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미 씨! 지하 맨홀 통신 케이블에서 불이 났대. 소방차로도 불을 끌 수가 없대. 그대로 놔두면 케이블을 따라 전국의 지하 케이블이 다 탈 거래.』
밖으로 나섰던 혜경이 들어오면서 현미에게 외쳤다.
『통신 케이블에서?』
『응, 맨홀 속에 있는 통신 케이블에서 불이 났대. 맨홀 뚜껑을 여니까 불길이 솟구치고 있어. 현미 씨도 한 번 나가 봐.』
현미는 은행 문을 나서 불구경으로 사람들이 구름처럼 몰려 있는 광화문 쪽으로 나섰다.
네거리 한가운데의 맨홀에서 불길이 하늘 높이 치솟고 있었다.
시커먼 연기와 함께 치솟는 불길을 바라보면서 현미는 온라인 고장이 통신 케이블에 화재가 나서 그럴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정말로 불이 이 전화선을 타고 옮겨오면 어떡하지?
불타는 통신 케이블.
현미는 한국전신전화주식회사에서 통제실장으로 근무하는 형부를 떠올렸다. 형부는 통신사고가 발생되면 늘 바빠 집에도 들어오지 못하곤 했었다.
현미가 은행으로 들어섰을 때 직원들은 자료를 챙기느라 정신이 없었다. 『현미야, 모든 장부 금고에 집어넣고 다 밖으로 나가래. 이 건물에 불이 날지 모른대. 폭발할지도 모르고.』
『누구 지시야?』
『지점장님. 본점과는 통화가 안된대.』
『휴대폰도 안되나?』
『휴대폰도 안된대.』
『그럼 삐삐도 안되나?』
『응, 삐삐도 안되고 다 안된대』
직원들은 바쁘게 움직였다.
현금 인출기에 남아 있던 현금과 수표를 챙기고, 출납 창구에 있던 현금도 금고로 옮겨지고 있었다.
『콜록, 콜록!』
현미는 입과 코를 손수건으로 가렸지만 계속 나는 기침을 참으며 전화기의 수화기를 들었다.
언니에게 전화를 하기 위해서였다.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