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21세기 통신과 방송의 융합

최근 정보통신기술의 급속한 발전에 따라 통신과 방송의 융합이 전세계적인 관심사로 대두되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에서도 통신과 방송의 융합현상을 진단하고 올바른 정책방향을 모색하기 위한 논의들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멀티미디어 시대의 통신과 방송 및 영상산업 융합 현상을 진단하고 이들의 올바른 통합 방향을 찾아 국가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토론회가 지난 12일 마련됐다. 이번 토론회는 그 내용보다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국내 학계 및 통신업계 전문가들이 나와 방송과 통신의 융합과 관련한 우리나라의 법적 제도적 현실을 진단하고 여러 정책대안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그 의의를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미국과 유럽, 일본 등 선진국들은 몇 년전부터 통신과 방송의 융합을 자연스러운 현실로 받아들이면서 통신사업자와 방송사업자간 벽을 허물고 효과적인 정보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반면에 우리나라는 이에 대한 구체적인 움직임이 전무하다시피 하다. 비록 선진국에 비해 늦었지만 우리나라도 통신과 방송의 융합에 따른 제도적 장치 및 법적기구의 마련과 함께 바람직한 정부의 역할을 논의할 시점을 맞고 있다.

물론 일각에서는 통신과 방송의 융합에 성급한 예단을 말자는 주장도 있다. 전송기술의 발달로 통신과 방송이 같은 전달수단을 사용한다 해도 『통신은 통신이고 방송은 방송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더구나 우리나라에는 통신업과 방송업의 겸영을 금지하는 규정이 아예 없기 때문에 철폐할 장벽도 없다는 것이다. 그러니 미국회사들이 합병하니 우리도 상호진입 장벽을 철폐하자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고 말하고 있다.

또한 통신과 방송의 기술적인 통합은 일러도 2010년 이후에나 가능하기 때문에 결국 통신과 방송은 오랫동안 별개의 영역으로 상존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방송사업이 통신분야의 기술을 응용하는 것은 소극적인 양방향 서비스에 불과하며 실제로 케이블TV사업자가 양방향 통신망을 응용하여 할수 있는 서비스는 VOD와 같은 서비스에 국한될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특히 방송과 통신의 영역철폐는 장기적으로 영상소프트웨어업자들에게 유리할지 모르지만 당장은 네트워크를 장악하고 있는 통신사업자들에게 유리하기 때문에 새로운 문제점을 야기시킬 가능이 있다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기술발전과 대외개방에 따라 세계 통신, 방송산업의 변화는 불가피한 현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통신, 방송, 신문, 영상산업 사이의 진입장벽이 해소되고 있고 이같은 환경변화를 맞아 각국 사업자들은 활동영역을 크게 확대하고 있다. 21세기를 향한 세계 각국 신문, 방송 관련업체들의 다각화 움직임은 전혀 예측하지 못한 뉴미디어 서비스까지 탄생시키면서 빠른 발걸음을 내딛고 있는 것이다. 방송, 통신, 유무선의 융합현상이 보편화되고 있는 현실에서 방송 또는 통신을 영역별로 명쾌하게 분류하기 어려운 새로운 경계영역적 서비스까지 도입되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나라는 방송사업의 질서를 재편해야 할 시급한 과제를 눈앞에 두고 새 방송법은 여야의 의견대립으로 처리전망이 불투명한 실정이다. 당장 무궁화위성을 발사했음에도 위성방송을 제대로 실시하지 않아 하루 2억원을 하늘에 날리고 있음은 물론 앞으로 3백여개에 달할 외국의 위성방송에 대처할 준비도 제대로 안돼 있다.

이는 방송과 통신이 공보처와 정통부로 이원화돼 있어 국가차원에서 종합적인 정보통신정책을 추진하고 급변하는 환경에 대처하는 데 한계에 직면한 탓이 크다. 현재의 이원화된 정책수립이나 규제체제로는 급변하는 정보화시대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없다는 지적인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때늦은 감이 있지만 방송과 통신의 융합이라는 세계적 추세를 수용하기 위해 주무부처의 업무일원화 논의를 활발히 전개할 필요가 있다. 방송과 통신 주무부처의 업무일원화 논의가 자칫 특정부처의 존폐문제로 해석될까 우려하는 시각도 없지 않다. 하지만 「헛도는 무궁화위성」꼴이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더이상 늦기전에 보다 심도 있게 본격적으로 이 문제를 다루어야 한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