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대경] 美인텔, 인터넷 왕좌 노린다

『인터넷에도 인텔 인사이드를.』

마이크로프로세서 산업의 거인 미국 인텔이 인터넷 시대를 주도하기 위한 치밀한 계획을 착착 진행하고 있다.

인텔의 인터넷 전략의 기반엔 인터넷 이용자가 늘어날수록 컴퓨터 수요가 늘고 그에 따라 자연히 인텔 칩에 대한 수요도 증가할 수 밖에 없다는 판단이 자리잡고 있다.

실제 지난 분기에 PC의 예상외의 판매 증가에 힘입어 인텔의 순익은 월街의 예상을 뛰어 넘는 호조를 보였다.

그러나 인터넷 환경이 인텔에 기회로 작용하고 있는 것만은 아니다. 오라클이 주도하고 있는 네트워크컴퓨터(NC)진영의 출현과 이에 대한 소비자들의 높은 관심은 윈텔 진영을 뿌리채 흔들어 놓으면서 인텔을 궁지로 몰아넣을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인텔의 인터넷 전략도 이런 우려를 충분히 염두에 두고 짜여지고 있다. 선 마이크로시스템스의 NC 제품인 자바스테이션의 발표를 하루 앞두고 있던 지난달 28일, 인텔의 앤드류 그로브 회장이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 회장과 함께 인터넷 컴퓨터라 할 수 있는 「네트 PC」를 발표한 것도 이런 상황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의 하나다.

그동안 오라클 주도의 인터넷 PC인 NC를 무시하는 태도를 보였던 윈텔 진영의 입장에서 보면 네트 PC의 발표는 예상밖의 일이었다.

이에 대해 네드 PC의 발표는 윈텔 진영의 고도로 계산된 전략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말하자면 오라클 등의 NC가 윈텔 진영의 PC 아성에 직접 대항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한 방어막으로 네트 PC를 발표했다는 것이다.

따라서 네트 PC는 인텔의 인터넷 전략의 일부분에 지나지 않으며 윈텔왕국을 유지하기 위한 보다 중요한 계획들은 따로 있다는 것이다.

이같은 견해에 따르면 인텔의 인터넷 전략의 핵심은 여전히 기존 PC의 우월성을 인터넷분야로 확대하는 것이다.

그로브 회장도 이에 대해 『고객의 관심을 끌만한 요소를 제공한다면 그들은 PC 구입에 2천달러 정도는 기꺼이 투자할 것』이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이를 위해 인텔이 추진하고 있는 전략은 복잡할 정도로 다양하지만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응용 분야 등으로 대별된다.

이중 특히 관심을 끄는 것은 소프트웨어 전략이다.

앞으로 인터넷을 통한 단순 자료의 전송이 NC를 통해서도 얼마든지 가능해져 고객들이 굳이 값비싼 PC를 찾지 않게 되는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을 인텔도 인식하고 있다. 때문에 인텔은 고성능 PC가 인터넷 활용의 수단으로 선택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화상회의, 인터넷 전화, 3차원가상현실을 즐길 수 있는 소프트웨어로 승부한다는 전략이다.

이들 소프트웨어 기능을 제대로 활용하려면 펜티엄급 정도의 고속, 고성능 마이크로프로세서가 필요하기 때문에 인텔의 시장 지배력을 유지할 수 있는 수단이 될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려 있는 것이다.

인텔은 이와 병행해 시장 개척을 통해 인터넷 시대에 걸맞는 새로운 사업 영역을 구축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이미 온라인 쇼핑 분야 진출을 위해 트루밸류 하드웨어라는 업체와 공동 작업을 하고 있으며 웹정보를 특수 TV 수신기를 갖춘 PC에 자동 전송하는 인터캐스트 영역을 개척하는 것 등이 계획에 포함돼 있다.

이와 관련, 인텔은 전자 상거래 분야의 사이버캐시, 웹출판업체인 C/Net을 포함한 10여개의 인터넷 소프트웨어 및 정보 개발 업체들에 지금까지 7천만달러를 지원, 실리콘 밸리의 10대 벤처기업 투자가로 부상했다.

인텔의 이같은 인터넷 전략은 하드웨어 영역인 칩 설계분야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MMX(멀티미디어 익스텐션) 기술을 채용, 3차원 애니메이션 및 동화상을 표현할 수 있는 펜티엄 및 펜티엄프로의 새 버전을 내년초 발표할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PC를 이용해 인터넷상에서 멀티미디어 프로그램들을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게 돼 윈텔 PC를 멀티미디어 통신 수단화하겠다는 그로브 회장의 구상이 보다 구체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일부에선 내년 중반께면 인텔의 모든 펜티엄 PC에 화상회의 기능을 부가하는 것도 가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멀티미디어 프로그램을 네트워크를 통해 PC로 전송하기 위한 기반 시설이 취약한 실정에서 인텔의 이런 노력들이 기대하는 만큼의 성과를 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인텔도 이같은 문제를 인식하고 대용량의 프로그램과 소규모 프로그램을 원격지 서버와 고객의 PC에 분산 저장해 놓는 혼성 응용프로그램 개발등 다양한 대책을 모색하고 있다.

<오세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