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삼보컴퓨터는 세진이 최근 삼성 및 삼보로부터 제품을 공급받는다고 발표한 것에 대해 강력히 부인하고 있어 진위 여부에 관련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국내 PC시장에서 1, 2위를 차지하고 있는 삼성전자와 삼보컴퓨터가 세진에 PC를 공급할 경우 세진으로서는 명실상부한 컴퓨터 양판점으로서 자리를 확고히 할 수 있는 계기가 되며 이것은 한편으로는 삼성 및 삼보가 대리점체제로 운영해온 유통망을 사실상 포기한다는 것으로 해석될 수 밖에 없어 국내 PC시장에 일대 변화를 몰고올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삼성과 삼보 양사가 이를 강력히 부인함으로써 세간의 관심은 이제 세진이 이를 공개적으로 발표한 배경에 쏠리고 있다.
세진은 극심한 자금난에 허덕이던 지난해 연말 대우통신의 자금을 끌어들이면서 종합양판점으로서의 도약을 적극 추진해왔다. 그러나 경영권을 둘러싸고 대우통신과의 마찰이 계속됐으며 대우통신의 간섭에서 벗어나기 위해 다각적인 방법을 모색해 왔다.
더우기 대우통신의 자금이 유입되면서 삼성과 삼보 등 2개의 PC메이저로부터의 제품공급은 사실상 불가능해졌으며 이로인해 대우통신과의 마찰이 표면화될 때마다 자금난에 허덕이고 있다는 소문이 끊임없이 나돌았다.
따라서 세진으로서는 삼성과 삼보와의 제휴는 대우통신의 간섭을 최대한 줄여 독자적인 입지를 강화할 수 있는 것은 물론 대외적인 신뢰도를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어 사업확대를 위한 발판을 마련할 수 있는 최상의 방법인 셈이다.
실제 세진은 그동안 삼성전자와 삼성의 워드프로세서인 훈민정음의 판매를 위한 협상을 벌여 최근 긍정적인 답변을 얻어낸 것으로 알려졌으며 삼보컴퓨터와는 PC의 대형 OEM(주문자상표부착방식) 공급계약을 추진해 왔으나 담보제공문제로 계약자체가 결렬됐다는 것.
따라서 세진과 삼성 및 삼보의 제휴는 전혀 없었던 일이 아니며 겉으로는 적대적인 관계인 것 처럼 드러난 것과는 달리 3사의 이해가 합치될 수도 있다는 것을 내포하고 있다.
따라서 이번 사건의 핵심은 이들 3사가 제휴를 한다는 것이 아니라 세진이 현재의 상황과는 달리 스스로 확대 해석해 이를 공개했다는게 삼성과 삼보 양사의 주장이다. 실제 삼성은 이 문제가 표면화되면서 훈민정음 공급 자체도 백지화시켰으며 삼보도 이에대한 대책을 강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와 삼보컴퓨터는 이번 세진의 행동에 대해 『세진이 양사와의 제휴로 얻어지는 반사이익을 위해 무리수를 둔 것 같다』며 『이로인해 앞으로 세진과의 협상은 물 건너갔다』고 밝히고 있어 파장만큼 이번 사건이 국내 PC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게 관계자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양승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