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휴대전화(자동차전화포함)시장이 올해 안에 2천만대규모로 확대될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또 지난해 7월 서비스를 시작한 새로운 형태의 휴대전화 PHS(간이휴대전화)시장도 4백만대 돌파를 눈 앞에 두고 있다.
9월말 현재 일본의 휴대전화 누계가입대수는 1천5백30만6천대로, 올해만도 5천만대이상 증가했다. 또 PHS의 누계가입대수도 3백95만2천대로, 휴대전화, PHS를 합친 9월말 집계 이동전화 총 누계가입대수는 1천9백25만8천대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휴대전화시장은 규제완화를 계기로 확대되기 시작했다. 규제완화에 따른 신규참여의 확대로 가격경쟁이 활성화되고, 이에 따른 서비스 및 단말기 가격의 인하가 시장성장에 밑거름이 된 것이다.
일본 휴대전화의 역사는 일본전신전화(NTT)가 최초로 자동차전화서비스를 실시한 7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러나 이 서비스 실시 이후 약 10년간은 시장성장속도가 매우 낮았다. 당시의 자동차전화는 일반유선전화를 보완하는 보조서비스 개념으로,가입 및 서비스요금이 높아 일반인이 가입하기에는 무리가 되는 수준이었다. 이 때문에 이용자는 기업경영층을 비롯한 일부 계층에 국한되어 있었다.
휴대전화가 본격적인 시장을 형성하기 시작한 것은 85년 NTT분할론이 제기된 이후이다.
이때 휴대전화 분야에 新電電의 참여가 인정되기 시작했다. 88년 12월부터 도요타계열의 일본이동통신(IDO)이 關東과 中部에서, 제2電電(DDI)계열의 셀룰러그룹이 그 밖의 지역에서 순차적으로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때부터 휴대전화시장도 경쟁구도가 형성되기 시작했는데, 이로써 장거리전화시장에 이어 휴대전화시장에서도 NTT 독점체제가 무너졌다.
NTT가 휴대전화시장을 독점하고 있을 당시 휴대전화에 가입하기 위해서는 7만2천엔의 신규가입료와 단말기의 임대보증금 20만엔이 필요했으나, IDO는 신규가입료 6만2천엔만 부담하면 곧 바로 휴대전화를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이 영향으로 89년이후 휴대전화의 붐이 일기 시작했으며, 특히 이 시기가 일본의 거품경제시기와 맞물려 법인수요를 중심으로 이동전화의 보급이 가속화됐다.
휴대전화시장은 90년들어 또 한차례 전환기를 맞이했다. 94년 4월 규제완화로 인한 디지털전업그룹의 참여와 이동전화단말기의 과열판매경쟁이 그것이다. 규제완화로 참여가 허용된 디지털계열업체들이 시장 잠식을 위해 과감한 저가격공세를 취한 것이다. 「신규가입료 포함 단말기가격 1엔」으로 화제를 모았던 과열경쟁도 이때부터 시작됐다.
이같은 과열경쟁은 가입부담을 줄여, 이용자를 확보해 나간다는게 그 기본 전략이다. 이 전략이 실제로 적중하여 이동전화이용자의 규모는 급증하기 시작했다. 반면 92년 NTT로부터 분리됐던 NTT도코모의 시장점유율은 50% 전후까지 하락했다. 다른 업체들에 비해 가격설정에 강경한 자세를 견지해온 NTT도코모도 이때 일부 기종의 단말기를 무료배포하기 시작했다.
이동통신사업의 규제완화는 지난해 7월, 휴대전화에 비해 기본료와 통화료가 싼 PHS도입을 가능케 했다. 이에 따라 東京지역의 경우 휴대전화사업에 4사, PHS사업에 3사 등 총 7사의 경쟁으로 단말기 및 서비스요금의 저가격화는 한층 가열되는 양상을 보였다.
단말기 무료제공 및 1엔판매 등은 극단적인 예에 불과할 수도 있지만, 경쟁으로 인한 저가격화는 휴대전화 및 PHS의 보급을 무선호출기 사용층인 대학생, 고등학생으로까지 확대시켰다.
휴대전화와 PHS를 합친 이동전화의 9월 현재 보급대수는 약 2천만대. NTT의 일반유선전화가입대수 6천만대의 약 3분의 1수준이다. 무선기술을 기본으로 하는 퍼스널통신시장이 일본에서 확대를 거듭할 수 있었던 주요 원동력은 앞에서 언급한 것 처럼 규제완화가 가져온 가격경쟁에 있었다고 볼 수 있다.
오는 12월부터 우정성은 이동전화서비스의 요금규제도 종전의 허가제에서 사전신고제로 완화한다. 이는 신규 참여업체들이 이제 충분한 경쟁력을 갖추기 시작했다고 판단한 때문으로, 이에 따라 서비스업체들의 요금전략도 한층 다양화할 전망이다.
지금까지 신규참여업체는 시외전화와 마찬가지로, 우정성으로부터 NTT에 비해 싼 요금을 책정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 받았었다. 이 요금의 차별화가 新電電의 최대 경쟁력이기도 했다. 따라서 기술과 자본에서 앞서있는 NTT도꼬모에 자유로운 가격 결정권을 부여하게 될 요금규제완화조치는 자칫 후발업체들에 재기할 수 없을 정도의 타격을 입힐 가능성이 있다. 일본 이동전화시장은 업체들의 이해관계 등으로 인해 많은 잡음이 있어왔다. 특히 규제완화와 같은 민감한 문제들은 더욱 그러했다. 그러나 논란이 거듭되면서 시행착오를 거친 것은 사실이나, 규제완화가 이동통신시장 조성에 토양이 됐다는 점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심규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