영에 힘을 쏟아야 하는데 한국통신의 완료 보고서 항목에는 이에 대한 배려가 전혀 없다는 것.
이 때문에 재대로 된 DB를 운영해 보려는 업체들도 숫자 맞추기 식의 보고서 작성에 그치고 있다는 것이다. 일단 만들어만 놓으면 당장 자금을 회수 할수 있는 게 DB가 아니기 때문이다.
제안서상에 개발비만을 지원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보니 무리하게 개발인원 투입 계획서를 제출하고 실제로는 이 자금을 운영비로 돌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개발을 하다보면 그동안 더 좋은 툴이 나오기도 하고 기술개발 등을 통해 개발비를 절감할 수 있는 방법이 생기기도 하지요. 하지만 자금을 마음대로 쓸 수 없으니 그림의 떡일 뿐입니다. 절약할 수 있는 돈도 다 써야 하니까요』 용역 사업이 아닌데도 사업자가 관리의 융통성을 가질 여유가 없다는게 관계자들의 말이다.
게다가 영세한 대부분의 업체들이 서툰 장부관리도 화근이 됐다.이번 감사결과 어떤 업체는 아예 장부조차 만들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뒤늦게 부랴부랴 통신진흥에서 상업DB 관련업체의 회계담당자를 대상으로 교육에 나섰으나 소잃고 외양간 고치는 셈이 되고 말았다.
이번 감사가 마무리되면 한국통신은 어떻게든 그에 상응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하고 있다. 하지만 그 조치가 사업자들의 발목을 잡는 것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게 관련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특히 일부 업체들 때문에 선의의 업체들이 피해를 입고 그 때문에 국내 DB산업이 상처를 입는 일만은 없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뿐만 아니라 업체들이 이번 사건을 계기로 민간 상업DB의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사업으로 육성시켜야 한다고 기업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이 사건 때문에 제출할 문서를 하나 더 늘려 형식적인 규제만 할 것이 아니라 상업DB의 과도한 담보 비율이나 현실을 외면한 보고서 양식 등을 과감해 개선해야 합니다』 한 상업DB개발자의 말이다.
규제는 풀고 감독은 강화해야 한다는게 관련 업계의 바램인 것이다.
<장윤옥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