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산업 예측능력을 배양하자

삼성전자, LG전자, 대우전자, 현대전자 등 이른바 전자 4사가 내년도 사업계획 수립을 앞두고 크게 고심하고 있다는 보도다. 이들 업체는 올해 매출이 예상에 훨씬 못미치고 있을 뿐 아니라 내년의 산업환경 예측이 어려워 구조조정을 어떻게 해야 할지 감을 못잡고 있기 때문이라는것이다.

이들 전자4사는 국내의 대표적인 기업으로서 그 매출이 어림잡아 40조원에 이르고 있기 때문에 이들이 국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대단하다. 원료나 부품을 공급하는 많은 중소업체와 엄청난 수의 종업원들이 이들업체의 사업계획에 의해 좌우된다. 따라서 전자 4사가 내년도 사업계획을 아직 세우지 못하고 있는 것도 심각한 일이지만 이같은 상황에 이르게된 원인이 예사롭지 않다는 지적이어서 주목된다.

전자업체들이 올해가 한달 남짓 남은 지금까지도 내년도 사업계획을 수립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올해 매출이 연초 목표치보다 업체에 따라 최고 42%나 못미칠 것이라는 예상등 실적이 극히 부진하고 특히 이같은 상황이 내년도에도 별로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의 기업체 조직은 사업부별 제조, 판매 일체형이 많아 그 경우 담당부서장은 권한과 함께 책임이 크다. 그러다 보니 당해 사업연도에 흑자를 내야 하고 대규모 투자를 필요로 하는 장기적인 사업은 점점 더 구상하기 어려워 질 수도 있다. 첨단 분야일 수록 연구개발 투자가 활발히 이뤄져야 하는 반면 위험부담은 크다.

특히 매출목표는 중장기 계획에 따라 매년 신장하기 마련이다. 이런 점이 부담으로 작용해 내년도 사업계획 수립은 더욱 어려워질 것이다.

사업계획이야 더 늦어질 수도 있다. 그것이 세워지지 않는다고 해서 내년부터 공장을 가동하지 않는 것도 아니고 영업을 하지 않는 것도 아닐터이니 말이다.

그것보다도 가장 우려되는 점은 매출부진으로 인해 기업 활동이나 투자가 필요 이상으로 위축되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최근 기업체마다 불황에 대처하기 위해 명예퇴직제와 같은 군살빼기를 단행했으며 불필요한 경비를 줄이는 등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그것도 모자라 이미 전자업체들은 내년도에 반도체를 중심으로 설비투자를 대폭 줄이기로 했다.

모름지기 기업활동이라는 것이 환경 변화에 민감할 수밖에 없어 불경기다 싶으면 경비를 줄이는 것은 불가피한 일이라 하더라도 인력과 설비투자를 크게 줄이는 것에는 신중을 기해야 한다.

돌아보면 국내 전자산업은 그동안 몇차례 굴곡은 있었지만 대체적으로 고도 성장을 해 왔다. 국민 소득 증가에 힘입어 안정적인 내수가 이뤄졌으며 그것을 바탕으로 활발하게 수출을 추진해 왔다. 전자업체들은 지난 수년동안 활발한 연구개발과 생산을 담당할 인력 부족을 호소해 왔으며 지난해까지만 해도 대대적인 설비투자를 단행했다. 그러다가 하루아침에 불경기다 싶으니 감원을 하고 투자를 크게 줄이는 것은 아무래도 근시안적이다. 매출규모가 수조원에 이르는 대형 전자업체들의 처방으로는 어쩐지 가벼워 보인다.

특히 올해들어 반도체 매출이 급격히 줄어 전체 매출목표에 차질을 빚었다고는 하나 연초에 세운 매출 계획이 목표와 42%가 차이난다고 한다면 그것은 상황 인식 능력에 문제가 있음을 의미한다. 따지고 보더라도 매출 감소의 원인이 반도체 수요측면보다는 가격측면의 영향이 컸는데 이는 반도체 주기에 따라 가격은 어느정도 예측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예상매출액과 실제 매축액이 크게 차이나는 것는 경기를 예측하는 능력이 그만큼 뒤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제 첨단기술 확보와 생산능력 제고는 물론 불황기에 대처하기 위해 허리띠를 졸라매고 위기를 관리하는 능력을 갖추는 것도 긴요하다. 그렇지만 산업 동향이나 시장, 경기를 정확히 예측하는 소프트한 측면에서의 능력 계발이 없이는 안정적인 기업활동을 보장받을 수 없게 됐다. 급변하는 첨단 전자산업분야일수록 이러한 능력은 더욱 필요한 것이다. 산업의 흐름을 정확하게 내다볼 수 있는 경기예측 능력을 배양해 치열한 국제경쟁에 대비해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