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인터넷 지재권보호협약에 대비해야

디지털기술의 발전과 인터넷을 포함한 첨단 정보통신망의 급속한 확산으로 지적재산권 보호 환경이 급변하고 있다. 지난 2일부터 스위스 제네바에서 세계지적소유권기구(WIPO) 주관으로 세계 150여개국 정부대표들이 참가한 가운데 3주간의 일정으로 열리고 있는 「WIPO특정 저작권 및 저작인접권문제에 관한 회의」도 급변하는 지재권보호환경을 조율하기 위한 것이다.

특히 이번 회의에서는 그동안 개최된 전문가회의를 토대로 저작권, 저작 인접권, 데이터 보호 등 3개 분야에서 25년만의 새로운 조약체결을 위한 협상이 진행되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의 각별한 관심을 모은다.

WIPO에서는 지난 91년부터 미국, 유럽연합(EU) 등 선진국들의 주도로 기존 베른 및 로마 협약으로 상징되는 저작권 및 저작 인접권 보호에 관련된 국제질서를 재편성하기 위해 전문가 회의를 개최해 왔다. 국내에서도 지난달 WIPO와 공동으로 멀티미디어 및 초고속통신망 등 신기술 등장에 따른 저작권제도의 정비방안을 주제로 아시아지역 저작권 세미나를 개최한 바 있다.

이번 회의의 저작권부문에서는 디지털전송에 대한 보호확대, 음악저작물의 녹음과 원방송에 대한 강제허락제도의 폐지 등이 주로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 저작인접권보호부문의 주요 협의 안건은 보호대상을 시청각적 실연에까지 확대할 것인지 아니면 음악적 실연 또는 음반에 국한할 것인지 등에 관한 것이다. 데이터베이스부문에서는 미국, EU가 사전 배열순에 따른 전화번호부와 같이 창작성이 없는 것에 대해서도 그 내용의 추출이나 재이용을 허락 또는 금지할 권리를 부여하도록 제안했기 때문에 별도의 조약 체결이 논의되고 있다.

그중에서도 세계 주요 음반업체들은 인터넷을 포함한 온라인을 통한 음악의 무단복제를 방지하기 위한 지재권보호조약 체결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폴리그램, 소니 등 각국의 주요 1천1백여개의 음반업체들이 가입돼 있는 국제음반산업연맹(IFPI)의 니콜라스 가넷 사무총장은 이번 제네바 회담에 참석해 「인터넷상의 불법복제방지협약을 체결할 것」을 주장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 제네바회의에서는 개도국을 포함한 상당수 국가들이 인터넷시대의 저작권 문제에 대한 연구부족과 시기상조라는 이유 등을 들어 새로운 조약 체결에 대해 반대입장을 보이고 있고 음반.영상업계와 온라인서비스업계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어 쉽게 결론이 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현재로서는 이번 회의에서 어떠한 결론이나 구체적인 규약이 성안되리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분명한 것은 지재권 보호를 위한 기틀이 될 새로운 협약이 머지 않은 장래에 체결될 것이라는 사실이다. 기존의 국제 지재권협약을 가지고는 21세기 인터넷시대에 더 이상 적절히 대응할 수 없다는 데에 의견이 일치하기 때문이다.

인터넷시대의 새로운 국제지재권협약이 마련될 경우 그것은 각국으로 통보돼 정부와 의회의 승인을 받아야 되지만 이는 형식적인 절차에 불과할 뿐 거의 원안대로 처리되도록 되어 있다.

따라서 정부와 관련업계는 서둘러 이에 적극 대처해 새로운 지재권 조약으로 인한 영향을 최소화하도록 힘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최근 국내에서도 인터넷시대 지재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고 그에 대한 대응책 모색을 위한 연구와 논의가 활발해져 가고 있는 것은 다행한 일이다. 그러나 선진국에 비하면 아직도 그 수준이 크게 낮은 것이 현실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정부와 관련업계는 우선 새로 마련될 국제 지재권협약은 물론 대부분의 지재권을 보유하고 있는 선진국들의 지재권 보호제도에 대한 연구를 게을리 해서는 안 될 것이다.

다음은 우리의 독자적인 저작물의 개발과 외국 저작자와의 교류확대 등을 통해 우리의 지재권 영역을 확대하는 데 보다 많은 투자와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이와함께 그동안 외국 문화가 무분별하게 수입돼 부작용을 낳았던 사실에 비추어 앞으로 지재권 보호에 대한 인식을 제고시켜 양질의 외국 저작물을 선별, 수입하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할 필요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번 제네바회의를 국내 저작권보호환경을 개선해 선진화하는 전기로 삼아야 한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