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우의 톰슨 인수파문 대책

대우의 톰슨멀티미디어사 인수를 둘러싼 파문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있어 주목된다. 지난달 인수계획 발표 당시부터 톰슨그룹 노조와 언론 및 야당이 반대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에는 이 회사 간부 수백명이 항의 시위를 벌였는가 하면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톰슨그룹의 민영화계획에 대한 조사에 들어갔다. EU집행위는 톰슨에 대한 프랑스정부의 새로운 투자계획 및 톰슨의 매각이 합병법규에 저촉되지 않는지 등을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 프랑스정부도 자국내 여론이 계속 악화되자 민영화에 대한 정부의 방침을 「불변」으로 고수하던 자세에서 한걸음 후퇴해 이 문제를 의회에 상정하기에 이르렀다.

프랑스 국영기업의 민영화과정에서 국회의 토론을 거치도록 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이것은 톰슨그룹의 민영화 및 톰슨멀티미디어사 매각을 둘러싼 파문이 새로운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으로 이제 더 이상 대우, 톰슨 당사자간 문제만이 아니다. 이번 사태는 단순히 근로자들의 일시적 감정이나 자존심의 발로로 치부하기에는 그 정도가 너무 심각하다. 따라서 이 문제는 이제 대우뿐 아니라 정부와 모든 관계기관이 관심을 갖고 지켜봐야 할 때라고 본다.

그동안 대우는 톰슨멀티미디어를 인수하면 공장감축이나 감원 등은 기존 톰슨 경영진의 건의에 따라 결정하고 고용인력을 증원할 것이며 본사를 계속 파리에 두면서 프랑스와 북미지역에서 톰슨의 상표를 보존할 것 등을 약속했다. 이밖에도 대우그룹은 프랑스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고용증대에 기여하는 동시에 프랑스의 첨단제품이 대우의 세계적인 판매망을 통해 판매될 것임을 적극 홍보하고 있다. 이처럼 대우는 톰슨멀티미디어사 인수에 따른 반발과 부정적 여론을 해소하는 데 적지 않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렇다고 대우의 지금까지의 노력이 충분했다고 보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제 사태는 대우 혼자만의 힘으로는 타결할 수 없는 단계로까지 치닫고 있다. 물론 이번 사태에 대해 정부가 전혀 관심을 갖지 않는 다고 볼 수는 없다. 지난달 말께 마침 프랑스를 방문한 공노명 당시 외무장관이 「적법절차를 거쳐 공정한 경쟁조건을 통해 인수하기로 결정됐고 프랑스에 대한 15억달러 규모의 추가투자와 톰슨 근로자 不해고 등을 약속했는데도 반발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는 요지의 논평을 함으로써 정부의 관심을 나타낸 일이 있다.

또한 지난주 방한한 바 있는 이브 갈랑 프랑스 통상산업장관을 통해서도 우리 정부의 입장을 충분히 전달했을 것으로 믿는다. 갈랑 장관은 이번 문제가 낙관적으로 타결돼 내년초에 완전히 결정될 것이라고 전망했지만 그렇다고 우리는 프랑스측의 결정을 가만히 앉아서 기다리고만 있어서는 안될 것이다.

정부와 관계기관은 좁게는 이번 인수반대 움직임을 저지하고 넓게는 이같은 분위기가 고조돼 한국상품이나 기업진출에 대한 전반적인 거부감이 확산되는 것을 미리 방지하도록 모든 경로를 동원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정부는 대우의 톰슨멀티미디어 인수가 비단 적자에 시달리는 톰슨에뿐 아니라 고임금으로 생산활동에 제약받고 있는 프랑스경제 전반에 걸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점을 프랑스정부를 비롯 의회 및 국민에게 널리 홍보, 주지시켜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대우의 톰슨멀티미디어 인수성공은 한국기업의 對프랑스 투자 및 한, 불 두나라의 경제협력 확대로 이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을 경우 이를 위축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뿐으로 이는 양국 모두에 결코 바람직한 일이 아닐 것이다.

우수한 첨단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프랑스는 한국기업의 투자와 세계적 규모의 판매체계를 필요로 하고 있다. 따라서 대우와 톰슨멀티미디어, 더 나아가 한, 불 양국 기업들이 상호 보완적 협력을 확대한다면 이상적인 다국적기업의 체제를 구축할 것으로 믿는다. 이런 점에서 정부의 적극적인 경제외교적 노력이 요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