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기업의 경영개선 시급하다

올들어 경기하강이 가속화되면서 국내기업의 경영이 크게 악화된 것으로 나타나 전반적인 체질개선이 요구되고 있다.

최근 한국은행이 연간 매출액 10억원 이상의 2천2백4개 업체를 대상으로 조사 발표한 「96년 상반기 기업경영분석」 자료에 따르면 국내 제조업의 상반기중 제조업 매출증가율이 11.3%에 그쳐 경기가 좋았던 지난해 동기의 22.8% 증가율을 크게 밑돈 것으로 조사됐다.

이같은 증가율은 3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우리 경제의 주름살이 얼마나 깊은가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특히 고용비용 구조 악화가 심화되면서 생산효율성마저 큰 폭으로 떨어져 국제경쟁력 약화를 불러오고 있어 수출비중이 높은 우리 기업들에 심각성을 더해주고 있다.

이같은 국제경쟁력 약화는 수출부진과 이어져 실질적인 수출감소로 나타났는데 특히 수출 주력제품 중 하나인 반도체는 전반적인 제품가격 하락은 물론 엔低현상으로 인한 가격경쟁력 약화로 큰 폭의 마이너스성장을 기록했다.

또한 내수경기마저 후퇴해 매출액 경상이익률이 지난해 동기의 4.2%보다 2.4%포인트 떨어진 1.8%를 기록했다. 1천원어치를 팔아 18원 남겼다는 계산이다.

하지만 1천원어치 팔기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는 점에서 심각성은 더해질 수밖에 없다. 지난해 상반기에는 1천원어치를 팔기 위해 1백12원어치의 힘을 기울였으나 금년에는 2백8원어치의 노력을 들여야 했기 때문에 경상이익 저하를 가져온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재무구조의 악화다. 국내 기업의 자기자본 비율이 지난해 25.9%에서 금년에는 24.0%로 낮아진 것이다. 이같은 현상은 주식시장 침체로 주식발행을 통해 자기자본을 늘리기가 어려웠고 내부유보도 부진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쉽게 말해 성장성·수익성·생산성·재무구조 등의 경영상황이 모두 나빠졌다는 이야기다.

이에 비해 우리와 경쟁관계에 있는 대만은 지난 상반기중에 전년 동기 대비 18.8%의 성장률을 보여 오히려 전년도의 증가율을 앞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싱가포르와 태국 역시 우리 기업의 성장률을 웃돌아 우리의 국제경쟁력 수준을 가늠케 하고 있다. 어려워지고 있는 국내 경기의 최대 요인을 국제경기 하강 때문으로 손꼽고 있는 정부의 설명이 잘못돼 있음을 증명해 준 셈이다.

물론 기업의 경영악화가 정부의 정책부재나 미진한 부양책 때문만은 아니며 호황기에 침체기를 대비하지 못한 기업에도 책임이 돌아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최근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외국환관리법·민자유치법 등 경제법령 전반에 걸쳐 조사한 「경제법령투명성 제고방안」 보고서를 보면 정부가 오히려 기업의 경영악화를 부추기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법에는 신고제로 돼있으나 실제로는 허가제로 운영되는 등 기업활동의 발목을 잡는 각종 법령상의 규제가 1백25건이나 되는 것으로 조사됐기 때문이다.

더욱이 기업경영의 악화가 앞으로도 상당기간 지속될 것이라는 예측이 강도를 더하고 있어 이같은 기업의 발전을 저해하는 법령은 조속히 고쳐져야 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와함께 업계의 불황극복을 위한 자구적인 노력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이같은 시점에서 최근 소기업들이 대규모 연합체를 결성해 스스로의 몫을 찾기로 했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소기업연합 발기인대회 추진위원회는 지난 8일 세종문화회관에서 2백여 소기업들이 참석한 가운데 발기인대회를 열고 정식으로 출범한 것이다.

지금까지 정부의 각종 중소기업 지원이나 육성대책에서 소외돼 온 소기업들이 담보가 필요없는 완벽한 신용대출 등 실질적인 당면문제 해결을 위해 자구노력에 나섰다는 점에서 단체의 출범은 눈여겨 볼 만하다.

또한 소프트웨어 관련 중소업체들이 부분적으로 연합해 불법 소프트웨어 추방운동을 벌이고 신용대출에 서로에 도움을 주기로 한 것도 관심을 끌고 있다.

경제 주체인 기업과 정부와 근로자가 합심해 악화되고 있는 기업경영 극복에 합심해야 할 시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