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지금] 중국 SW업계, 미국업체 공세에 대응전략 부심

중국의 소프트웨어산업은 운용체계나 데이터베이스(DB)분야에서는 선진국과 경쟁해 이길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 이를 포기하고 몇 년 전부터 중국어 처리 소프트웨어에 중점을 두어 왔다.

그 결과 이 분야에서는 많은 성과를 거두었고, 이를 토대로 중국업체들은 광대한 중국시장에서 높은 점유율을 보이고 있으며, 아시아에서 한자를 사용하는 지역으로도 비교적 활발히 진출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가 중국어판 소프트웨어를 앞세워 이 시장공략을 강화함에 따라 중국 현지업체들은 바짝 긴장하며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중국 컴퓨터신문」은 「MS의 중국어 소프트웨어시장 공략을 앞두고 국내 산업은 어디로 갈 것인가」라며 우려를 나타냈고, 소프트웨어 발전방향을 게임용으로 돌려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되기도 했다.

미국 업체들이 아무리 중국어 소프트웨어를 개발한다 해도 현지업체들의 수준에는 못따라 올 것이라는 장담이 무색해 지게 된 것이다.

이러한 가운데 전문가들은 미국 업체들의 공세에 대응해 더욱 장기적인 안목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다시 말해 개방경제시대에 맞게 시야를 넓혀 기술적인 장점을 살리고 외국업체들과의 경쟁에 적극 나서 시장점유율을 끌어올려야 한다는 주장이다. OS나 DB분야에서도 지금은 선진국의 기술수준과 비교할 수 없다 하더라도 전문분야의 소프트웨어 개발이나 서비스에서는 외국업체들보다 우세하기 때문에 이 부문을 적극적으로 육성하면 MS의 공략을 이겨낼 수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지난해 MS의 중국시장 매출이 25억달러 정도로 아직 IBM의 절반에도 못 미치며, 미국의 10대 소프트웨어업체 외에도 수많은 중소업체들이 중국시장에서 생존해 나가고 있다는 사실에서 앞으로 성공 가능성은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 중소 소프트웨어업체는 중국의 대도시 수요뿐만 아니라 날로 성장하고 있는 지방 기업들의 수요에도 눈을 돌리는 한편 미국을 비롯한 세계 시장으로의 진출을 모색하며 발전의 기틀을 다지고 있다. 실제로 기술이 미국업체들보다 앞서 오히려 그 시장에 진출한 업체들도 있다.

杭州市의 天利 자문공정 서비스회사는 국내시장의 개척에 총력을 기울이는 한편 해외시장에도 진출한다는 목표 아래 6개월만에 6개의 소프트웨어제품을 개발, 미국시장에 출시했다.

이들 6개제품 중 「자바 회의센터시스템」은 미국 PTYX社가 주문해 자사 인터넷 웹서버에 채용하고 있고, 영상회의시스템은 미국 퓨처랩이 자사 「토크쇼」제품에 채용했다. 또 「웹방문통계시스템」은 미국 루크먼社로부터 주문을 받았고 스파이글라스와 실버社와도 주문협상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맥PC용 도형전환시스템은 퓨처랩이 IBM기종과 매킨토시를 호환시키는 핵심기술로서 「토크쇼」제품에 채용, 사용하고 있다. 이와 같이 天利社 외에도 소프트웨어를 외국에 수출하는 업체는 많다. 이러한 과정은 하드웨어시장의 전개와도 비슷하다. 중국이 개방정책을 본격적으로 실시하기 전에 중국의 하드웨어산업의 규모는 그리 크지 않았지만 자국업체들의 시장점유율은 높은 편이었다. 그러다 개방정책이 실시되면서 값싸고 품질좋은 하드웨어 제품이 미국과 일본에서 밀려 들어와 중국의 하드웨어산업은 곤경에 처하게 됐고, 적지 않은 업체들이 도산하기도 했다.

그러나 외국업체들의 공세 속에서도 長城그룹이나 聯想그룹, 太極그룹 등 많은 컴퓨터업체들은 경쟁력을 향상시켜 살아 남았다.

이와 같이 중국 소프트웨어산업도 MS 등 대형업체들의 공략을 계기로 기술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리고 나아가 세계 시장의 전진기지로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이 강력히 제기되고 있다.

<베이징=고희규 통신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