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맨홀 (71)

은옥은 마우스를 클릭했다.

이제 3만6천 상공, 정확히 말하면 동경 1백16도, 적도상공 3만5천7백86 높이에 떠 있는 위성으로 신호가 전달되는 것이다. 평상시보다 1백배 이상의 출력신호가 위성으로 송신되어 위성의 자세를 조정하게 되는 것이다.

모멘트 휠 구동.

위성의 자세를 잡기 위해 위성에 내장되어 있는 일종의 바퀴모양의 휠을 돌리는 명령이었다.

위성의 모양은 직육면체의 형태이다. 따라서 우리나라 무주구천동 쪽에 정확한 지향점을 두기 위해서는 세군데 방향에서 자세 조정이 필요하다. 은옥이 지금 시행하고 있는 작업은 태양전지판 끝에 바늘을 끼우고 돌렸을 때의 방향으로 위성체를 움직이는 작업이다. 그 방향으로 위성을 움직이는 것이 모멘트 휠을 이용한 방식이다. 위성체 내부에 있는 휠을 고속으로 회전시켜 그 원심력을 이용하여 위성의 자세를 조정하게 되는 것이다.

오류 데이터.

위성에서 정상적으로 메시지를 마지막으로 보내 온 시간은 16:00. 그 이후 위성에서는 오류 데이터를 보내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뿐, 1호기와 2호기에서 보내 오던 모든 데이터가 끊겨 버린 것이었다.

은옥은 짧은 시간이었지만 급속하게 변화하는 위성의 자세에 대한 데이터를 버퍼에 저장, 순차적으로 분석할 수 있었다. 그 자료 덕분으로 위성의 회전방향을 파악해 낼 수 있었던 것이었다.

은옥은 데이터를 분석하면서 이렇게 갑자기 위성의 자세가 흐트러질 수 있다는 것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위성 자체에 외부의 어떤 충격이 가해지거나 인위적으로 모멘트 휠이 고속으로 회전하지 않는 한 일어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은옥은 위성발사 때의 일을 떠올렸다. 1호 발사 중에 있었던 사고. 그 때도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많았었다. 하지만 정상궤도에 오르지 못한 위성을 정상궤도에 올리면서 쌓은 기술능력은 대단히 큰 재산이 되었다. 은옥은 그 때의 경험을 살려 오류 데이터를 분석하고, 위성의 자세교정을 시도하고 있는 것이었다.

3만6천 상공 위성체는 자세가 조금만 흐트러진다 해도 지상관제소와의 지향점은 많이 틀어지게 마련이다. 위성에서 0.1도 위성체의 각이 틀어졌다면 지상에서는 70 정도의 오차가 나게 된다. 현재 위성은 지향각이 얼마나 큰 각도로 틀어져 있는지도 알 수 없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