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기업 탐방] 미 모토롤러-불황 모르는 무선통신업계 황제

【시카고(미국)=이현덕 부국장 겸 정보생활부장】 모토롤러사는 미국이 자랑하는 일류 기업이다. 휴대전화기분야는 세계 1위이고 반도체는 세계 4위다. 무선통신기기분야의 기술은 독보적이라는 평가다.

시카고에서 50여km 떨어진 샴버그에 있는 모토롤러사는 대지가 40여만 평에 달한다. 건물마다 地番이 달라 다른 사업장을 방문할 때는 주소가 필요했다. 넓은 잔디위에 공장과 사무실 등이 흩어져 있어 마치 대학 캠퍼스 같은 분위기다.

모토롤러는 지난해까지 불황과는 거리가 먼 기업이었다. 지난 93년 1백70억 달러이던 매출액이 94년 2백20억 달러로 그리고 지난해는 2백70억 달러로 고속 성장의 행진을 계속했다. 올해 매출목표는 지난해와 같은 수준이다. 많은 기업들이 경기침체로 매출목표를 줄인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모토롤러의 경영방식은 독특한 점이 많다. 이 회사의 경영 이념은 총체적 고객만족(Total Customer Satisfaction)이다. 끊임없는 첨단 기술개발과 무결점 제품 생산, 완벽한 마케팅, 서비스 등으로 고객들을 최대한 만족시킨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연간 매출액의 910%를 기술개발비로 쓰고 있다.

모토롤러는 지난 1928년 폴 갤빈이 5백65달러로 세운 갤빈 제조회사가 모체다.

정류기를 시작으로 휴대용 핸디토키와 워키토키 등을 거쳐 50년대말에는 반도체 생산 공장을 설립했다. 이어 가전사업에도 참여했으나 70년대 손을 떼고 반도체와 휴대전화기, 무선호출기 등 유, 무선통신분야에 주력해 오늘날 세계적인 첨단기업으로 자리잡았다.

모토롤러는 고객만족을 위해 품질관리와 사원교육에 역점을 두고 있다. 지난 86년부터 품질관리를 위한 「6 시그마(Six Sigma)운동」을 벌이고 있다. 이 운동은 생산 제품 1백만개당 불량품을 34개 미만으로 줄인다는 것. 이를 위해 생산현장에는 컴퓨터를 설치해 제품의 불량률을 실시간으로 점검하고 있다. 또 해마다 전 사원들이 참여하는 고객만족 컨테스트를 열고 있다. 지난해는 6천여개 팀들이 참가해 다양한 품질개선 방안을 내놓았다. 생산현장에는 각 팀이 제안한 품질향상 방안이 복도에 게시돼 있다. 모토로라는 이같은 노력덕분에 지난 88년 미국이 제정한 말콤 볼드리 품질대상 첫 수상업체로 선정됐다.

이 회사 직원들은 모두 명함크기 만한 카드를 하나씩 갖고 있다. 사장도 예외가 아니다. 이 카드 앞면에는 총체적 고객만족이란 구호가 인쇄돼 있다. 뒷면에는 고객과 마케팅, 기술, 제품생산,서비스 등에서 직원들이 실천해야 할 항목들이 적혀 있다. 직원들은 이 카드를 보면서 고객만족에 대한 자세를 가다듬는다.

직원 교육은 연간 40시간씩 의무적이다. 모토로라 종합대학이라 불리는 연수원의 교육코스는 6백여 종. 최근에는 모토로라의 발전상을 정리한 박물관까지 개관해 시청각 교육장으로 사용하고 있다. 지난 95년 교육프로그램비로만 2억달러를 투입했다.

20개의 강의실과 40여개의 분임토의실로 된 연수원의 교육은 매우 특이하다. 주입식 교육이 아니라 분임토의식이다. 연수원은 마치 호텔같은 쾌적한 분위기지만 시계는 찾아 볼 수 없다. 시간과 무관하게 문제를 해결하도록 한다는 연수원의 방침 때문이다. 교육프로그램은 크게 교육생들을 위해 마련한 특별 교육과정과 자격증 획득 교육과정, 평생교육,외부 교육과정 등으로 나눈다.

모토로라는 이런 교육프로그램을 협력업체들한테도 제공하고 있다. 따라서 외국업체도 원할 경우 이곳에서 교육을 받을 수 있다.

모토로라는 직원들의 제안내용을 중요시 한다. 직원들은 제품생산과 판매 그리고 경영방식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수시로 개진할 수 있다. 소수의 의견이라고 무시당하지 않는다. 모토로라의 야심작인 이리듐프로젝트가 소수 의견을 수렴한 결과라는 사실은 널리 알려젼 얘기다. 모토로라는 가히 혁명적이라고 불리는 2개의 대형 위성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전 세계를 하나의 통화권으로 연결한다는 개인통신시스템인 이리듐프로젝트와 엠 스타(Mstar)라는 다른 위성프로젝트다. 이리듐프로젝트에는 36억달러를 투입한다. 모두 66개의 위성을 저궤도로 발사해 98년 9월부터 상용서비스를 시작한다는 계획이다. 서비스가 시작되면 사람들은 지상 셀룰러망과 위성통신망에 접속되는 단말기를 이용해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통신을 할 수 있다. 서비스료는 1분당 3달러로 예정하고 있다.

엠스타 프로젝트는 61억달러를 들여 72개의 위성을 저궤도에 올려 놓고 데이터 그래픽 음성을 초고속으로 전송한다는 계획이다.

세계 무선 호출기시장의 절반을 차지하는 모토로라는 최근 FLEX(무선호출규약)라는 기술을 적용한 3종의 양방향 무선호출기를 개발해 팔고 있다. 이 가운데 손바닥만한 크기의 페이저 라이터라는 제품은 무선으로 인터넷과 접속해 E메일과 팩스를 송, 수신할 수 있는 기능을 갖고 있다. 탱고라는 제품은 메시지를 보낸 사람이 수신여부를 확인할 수 있으며 컴퓨터에 접속해 자료까지 받을 수 있다. 테너라는 제품은 양방향 삐페기능에 최고 4분까지 음성을 보낼 수 있다. 미국의 코라콜라사는 이같은 무선호출기를 이용해 자판기의 재고를 파악하고 있다고 모토로라측은 설명했다.

모토로라는 또 한 개의 무선주파수 채널에서 2개 이상의 통신이 동시에 가능토록 한 디지털 주파수공용통신(TRS)기술인 아이덴(iDEN)기술도 개발했다. 한국업체와 기술이전과 관련 장비생산에 대한 문제를 협의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모토로라는 지난 1967년 한국에 반도체 공장을 설립해 한국 반도체산업 발전에 기여해 왔다. 이같은 공로로 지난 94년 로버트 월리암 갤빈 전 회장이 정부로 부터 동탑산업 훈장을 받기도 했다. 모토로라는 현재 경기도 파주에 반도체와 정보통신기기 및 핵심부품을 생산하는 공장을 짓고 있다. 또 지난해는 경부고속전철 무선시스템 공급업체로 뽑혀 샴버그에서 시스템에 대한 성능시험을 하고 있다.

인터뷰:크리스토퍼 B 갤빈 사장

모토로라 사장 겸 최고경영자 크리스토퍼 B 갤빈(47)은 창업자인 폴 갤빈의 손자다. 본사 건물 12층 집무실에서 만난 갤빈 사장은 자신에 찬 모습이었다. 그는 한글로 만든 명함을 건네며 「회사의 가장 큰 자산은 인적자원」이라고 말했다. 갤빈 사장은 수석부사장을 거쳐 지난 93년부터 현직을 맡고 있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

경영방침은.

『기업에서는 사람이 가장 중요하다. 우리는 기업에 헌신해 온 장기근속자를 최대한 우대한다. 10년이상 근로자는 장기근속자클럽에 회원으로 자동 가입된다. 이들은 그 누구도 마음대로 해고 할 수 없다. 만약 이들을 해고시키려면 회장 사장단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이는 세계 모든 직원들에게 해당된다. 또 우리는 모든 직원들의 의사를 존중한다. 자기 윗 사람과 의견이 다를 경우에는 그 다음 상급자와 상의할 수 있다. 필요하다면 사장과도 이야기 할 수 있다. 내 집무실은 언제나 열려 있다. 우리는 모든 직원들의 의견을 소중하게 생각한다.』

품질향상을 위해서는 어떻게 하는가.

『불량률을 줄이기 위한 「6 시그마 운동」과 기술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사원교육에 역점을 두고 있다. 또 전 직원이 총체적 고객만족을 위해 실천해야 할 사항이 인쇄된 명함크기의 카드를 하나씩 지니고 있다.』 그는 주머니에서 카드를 꺼내 보여 주었다.

치열한 경쟁시대와 장기근속자 우대는 다소 상충되는 측면도 없지 않은데.

『이들에 대해서도 지속적인 기술이나 품질향상 등에 대한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따라서 상충되거나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회사는 장기근속자들에 대해 소흘함이 없도록 최대한 배려하고 있다. 물론 떠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회사는 그전에 23차례 직종전환 기술훈련기회를 주고 있다』

엠스타 프로젝트에 대해 말해 줄 수 있나.

『장기적인 계획으로 현재 진행중이다.』

한국시장을 어떻게 보는가. 생산시설을 확대하고 있는데.

『 한국시장의 전망은 밝다. 특히 무선통신과 반도체 분야가 그렇다. 우리는 지난 30여 년간 한국에서 일해 온 것처럼 앞으로도 한국의 번영과 발전에 참여하고 주어진 역할에 최선을 다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