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 대장, 이 부근의 전화는 모두 두절되어 가스회사에 연락할 수가 없소.』
『우리 소방서 지령실에서 무전으로 가스회사 소재지의 소방서에 연락하도록 조치했소. 그 이전이라도 도면이 확보되어야 할텐데. 지금 지하철 운행은 어떻게 되고 있습니까?』
『정지시켰소. 우리 구조대가 시청에서 종각 쪽으로 투입되었고, 경복궁에도 투입되었소.』
『우리대원 일부도 지금 종각역과 지하상가로 투입되었소.』
심재학 대장은 현장을 다시 한 번 살펴보았다. 길가 양옆의 환풍구에서 연기가 치솟고 있었고 시청쪽과 경복궁쪽, 심재학 대장이 지나온 종로쪽 길 한복판에서는 줄지어 불꽃이 솟아오르고 있었다. 맨홀 뚜껑을 여는 순간 잠자고 있던 불길이 외부의 산소와 결합하여 거센 불꽃으로 살아나고 있는 것이었다. 소방관들이 뿜어대는 물줄기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불꽃은 검은 연기와 함께 솟아올랐다.
『이 대장, 어떻게 진화할 예정입니까?』
『이미 불길을 잡기는 늦은 듯하오. 불길이 조금 사그라질 때까지 기다려야 할 것 같소.』
『더 번지지 못하게 해야 할텐데.』
『지금 맨홀 뚜껑을 열어놓고 있으니까 불길이 미치지 않은 곳을 확인할 수 있을 거요. 불길이 번지지 않은 곳은 더 이상 번지지 않도록 할 것이오.』
『이 대장, 먼저 맨홀 도면을 봅시다.』
심재학 대장은 진압대장의 지휘 차량으로 올라섰다. 한국전신전화주식회사 직원이 도면을 챙기고 있었다.
『한국전신전화주식회사에 근무하는 김 대립니다.』
『아, 그래요? 나는 구조대장이오. 먼저 대략적인 통신 맨홀 구조를 설명해 주시오.』
『예, 이곳 광화문 네거리의 맨홀은 우리나라 통신망이 집중되어 있는 공동 통신구입니다. 지하철 1호선과 2호선, 3호선, 5호선이 이곳에서 분리되었습니다. 4호선도 이곳에서 분리되어 서울역 쪽으로 빠졌습니다.』
『맨홀에서 분기된 통신구의 크기는 얼마나 됩니까?』
『일정하지는 않지만 가로 세로 4미터 이상씩 됩니다. 중간중간에 건물의 케이블 인입을 위한 깊은 맨홀이 있습니다.』
『맨홀 속에는 무엇이 들어 있죠? 케이블만 들어 있습니까?』
『예, 일단 통신케이블이 가득 들어차 있습니다. 거기에서 화재가 발생한 듯합니다. 화재원인은 전혀 감이 안 잡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