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지금] 러시아, 국민전화 보급계획 난관 봉착

통신사정이 좋지 않은 지방의 가정에 이른 시일 안에 전화를 보급하겠다던 러시아 정부의 이른바 「국민전화 보급계획」이 커다란 난관에 부딪히고 있다.

민간통신업체들이 주로 추진하고 있는 이 사업을 지방정부나 전화사업과 관련 있는 공기업들이 국민전화사업을 방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때문에 모스크바를 비롯한 유럽지역의 대도시들은 예외지만, 시베리아를 위시한 러시아 각 지방의 전화사정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을 전망이다.

러시아 정부의 「국민전화사업」이란 2년여 전 옐친 대통령이 발표한 「러시아의 지방 가정에 전화를 보급하기 위한 대통령의 특별사업계획」이란 법령이 시발점이 됐다.

그런데 이같은 중앙정부의 의도가 지방정부에 의해 제지되고 있다. 이유는 결국 「돈」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국민전화보급 계획에 따라 출범한 통신업자들은 러시아 통신부와 재무부의 허가를 받아 각 지방의 개인과 단체를 상대로 채권을 발행하고 있다. 이것이 한정된 지방의 자본을 통신 채권으로 돌려 놓고 있다는 것이 각 지방도시의 시청이나 통신 공기업들의 불평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런 사정 뒤에는 그동안 통신사업을 독점해온 지방의 일부 통신 공기업들이 독점체제를 계속 유지하기 위해 사업을 방해하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실제로 최근 동부 시베리아의 중심도시인 노보시비르스크市에서는 부시장과 이 지방의 국영통신회사 사장단이 국민전화보급계획에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가져 전국적인 관심을 모았다. 『통신채권을 발행하는 이 지방의 「스트룩투라」라는 대형 민간통신업자가 피라미드식 판매방식을 동원해 지방의 투자가들을 끌여들이고 있어서 결국은 선량한 투자가들의 파산을 가져오고 사회불안을 가중시킬 것』이라고 이들은 주장했다. 특히 노보시비르스크市의 빅토르 모제이킨 부시장은 『유망한 사업에 투자해 주겠다고 수십만의 소액투자가들을 속여서 2년전에 크게 말썽이 난 MMM파동 같은 사기극이 빈발할 것』이라며, 강력하게 반대의사를 보였다.

한편 전화보급이 러시아의 각 지방으로 확산되지 못하는 데는 이같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간의 갈등과 새로운 자본배분을 둘러싼 지방세력가들 사이의 알력에도 원인이 있지만, 전화가설을 원하는 이 사업의 미래수혜자들이 내야 하는 투자금액이 너무 높게 책정된 데에도 원인이 있다는 지적이 강하다. 투자가들은 1인당 1천5백달러에서 2천달러를 부담해야 하는데, 이 돈이 러시아의 일반가정에 커다란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국민전화보급사업에 뛰어든 일부 통신업체들은 스스로 신기술을 개발해 개인투자가들의 부담금을 대폭 낮추는 쪽으로 사업방향을 수정하고 있다. 또한 투자가들의 불안을 가라앉히기 위해 이 사업에 투입한 모든 자본금은 일절 다른 용도로 이용하지 않고 오직 통신사업에만 사용하겠다는 각서도 쓰고 있다. 어쨌든 조속히 전국의 「전화갈증」을 해소하겠다는 러시아 정부 당국의 당초계획은 상당한 진통을 겪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