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맨홀 (63)

화재 현장과 통신을 끝낸 김지호 실장은 부하율 감시 시스템의 모니터를 확인했다. 영등포 시외교환기의 부하율은 많이 떨어져 있었으나 전국 각 교환기의 부하율은 많이 상승되어 있었다.

『한 과장, 동대문지점에서 아직 연락 없나?』

『신설동지점에서 출발했다는 보고는 받았지만 아직 도착보고는 받지 못했습니다. 교통이 많이 막혀 있을 것입니다.』

『그래, 연락 오면 내게도 연락해 주게.』

『실장님, 각 지방의 시외교환기에 호 손실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지방에서 발신되어 서울로 착신되는 호의 손실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손실률이 얼마나 되지?』

『각 지점 시외교환기의 손실률이 20%를 넘어섰습니다. 특히 인천지점의 시외교환기는 60%를 넘어섰습니다.』

『정리된 데이터 있나?』

『예, 지금 바로 출력시키겠습니다.』

한 과장이 붉은 빛이 번쩍거리는 부하율 감시 시스템 밑에 있는 단말기의 마우스를 클릭하자 즉시 프린터가 데이터를 뱉어 내기 시작했다.

『실장님, 여기 있습니다.』

김지호 실장은 한 과장이 건네주는 데이터를 확인했다. 인천지점 시외교환기의 손실률이 65%를 나타내고 있었다. 수원지점과 대전지점, 대구지점과 부산지점 시외교환기의 손실률도 20%를 넘어서 있었다. 인천지역의 경우 시외전화를 걸기 위해 시도한 호 중에 65%가 통화할 수 없는 상태로, 맨홀 화재로 통신회선이 끊겨 서울로 들어오는 호가 차단되면서 주변지역 통화에까지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이다.

『한 과장, 각 지역 시외교환기 운용실장 불러서 회선 조정시켜. 손실되는 호 정확하게 파악해서 교환기 자체의 프리픽스로 조정하라고 해!』

『인천지점 시외교환기는 어떻게 할까요?』

『수원 시외교환기로 우회시켜!』

『수원으로요?』

『수원회선 부족하면 사고회선에서 벗어나 있는 원주 쪽 교환기 이용하고.』

통제실과 각 지점의 교환실과는 비상통화장치가 설치되어 있었다. 교환기를 원격 운용할 수 있는 비상 회선과는 별도로 운용자들과 통화할 수 있는 장치로, 해당국의 고유번호를 입력시키고 호출버튼을 누르면 즉각 통화가 가능하게 되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