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진단] DVD와 저작권

우여곡절 끝에 DVD가 출시됐다. 한 발 앞서 실용화된 디지털 위성방송과 함께 이제 디지털 영상 소프트웨어가 유통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졌다.

영상 소프트웨어의 디지털화로 얻을 수 있는 기술적인 이점은 3가지로 집약할 수 있다. △데이터 압축기술을 이용할 수 있고 △부가기능을 추가하기 쉬우며 △복사해도 화질이 약화되지 않는다는 것 등이다.

디지털화가 이루어지면 MPEG2 등으로 대표되는 데이터 압축기술을 이용할 수 있다. 실제 DVD에서는 MPEG2의 적용으로 데이터의 양을 줄이는 동시에 아날로그에 의한 기록보다 화질을 높이는 데 성공했다. 업체들은 DVD가 레이저디스크보다 해상도가 높다는 것을 소비자에게 홍보하고 있다. 디지털 위성방송에서는 압축기술을 채택하는 것으로 다채널화를 실현하고 있다.

디지털화는 인터액티브 소프트웨어의 제작과 영상 소프트웨어의 내용을 보강한 부가정보의 제공도 쉽게된다. DVD에는 복수의 각도로부터 투영된 화상을 재생할 수 있는 멀티앵글기능과 다른 이야기를 즐길 수 있는 멀티스토리기능이 갖춰져 있다. 한편 디지털 위성방송은 프로그램 영상과 동시에 프로그램 안내데이터를 보내는 것도 가능하다.

이에 반해 「약화되지 않는 복제」를 할 수 있는 이점은 일반 사용자들에게는 해당되지 않는다. 오히려 아날로그시대보다도 복사를 제한하는 제약이 더 많다. 디지털 위성방송 및 DVD의 실용화에 대응한 할리우드 영화사들의 조치 때문이다.

디지털 위성방송의 경우 영화 한 편마다 요금이 부과되는 PPV(Pay Per View)방식의 프로그램에서는 디지털 위성방송 튜너에 내장된 복제방지기능이 작동해 아날로그 VCR에 대한 녹화를 제한할 수 있다.

DVD에는 다음의 3가지 복제방지기능이 채택돼 있다. 데이터에 스크램블을 걸어 디스크에 기록하는 것과 DVD롬 장치로부터 타 장치에 데이터전송을 제한하는 방식, 아날로그 VCR에 대한 녹화를 제한하는 방식 등이다.

이는 음악분야에 비해 매우 강력한 대응이다. 음악에서는 SCMS(Serial Copy Management System)이라고 불리는 구조를 채택하고 있다. 이것은 디지털로 녹음된 소프트웨어의 경우 디지털로 1회 녹음할 수 있지만 녹음된 것으로부터 다시 복제하지 못하도록 기술적으로 제한하는 구조다. 따라서 일반인들의 일상적인 녹음에서는 아날로그에 비해 녹음 자체를 막는 특별한 제한은 없다.

DVD에는 복제뿐만 아니라 재생기능에 대해서도 일부 제한되는 것이 있다. 「지역코드」가 바로 그것이다. 이것은 미국 지역코드가 부여된 디스크를 미국에서 구매해 일본에서 판매되고 있는 DVD 플레이어로 재생할 수 없게 하는 것이다. 플레이어도 함께 미국에서 가져와야 하지만 이번에는 일본에서 판매되는 소프트웨어를 재생할 수 없게 된다.

퍼펙TV와 같은 디지털 위성방송에도 같은 시스템이 적용되고 있다. 프로그램 공급자가 원한다면 송신지역을 제한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그러나 현재로는 송신지역을 제한하기를 원하는 프로그램 공급자는 없다.

아날로그로부터 디지털로의 기술흐름 속에서 기기사용자들이 이용할 수 있는 기능은 오히려 좁아지고 있는 것이다.

디지털 녹화의 제한은 대체로 강력하게 될 것이다. 디지털 녹화에 관한 기술은 이미 실용화단계에 들어섰다. 예를 들면 6.35 폭의 데이터를 사용하는 DVD규격에 근거한 디지털 비디오카메라는 이미 제품화하고 있다. 그러나 저작권문제에 대한 배려 때문에 거치형 디지털 VCR 형태로는 미국과 일본 어느 곳에서도 판매되지 않고 있다.

이와는 별도로 디지털 녹화가 가능한 DVD롬 규격화도 진행되고 있다. 빠르면 97년 중에 디지털 위성방송 등으로부터 녹화가 기술적으로 가능하게된다. 영화사에서는 이같은 디지털 녹화기기로 영상 소프트웨어를 녹화하는 것을 강하게 제한하고 있다.

영상 소프트웨어는 DVD나 DVD규격으로 녹화된 테이프, 여기에 방송계의 디지털 위성방송이라는 형태로 제공될 것이다. 영화회사는 이같은 디지털 영화 소프트웨어의 디지털 녹화나 아날로그 녹화 모두를 제한할 것을 고려하고 있다. 또 VHS방식 아날로그 소프트웨어에서의 디지털 녹화도 제한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저작권자의 권리를 보호하는 보상금제도는 현재 디지털 녹음, 녹화기기 및 녹화 모체의 가격에 미리 저작권료를 붙이는 방식으로 존재하고 있다. 음악의 경우 이 제도를 전제로 미니디스크(MD) 및 디지털 오디오 테이프레코더(DAT)라는 디지털 녹음기기가 판매되고 있다. 그러나 영화사들은 단순하게 이 제도에 근거해 보상금을 부과하는 것으로 디지털 녹화기기의 판매를 인정하겠다는 생각은 없다.

할리우드 영화사들은 극장, 비디오 소프트웨어, PPV, 유료채널, 무료채널 등의 프로그램에 대한 소프트웨어 제공시기를 차별화하는 것으로 1개 타이틀의 매상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리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이른바 윈도전략이다. 영화회사가 소프트웨어를 제공하지 않는다면 DVD 플레이어는 「쓸모 없는 상자」가 된다. 영화회사를 납득시켜야 할 필요가 있는 기기 제조업체들은 그들의 요구에 따라 재생기능을 제한하고 있다.

과거 베타맥스 방식의 VCR가 등장했을 당시, 영화회사는 저작권 침해로 기기업체들을 고소했다. 이때 기기업체들은 철저하게 대항해 승소했다. 그결과 가정용 VCR가 보급돼 영화사들도 렌털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영상 소프트웨어시장을 개척할 수 있었다. 그러나 현재의 DVD는 아날로그시대의 사업형태를 유지하기 위해 기술적인 제한을 부가한 적당한 형태가 되고 있다.

음악분야에서는 새로운 디지털기술을 살린 서비스가 이미 활발하게 개척되고 있다. 디지털 영상분야에서도 발상을 전환해 「복제가 쉽다」는 디지털화의 이점을 충분히 살린 영상 소프트웨어 서비스의 길을 모색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박주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