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유럽방송시장에서는 본격적인 디지털TV서비스를 앞두고 업체들 상호간의 탐색전이 한창이다.
유럽은 세계 어느 지역보다 디지털TV 방송서비스에 대한 열기가 높다. 아직까지 대부분의 업체들이 출발선상에서 운동화끈을 조여매는 정도에 머무르고 있지만 이미 앞서나간 업체들도 적지 않다.
지난 4월 서비스를 개시한 프랑스의 카날 플뤼스(+)와 7월에 개시한 독일의 키르히그룹이 선두권을 형성하고 있고 그 뒤를 이탈리아의 텔레퓨가 따르고 있는 형국. 그러나 이들을 제외한 대부분의 업체들은 서비스를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북유럽 스칸디나비아반도에서는 키네빅이 아스트라위성을 통해 디지털TV서비스를 제공하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TPS가 디지털 위성서비스를 올해안에 제공할 예정이다. 독일의 프로 지벤방송도 이달부터 디지털TV전파를 송출하기로 했다. 이탈리아에서는 前수상 실비오 베룰루스코니의 미디어셋이 디지털위성TV방송을 제공할 예정으로 있다. 스페인의 RTVE도 브라질의 엘글로보, 미국 타임워너, 호주 뉴스사등과 제휴, 내년부터 8개의 디지털채널을 선보일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은 B스카이B가 디지털 위성방송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확실한 가운데 국영 BBC와 민영 ITV가 공중파방식을 이용한 디지털TV방송을 실시할 예정이다.
유럽 업계 관계자들은 『컴퓨터와 TV가 만나는 디지털TV방송은 기존 TV의 음성과 화상품질을 한단계 격상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실제로 압축과 복원으로 이루어지는 디지털TV 신호처리기술은 기존 주파수만으로도 많은 채널을 사용할수 있게 해주고 유료TV나 멀티캐스팅, 인터텟서비스등에서 대화성을 보장해준다. 이에 따라 디지털TV업계는 가입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서비스제공만으로도 수천억달러의 이익을 볼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물론 이런 기대가 1백% 충족되기 위해서는 다소 시일이 걸릴 것이다. 우선은 하드웨어가 문제. 방송사들이 일반가정으로 신호를 전송하기 위해서는 위성이나 중계기등을 설치할 공간이 필요하다. 또한 지구궤도위에 위성의 수가 증가할 전망인데 이렇게 되면 전파를 송출하기에 가장 좋은 위치는 경쟁이 심화될 것이고 이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비싼 대가를 지불해야한다. 이밖에 방송사들이 위성을 쏘아올리기 위해서는 디지털 스튜디오를 비롯해 이를 구성하는 복잡한 장비들이 필요하다. 이 장비들이 아무리 보편화된다 하더라도 여기에 투자되는 비용은 무시못할 정도일 것이 분명하다.
시청자들이 지불하게 될 금액도 만만치 않다. 우선 셋톱박스와 안테나가 필요하다. 안테나는 점차 소형, 저렴화되는 추세이고 기존 케이블TV업체들은 시청자들이 쉽게 TV를 수신할수 있도록 제공하고 있기도 하지만 이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여전히 비싼 값을 내야 한다. 가격부담이 안테나보급에 지장을 줄 것을 우려해 임대나 초기설치 비용을 대신 지불해주는 것을 검토하는 업체도 일부 있다.
다행히 하드웨어의 문제가 해소돼 방송사들이 디지털TV 방송서비스를 제공할수 있게 된다 하더라도 「무엇을 전파에 실을 것인가」하는 문제에 부닥치게 된다. 이에 따라 업체들간 프로그램 확보를 위해 거의 혈안이 되어 있다.
현재 이 부문에서 가장 앞서있는 업체는 독일의 키르히그룹과 프랑스의 카날 플뤼스(+). 이들은 주로 미국의 영화사들과 계약을 맺고 고전물이나 현대물을 막론하고 거의 모든 영화를 사들여 디지털화하고 있다. 프랑스 TPS도 이 경쟁에서 뒷줄에 서라면 서러워할 정도로 부산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민간방송사인 TF1과 국가가 공동으로 소유하고 있는 TPS는 미국 파라마운트와 MGM에게 거액을 지불하고 영화판권을 샀다. 파라마운트의 영화를 10년동안 챙긴다는 조건으로 5억달러를 투자했고 MGM에게는 매년 1천3백만달러를 지불하기로 했다는 소문이다.
업체들이 이처럼 디지털TV시장으로 몰려드는 가장 큰 이유는 물론 돈이 되기 때문이다. 디지털TV방송이 본격화되면 많은 기회가 시장에 형성된다. 이는 엔터테인먼트의 개념, 나아가 기존 방송의 전체의 개념을 뒤흔들게 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유럽이외의 지역에서도 서비스가 준비되고 있다. 남아프리카, 아시아, 남아메리카등에서도 디지털TV방송을 위한 청사진이 그려지고 있다. 미국도 가전, 컴퓨터등 관련업계의 이견을 조율, 디지털TV표준을 확립하기 위한 움직임이 꾸준히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유럽만큼 디지털TV방송에 대한 관심도가 높은 지역은 드물다. 그런만큼 이 지역에서의 첫발은 전지구적 규모의 디지털TV방송 서비스의 나아갈 길을 제시하는 시금석으로 보아도 무리가 없을 것이다.
<허의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