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2000년 문제 해결 서둘러야

2000년이 불과 3년 앞으로 다가왔다. 2000년은 1백년 단위의 세기(Century)의 시작보다는 천년기(Millennium)의 출발이라는 더 큰 의미로 우리 앞에 다가오고 있다.

그러나 전산시스템을 개발공급하는 컴퓨터업계는 물론 이를 사용하는 기관들에는 골치아픈 걱정거리가 생겨 비상이 걸렸다. 컴퓨터 개발초기 부족한 저장공간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 프로그래머들이 연도 코드를 두자리로 표기한 것이 화근의 발단이다. 기존 컴퓨터들은 「1996」년을 「96」으로 읽는 관계로 2000년이 되면 「00」을 「1900」으로 인식하는 오류를 범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같은 컴퓨터상의 오류를 바로잡기 위한 일련의 프로젝트가 「YEAR 2000」이다. 그러나 2000년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어간다. 2000년 문제에 대한 해결책이 마련되지 않을 경우 각종 은행전표, 이자지급, 연금계획, 배달날짜, 항공통제 레이더는 물론 방어체제에까지 영향을 미쳐 사회적인 대혼란이 빚어질 수도 있다. 행정기관은 물론 금융기관, 항공사, 전화회사 등 전산시스템을 운용하는 기관들이 긴장하게도 됐다.

따라서 컴퓨터업계는 앞으로 적어도 2∼3년 안에 대응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하고 사용자그룹도 예상되는 문제를 사전 검점해 이를 제거할 수 있는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해야만 한다. 이제 준비뿐 아니라 검색해 볼 시간적 여유조차 별로 없는 것이다. 일정상으로 보면 적어도 2년 안에 각종 장치를 마련하고 나머지 1년동안 이들 장치가 완벽한지 여부를 시험해야 하기 때문이다.

컴퓨터업체들 중에서는 국내 진출해 있는 주요 외국계 중대형 업체들이 고객들을 대상으로 2000년 문제 해결방안을 협의하고 있다. 이들 업체가 내놓은 2000년 문제 해결방안으로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동시에 대체 또는 조정하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IBM의 경우 메인프레임에서 워크스테이션에 이르는 모든 하드웨어 플랫폼을 2000년에 대비해 재조정하고 시스템별 운용체계용 개발키트와 2000년 표기가 가능한 응용 소프트웨어를 국내 고객에 지원한다는 방안을 내놓고 있다. 다른 업체들도 2000년 문제에 관한 한 IBM과 대동소이한 절차를 밟을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국내 사용자그룹들이 컴퓨터업체들이 내놓는 대응책만 믿고 있을 수 없다는 데 있다. 2000년 문제를 해결하는 대응작업은 일반적으로 사전조사와 준비작업, 애플리케이션 프로그램의 상세분석, 수정, 시험, 실행 등의 순서를 거쳐야 한다. 한국정보산업연합회 등 관련단체 물론 일반 기업들이 대응책 모색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도 일면 간단한 것 같은 문제에 이같은 복잡한 업무 프로세스가 내재돼 있기 때문이다. 한국정보산업연합회가 최근 업계, 학계 전문가들로 구성된 「2000년 연구회」(가칭)를 발족하고 이 문제에 대한 인식확산과 프로그램 수정에 따른 제반비용 부담 등 관련기준을 제정키로 한 것은 때 늦은 감은 있으나 우리 업계가 2000년 문제를 실체적으로 접근하는 데 본보기를 제시해 준다는 점에서는 의미가 크다.

컴퓨터의 연식 코드를 바꾸는 방법론이 간단하다 해서 결코 준비를 소홀히 해서는 안된다. 현재까지 국내외적으로 여러 해결책이 제시되고 있지만 실제로는 시간이 없는 관계로 그렇게 만만한 사안이 아니다. 전산시스템은 물론 전반적인 업무흐름까지 점검해 실행에 차질이 없도록 해야 하기 때문이다.

아직까지 정부 차원에서는 이렇다 할 처방전이 나와 있지 않다. 그만큼 이 문제에 대한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이야기밖에 안된다. 올해 한국전산원의 국정감사에서 이 문제가 언급돼 경각심을 높였다는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정부가 2000년 문제 해결책 마련에 적극 나서줄 것을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