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맨홀 (50)

2시간.

앞으로 2시간 후면 통신망은 사고와 관계없이 정상화된다. 사고구간을 그대로 방치시킨 채 우회통신망을 통하여 일단 모든 통신망은 정상화시킬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자동 절체시스템이 정상 가동중이었다면 일반 가입자를 제외한 모든 통신망이 정상적으로 운용될 터이지만 현 상태에서는 수동절체 과정을 거쳐 통신망이 정상으로 되는 것이다.

문제는 시간이었다. 이미 이러한 사태를 대비한 우회루트 계획이 수립되어 있었고, 직원들도 많은 훈련이 되어 있었지만 문제는 시간이었다. 자동 절체시스템에 수용되어 있는 광케이블 회선을 비롯한 PCM회선, 동축회선 등 30만 회선을 일일이 분리시켜 우회루트를 확보해야 하는 시간이 문제가 되는 것이다.

시간도 시간이지만 사고지점을 피해 30만이 넘는 회선을 우회하기란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다. 여러 지점을 거쳐 우회하여야 하기 때문에 한 곳에 착오가 발생하면 걷잡을 수 없는 혼란에 빠져 더욱 어렵게 될 수도 있다.

또한 수동절체 작업이 완료된다 해도 광화문지역의 일반전화는 즉각 회복되지 않게 된다. 다른 통신망과는 달리 가정집에까지 가설되어 있는 일반전화 가입자 회선은 우회루트의 구성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일반 가입자의 통화가 불가능한 것은 자동절체 시스템이 살아 있었다 해도 마찬가지로, 각 은행간에 구성되어 있는 온라인망도 마찬가지였다.

김지호 실장은 각 교환기의 부하율을 표시하는 감시모니터를 바라보았다.

영등포 시외교환기의 부하율은 많이 내려갔지만 다른 교환기의 부하율은 계속 상승하고 있었다.

모니터에 호 폭주를 나타내는 붉은 줄들이 전국적으로 뻗쳐 있었다. 그러나 모든 교환기의 호를 제한시킬 수는 없다. 사고구간을 지나지 않는 전화는 현 상태에서도 문제없이 통화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며, 각 지방의 교환기에 수용되어 있는 전화 가입자는 서울의 사고구간을 제외한 곳으로는 전화통화를 할 수 있는 것이다.

김지호 실장은 비디오폰으로 홍보기획실장을 찾았다.

『실장님, 접니다. 통제실장입니다.』

『김 실장, 수고가 많습니다. 상황은 대충 알고 있습니다만, 지금 어떻게 되고 있습니까?』

『상황이 아주 좋지 않습니다. 실장님께 부탁 좀 드리겠습니다.』

『내게요?』

『그렇습니다. 부탁 좀 드리겠습니다.』

『맨홀에 사고가 발생했는데, 제가 도와드릴 일이 있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