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맨홀 (47)

『실장님, 영등포 교환기 부하율이 95%를 넘어섰습니다.』

한 과장이었다.

95%.

영등포 지점의 시외교환기 부하율이 이제 위험 수위에 차 있는 것이다. 김지호 실장은 잠깐 망설였다.

호 제한 기능을 넣을 것인가 말 것인가에 대한 망설임이었다.

A1급 호 제한 기능은 이미 파악된 특수 회선의 전화만 소통이 가능하고 일반전화는 통화를 강제로 제한시키는 기능으로 전라도와 충청도, 경기도의 일부 지방에서 서울로 들어오고 나가는 시외통신망이 두절된다. 이미 입력된 카테고리에 의해 중요회선은 통화를 할 수 있지만 일반전화는 물론 PC통신, 팩스 등 모든 통신망이 일단 두절되는 것이다.

『한 과장, 영등포 시외교환기 차단시켜! A1으로 강제 호 제한 넣어』

교환기의 보호를 위해서는 할 수 없다. 일반 가입자들의 불편이 따른다 해도 시외교환기를 보호해야 한다, 어차피 광화문 루트를 통과하는 회선은 통화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한 과장이 단말기에서 명령어를 입력시켰다. 교환기 프로세서에서는 정말로 호를 제한시킬 것인가를 되물어 왔다. 엔터 키를 누르자 명령어가 입력되었다.

이제 영등포지점에 수용되어 있는 일반가입자는 시외회선의 발신이 제한되는 것이다.

즉각 영등포 시외교환기의 부하율이 내려가기 시작했다. 일단 서울시내의 교환기는 안정을 찾게 될 것이다. 하지만 서울을 제외한 지방의 교환기에는 서울로 인입되는 호가 차단되는 만큼 각 교환기에 부하가 추가로 걸리게 된다.

『한 과장, 동대문지점은 아직도 통제 불가능한가?』

『예, 그렇습니다. 통제 불가능합니다. 회선은 살았지만 감시장치가 계속 동작이 되지 않고 있습니다.』

『신설동지점에 연락했나?』

『예, 신설동지점에 긴급요원 수배하여 동대문지점 쪽으로 출동시켰습니다.』

『한 과장, 연락 오면 내게 연결해. 그리고 수동 절체작업이 시작되더라도 전국 각 지점의 교환기 부하율 파악하고. 이상 있으면 내게 곧바로 연락해.』

한 과장에게 지시를 끝낸 김지호 실장은 지 과장을 불렀다.

『지 과장, 방송회선 다 절체되었나?』

『아, 아닙니다. 위성방송이 죽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