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애플 컴퓨터가 홈PC시장에서 화려한 재기의 날개를 펼수 있을까? 이런 점에서 애플에게 올 크리스머스 성수기는 여느해와는 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지난 가을부터 공격적인 시장전략으로 재기를 노려 온 애플에게 있어 올 크리스머스기간이야말로 앞으로 재도약의 가능성을 판가름할 수 있는 시험기간이 되기 때문.
한해 홈PC시장의 최대 수요가 몰리는 성수기인데 다 지난 9월 마감된 97 회계연도에서 98억달러에 이르는 전체매출의 30%를 차지할 정도로 중요한 부분인 만큼 애플로서는 이 시기가 지난 몇달간 꾸준히 추진해 온 정상화노력이 결실을 맺느냐 아니면 다시 주저앉고 마느냐 하는 중요한 기로이기도 한 것이다.
지난 94년 시장점유율 15%를 정점으로 지난해 14%에서 올해 중반 다시 8.5%까지 밀려남에 따라 애플은 이제 더 이상 물러설 때가 없다는 심정이다.
이른바 「맥 로열리스트」라고 하는 매킨토시 애호가들이 하나 둘씩 떨어져 나가고 소프트웨어 개발업체들도 마이크로소프트(MS)와 인텔의 「윈텔시스템」으로 방향을 돌리고 있는 상황에서 애플은 이들의 발길과 관심을 다시 돌이킬 필요성을 절감했던 것이다.
이에 따라 애플은 그동안의 고가정책을 과감히 버리고 보다 적극적인 가격과 마케팅,그리고 관리정책으로 경쟁력 만회에 총력을 기울이기 시작했다.먼저 과거 2천1백달러이하의 가격대에서는 찾아볼수도 없던 퍼포머기종을 1천5백달러까지 내렸다. 160MHz 파워PC를 장착한 「퍼포머 6360」도 1천4백99달러라는 파격적인 가격에 내놓았다.
이 결과 매킨토시 전문 유통업체인 컴퓨터웨어의 경우 지난 10월 퍼포머기종의 가격을 30%까지 내린 결과 매출이 20%가 증가했고 맥 통신판매업체인 멀티플 존 인터내셔널社도 가격인하 이후 주문이 3배나 늘어났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유통정책에서도 과감한 개혁을 단행했다.
애플은 지금까지 모든 중소유통업체들에게까지 직접 제품을 공급하던 정책에서 전환,25개의 대형 유통점들과만 거래를 하는 한편 그동안 유통업체들에게 불만을 사왔던 반품량 제한조치를 없애고 이들에게 자율권을 대폭적으로 부여함으로써 관계개선에 적극 나섰다.
이에 따라 컴프USA나 베스트 바이등과 같은 대형 유통업체들만 애플에서 직접 제품을 공급받고 소형유통점들은 디스트리뷰터를 통해 공급받음으로써 제품을 원활히 유통시킬 수 있게 했다.
그리고 퍼포머 구형모델의 경우 소매업체들에게 리베이트를 제공함으로써 이의 판매를 지원하는 노력을 보이고 있다.
이와 함께 1천만달러를 투입,전국 소매점에 대형 포스터와 브로셔,구매 안내 책자를 비치해 놓고 맥용 소프트웨어 판매를 촉진하는 한편 대대적인 광고로 수요를 불러 일으키고 있다.애플은 무엇보다 홈PC시장에서 교육용 수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그들의 조사에 의하면 홈PC 구매자의 73%가 학교다니는 자녀들을 두고 있으며 이들중 80%가 첫번째 구매동기를 자녀들의 학습에 필요해서라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매킨토시가 학교에서 아직 강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을 이용,자녀들의 학습용 수요를 적극 공략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아멜리오회장의 적극적인 회생노력으로 지난 2.4분기(1∼3월) 7억4천만달러의 적자를 기록했던 재정상태도 급속히 호전되고 있고 내년부터는 흑자로 돌아설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기업이미지도 크게 좋아지고 있는 점등이 올 크리스머스시즌 매출에 희망의 빛을 던져 주기도 한다.
그러나 낙관하기는 아직 이르다.최근 컴퓨터 유통점이나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매킨토시에 대한 낮은 선호도는 애플을 여지없이 실망시켰기 때문.
크리스머스시즌 자녀들에게 줄 선물로 컴퓨터를 구입하려는 고객의 대부분이 자녀의 학교에서 매킨토시를 교육용으로 사용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의 선택의사가 없다는 응답이었다.
매킨토시에서 사용할수 있는 소프트웨어가 별로 없다는 것이 중요한 이유였다.
더구나 갈수록 험난해 지고 있는 홈PC시장도 애플이 헤쳐나가야 할 환경이다. 컴팩을 비롯해 휴렛팩커드(HP),IBM등 PC시장에서 내로라 하는 업체들이 이 시장에 대한 공세의 끈을 늦추지 않고 있기 때문. 특히 컴팩은 올들어 지난 3월까지 홈PC부문에 지난해 같은 기간의 2배인 6천만달러의 광고비를 쏟아 부어 대대적인 수요몰이에 나서기도 했다.게다가 올 크리스머스에는 일본 소니와 도시바까지 이 시장에 가세,경쟁의 불길은 거세지고 있다.
그러나 애플은 가을부터 추진해 오고 있는 가격과 마케팅노력이 올 크리스머스시즌에는 성과를 나타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애플의 한 간부는 지금부터 시작이라고 단언한다.지금까지의 힘겨운 노력은 마침내 내년부터 본격적인 결실을 거둘것이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구현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