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온라인시장 美업체들 격전장

유럽 온라인서비스시장이 미국업체들의 격전장이 되고 있다. 자국시장에서 1, 2, 3위를 달리고 있는 아메리카온라인(AOL), 컴퓨서브, 마이크로소프트네트워크(MSN) 등 미국의 상용 온라인서비스들이 대서양 건너 유럽으로 장소를 옮겨 다시 일전을 겨루고 있는 것이다.

이들 서비스업체는 자국에서는 다소 부진한 실적을 올리고 있다. AOL과 컴퓨서브가 최근 3개월동안에 각각 3억5천4백만달러와 5천3백만달러의 적자를 기록했고 MSN역시 지난 3년동안 총 10억달러 정도의 손실이 있었다. 그러나 이와는 대조적으로 이들은 온라인 신대륙(?) 유럽에서는 상당한 호조를 보이고 있다. 이를 두고 유럽업계에서는 『미국업체들이 유럽에서 갱생의 길을 걷고 있다』고 표현할 정도.

컴퓨서브는 자국시장에서 AOL의 공세에 밀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유럽에서는 지난 5년동안 거의 독주하다시피 한 1위를 빼앗기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하는 입장. 이 회사는 지난 3개월간에만 유럽에서 5만6천명의 가입자를 추가했고 현재는 이 지역 가입자수가 85만명을 헤아리고 있다.

자국에서 7백만 가입자를 확보한 채 컴퓨서브를 거의 2배 가량 앞서면서 여유있는 선두를 달리고 있는 AOL은 유럽에서는 겨우 출발선 상에서 벗어난 입장이다. 독일 베텔스만과 제휴해 올해 영국을 비롯한 독일, 프랑스에서 서비스에 나선 AOL은 현재 이 지역 가입자수가 25만명이지만 조만간 이를 큰 폭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 태세를 갖추고 있다.

또 MSN의 경우 요금정액제 서비스를 도입했다. MSN은 현재 전세계적으로 1백80만명의 가입자를 갖고 있지만 영국에서는 8만명밖에 되지 않고 그나마 독일과 프랑스에서는 이보다 더 적다. 하지만 이들은 윈도95의 출시를 계기로 폭발적인 가입자 증가에 기대를 걸고 있다.

이처럼 미국업체들이 유럽에서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두고 있는 원인은 이들의 영업전략에 있다. 이들은 유럽 내 온라인 이용자들의 구미에 맞는 뉴스와 정보서비스 제공을 최우선으로 한다. 이를 위해 적잖은 투자가 선행된 것은 물론이다. 이들 미국업체는 『이제부터는 지역특성에 맞는 콘텐츠 개발에 주력할 때』라고 강조한다.

이에 따라 토착 프로그램 마련은 물론 유럽시장의 비중을 높이고 있다. 컴퓨서브는 미국과 유럽시장을 대등하게 간주, 사업을 전개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MSN도 지역 서비스를 보다 충실히 하겠다고 밝혔고 AOL은 유럽시장을 겨냥한 사업전략을 들고 나올 전망이다.

한편 유럽업체라고 해서 미국업체들이 자신의 텃밭에서 활갯짓하고 다니는 것을 수수방관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유럽인들은 자신의 정서를 이해하는 서비스 제공을 희망하고 있고 이를 미국업체보다는 역내업체들이 실현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상당한 투자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서비스는 왠지 많은 유럽인에게 정신적 공복감을 준다는 것이다.

이는 전반적인 인터넷부문 불균형에서 비롯되는 면도 있다. 『런던을 검색하면 캐나다 온타리오주의 런던이 뜨고 파리를 검색하면 텍사스의 패리스가 뜬다』는 것이 유럽 내 이용자들의 하소연섞인 불만이다. 온라인부문에서 미국에 대한 소외감이 심화되고 있는 반증이기도 하다.

또 한편 유럽에서 온라인서비스가 미국보다 활성화되지 못하는 이유는 상대적으로 낮은 유럽의 PC보급률에도 있다. 유럽에서 보급률이 비교적 높은 영국이나 독일의 경우 여섯집 가운데 한집이 PC를 갖고 있다. 이는 미국의 절반에 해당하는 수치. 유럽 업계 관계자들은 역내 PC보급률 증대부터 선행돼야 한고 강조한다.

결국 PC의 보급과 아울러 지역특성에 맞는 콘텐츠 개발이 동시에 이뤄져야 유럽의 온라인시장이 성장할 수 있고 이렇게 돼야 온라인부문에서 유럽의 정체성을 확립할수 있게 된다는 지적이다.

유럽의 낙관론자들은 프랑스의 인포니같은 역내 온라인서비스의 출범 및 해외업체들과 제휴를 맺고 시장에 진출한 영국의 버진텔 등이 유럽 온라인시장 활성화에 기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의 성공은 또 앞으로 유럽업체들의 시장참여에 가늠자가 될 가능성도 내포하고 있다.

유럽 온라인서비스시장은 오는 2000년 10억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아직은 여러 측면에서 뒤지고 있는 유럽업계지만 지금은 본격적인 경쟁의 시기가 아니라는 것이 이들의 항변이다. 21세기가 되면 지금처럼 호락호락하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이는 또한 온라인부문에서조차 미국의 우월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유럽의 자존심바랜 안간힘으로 비쳐지기도 한다.

〈허의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