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비전을 비롯하여 디오, 위성망, 케이블TV 등을 위한 프로그램 시장이 멀티 미디어 붐과 함께 러시아에서 뜨겁게 달아 오르고 있다.
경쟁의 주역들은 공중파 채널을 갖고 있는 러시아의 대형 텔레비전 방송국들이다. 이들은 앞다퉈 기자 회견을 자청, 「모 텔리비전 방송국이 멀티미디어 시장에서 프로그램을 가격을 턱없이 높혀 가격 경쟁을 부추기고 있다」고 비난하기도 하고, 다른 업체가 맺은 멀티 프로그램 공급 계약을 중간에서 가로 채기도 한다. 또 프로그램을 공급받아온 국내외의 중간 업체들을 재치고 외국의 프로그램 제작자와 직거래를 터는가 하면 제작자와 프로그램을 공통 제작하는 계약을 체결하기도 하는 등 성장 세를 보이고 이는 멀티미디어 프록램 시장에서 다투어서 시장선점을 노리고 있다.
요즘 러시아의 멀티 미디어 프로그램 시장에서 민기있는 제품은 대부분 음악 프로그램들로 비틀즈에 관한 필름이나 그를 「퀸」에 관한 다큐멘터리 필름이 성황리에 방영되고 있다. 이들 프록램들은 부르는 게 값이라는 지적이 많다. 말하자면 복고풍의 프로그램들이 인기인데, 필리핀 출신의 프레디 머큐리가 나오는 필름도 대단한 인기를 누리고 있다. 영화 필름 또한 다소 지나간 필름이 인기가 있다. 로버트 저매키스의 「미래로의 여행」이나 영국의 첩보 간첩 제임스 본드를 주인공으로 하는 007시리즈가 각종의 멀티 미디어 매체를 타고 안방에 파고들고 있다.
멀티미디어 프로그램에 대한 수요가 높자 수 많은 판매 대리상들과 채널 업자들이 생겨서 가격 경쟁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또 저작권을 무시하고 프로그램을 무단으로 복제해서 전국의 크고 작은 공중파 방송국이나 케이블 텔리비전 방송국에 공급해주는 해적 행위 전문 기업들도 생겨나서 시장 질서가 더 어지러운 상황이다. 이들 해적판 전문기업들은 아예 번듯한 사무실과 고가의 장비를 갖춰놓고 품질이 좋으면서 가격도 싸지않은 복사본 제품들을 수요자들과 정식공급 계약을 맺고 전국에 공급하고 있다.
멀티미디어 시장이 달아오르는 것은 광고시장 때문이라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보다 좋은 프로그램을 확보하여 시청자들을 자기 채널에 묶어 두어야 광고주들의 주목을 받고 그 결과 전반적인 광고 단가를 올릴 수 있기 때무이다. 실제로 대표적인 비공영 방송국인 NTV는 1997년 말까지 방영할 모든 프록램을 확보해 놓고 수입 프로그램의 가격을 일제히 높히는 경쟁에 뛰어 들고 있어 빈축을 사고 있다. 이에 대해 NTV의 프로그램 수입 책임자인 안드레이 갈라바노프는 『우리가 프로그램 가격을 일부터 올리는 게 아니라 가격은 프로그램을 찾는 수요자가 늘면서 시장 원칙에 따라 자연적으로 상승하고 있다』면서 다소 느긋한 표정이다.
공영 방송구인 「러시아 텔리비전」도 그동안 「산타 바바라」라는 미국의 연속극을 공급받아온 뉴 월드 사와 공급 계약을 재체결하는 한편 뉴 월드사와 「산타 바바라」 시리즈를 공동으로 제작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국영 중앙 텔레비전 방송국인 「오스탄키노」 또한 중간의 공급 업자를 배제하고 직접 서구의 프로그램 제작자들과 직거래를 터고 있으며, 다소 인기가 떨어져 가는 멕시코 드라마의 수입 중단을 검토하고 있다. 오스탄키노 방송국은 미국의 MGM사나 MCA 유니버설 사와 모종의 예비 계약을 체결했다는 소문인데, 구체적인 계약 내용은 밝혀지지 않고 있다. 러시아 전역을 대상으로 위성 방송을 하고 있는 오스탄키노 방송국은 앞을 비디오 시장과 케이블 텔레비전 시장을 겨냥, 자사가 확보하는 프로그램을 제품들을 그들 시장에 맞게 가공하여 공급한다는 계획도 세워놓고 있다.
한편 컴퓨터 그래픽을 활용한 애니메이션 계열의 만화 영화들이 러시아 시장에서 인기가 있을 전망이어서 일본 업체들이 이 시장을 주시하고 있다.
【모스크바=김종헌 통신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