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의 파도가 세계 소프트웨어산업을 강타하고 있다.
정보산업 전반을 뒤흔들고 있는 인터넷 환경은 지난 10년간 소프트웨어산업을 지배해 온 업체에 커다란 충격파를 안겨주면서 산업의 판도를 완전히 바꾸어 놓을 전망이다.
지난해 초반까지만 해도 인터넷 파도에서 비껴나 있는 것처럼 보였던 마이크로소프트마저 지금은 이 도도한 흐름에 빨려들어 변신의 몸짓을 보이고 있다.
넷스케이프, 야후 등 신생 업체들이 인터넷의 리더로 속속 부상하는 동안에도 그 시대적 의미를 파악하지 못했던 이 회사가 뒤늦게나마 인터넷의 무한한 성장잠재력을 파악한 결과다.
이 회사의 빌 게이츠 회장은 인터넷 전략의 기본이념으로 「수용(embrace)과 확장(extend)」을 내세우고 있다. 이는 마이크로소프트가 그동안 축적한 기술에 인터넷기술을 수용, 한 차원 발전된 기술로 인터넷시대를 이끌어 나가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와 관련, 마이크로소프트는 후발업체로서의 불리함에도 불구하고 인터넷 브라우저인 「익스플로러 3.0」을 발표한 이후 강력한 마케팅활동으로 넷스케이프를 추격하고 있고 인터넷에서 사용 가능한 사무용 슈트 「오피스 97」을 출하, 인터넷시장을 넓혀갈 계획이다.
이 회사는 또 『인터넷은 앞으로 10년간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이라면서 97회계연도 R&D(연구, 개발)비용을 20억달러로 대폭 늘려 책정했다고 밝혔다. 이 회사는 궁극적으로 인터넷을 통해 기업 컴퓨터 네크워크를 실현하는 인트라넷시장을 놓고 오라클, 선마이크로시스템스, IBM, 휴렛패커드 등과 경쟁할 것으로 전망된다.
오라클과 선마이크로시스템스는 인터넷 발전에 기반을 둔 네트워크 컴퓨터(NC)와 프로그램밍 언어인 「자바」로 무장하고 기업고객 시장공략에 나서고 있다.
경쟁의 판세는 앞으로 6개월 내에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판세를 가름하는 요소는 이 기간동안 상위 10대 소프트웨어업체가 어느 편에 가담하느냐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말한다.
우선 선사의 자바와 마이크로소프트의 액티브X를 사이에 두고 이들은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이들의 선택은 특히 이후 하위그룹의 선택향방을 결정하는 요소로 작용한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 이를 통해 소프트웨어산업에서 마이크로소프트의 지배체제가 유지될 것인지, 아니면 새로운 리더가 부상할 것인지가 판가름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NC 또한 인터넷환경이 가져온 새로운 변화로 향후 소프트웨어산업의 판도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돼 왔다.
그러나 마이크로소프트와 인텔이 최근 네트PC를 발표하면서 NC에 대한 관심이 오라클이 처음 발표할 당시보다 떨어지는 등 영향력이 감소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최근 들어서 PC, 네트PC, NC는 서로 경쟁하기보다 각각의 시장을 형성, 보완관계를 가지면서 네트워크에서 통합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를 보이면서 초기 NC에 대한 열기가 식고 있다.
그러나 NC 개념의 등장에 따른 PC-NC논쟁 이후 소프트웨어산업에 적지 않은 변화가 일고 있음은 무시할 수 없다.
정보기술산업의 외부에 별로 알려져 있지 않던 오라클을 스타로 만든 이 논쟁 이후 특정 플랫폼에 지배되지 않는 인터넷 소프트웨어 개발업체들이 늘어났다. 인터넷 검색 및 보안, 네트워크 전문업체들이 인터넷을 활용, 소프트웨어시장에 속속 진출하고 있다.
소프트웨어업체들은 또 기술개발 노력 못지 않게 마케팅활동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음을 절감하게 됐다. 기업을 외부에 알리기 위한 행사들이 부쩍 늘고 특히 인터넷을 통한 기업홍보 및 판촉활동이 가능해지면서 소규모의 실력있는 소프트웨어 신생업체들의 주가도 상승세를 타고 있다.
이와 관련, 마케팅능력이 앞서는 기존 대기업이 기술력이 우수한 신생기업을 인수, 기술력과 마케팅력을 결합, 새로운 도약을 시도하는 추세가 생겨나고 있다.
세계 1백대 패키지 소프트웨어업체 가운데 최근 1∼2년새 다른 소프트웨어업체를 인수한 기업이 40개가 넘는 것으로 조사됐다. 상위 10대 업체 중에는 마이크로소프트가 영국의 네트워크 매니저스와 네트와이즈를, 컴퓨터 어소시에이츠가 레전트를, 오라클이 IRI 소프트웨어를, 사이베이스가 파워소프트를 각각 인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다른 한편으로 소프트웨어산업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심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해의 경우 상위 10대 업체의 매출증가율은 산업평균인 31.7를 상회했으며 그 결과 이들 업체의 매출총액이 1백대 기업 매출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율도 94년의 63%에서 67%로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한편 현재 1천80억달러 규모에 달하고 있는 세계 소프트웨어산업은 인터넷 이용확대와 전자상거래 등의 발전으로 연평균 13% 이상의 성장률을 보이면서 오는 2000년에는 1천8백억달러로 확대될 전망이다.
<오세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