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한 해를 회고해 볼 때 케이블TV가 거둔 성과는 실로 괄목할 만하다.
케이블TV 개시 제2차연도임에도 불구하고 50만이던 시청가구수가 1백50만으로 무려 3배로 늘어났다. 제1차연도만 해도 문제점의 단골 메뉴이던 전송망 부설건은 이제 더이상 논란거리가 아니다. 채널수도 방송대학 TV채널의 개국과 주한 외국인 대상 채널인 아리랑채널의 합류로 총 29개로 늘어났다. 이들 중 전일방송을 실시하는 채널만도 9개나 되며, PP채널당 하루 평균 방송시간량은 19.4시간에 이른다. 여기에다 지역채널도 하루 평균 8.2시간씩 방송하고 있다. 이들이 제공하는 정보와 오락의 다양한 볼거리는 그냥 놓쳐 버리기에는 정말 아까운 것이 하나둘이 아니다.
이러한 케이블TV의 약진은 시청자들의 시청형태까지 변화시키고 있다. 종합유선방송위원회가 금년도 하반기에 전국 케이블TV 가입자 1천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시청형태 조사결과는 케이블TV의 시청시간량이 공중파TV를 앞지르고 있음을 밝혀 주고 있다. 프로그램 내용에 대한 시청자의 만족도도 전반적으로 크게 높아졌다. 또하나 의미 있는 사실은 케이블TV에 대한 불만사항이 대폭 줄었으며, 해당 SO의 불만처리에 대한 가입자의 만족도는 95년의 41.2%에서 96년에는 61.0%로 현저히 높아졌다는 점이다. 이것은 케이블TV가 여러 면에서 안정돼 가는 가운데, SO의 가입자에 대한 서비스가 자리를 잡아가고 있음을 말해 준다.
이처럼 케이블TV에 대해 좋은 이미지가 형성돼 가는 것과 더불어, 케이블TV의 보다 나은 미래를 향한 뜻 있는 시도들도 있었다. 케이블TV망을 활용해, 각종 새로운 서비스를 가입자에게 제공하려는 일련의 실험들이 그것이다.
돌이켜 볼 때, 우리는 케이블TV를 정보사회의 핵심매체 중 하나라는 인식아래 도입, 발전시켜 왔다. 케이블TV망이란, 흔히 정보고속도로로 비유되듯 시원스럽게 활짝 뚫린 대로다. 이처럼 넓은 대로를 텅텅 빈 채로 놀려두면서, 좁은 길로만 차들이 다니도록 몰아 넣는 것은 낭비이자 비효율이다. 넓은 길을 차들이 이용하도록 관련기술을 개발하고 제도를 보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여기에다 디지털 오디오 압축전송기술은 기존의 전화선으로도 훨씬 더 많은 정보를 압축해서 보내도록 해준다. 이러한 압축기술과 광대역의 케이블망이 합쳐지면, 그 전송가능 용량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이와 같은 대용량의 망을 이용해 국민생활에 도움되는 여러가지 서비스를 가능케 하는 것이 바로 정보사회이리라. 전송망의 활용도를 제고하려는 이러한 노력들이 실험수준에서 끝나지 않고 실용화를 앞당기도록 적극 추진돼야 할 것이다.
이러한 부가서비스에 못지않게 우리 케이블TV가 담당해야 할 중요한 몫은 영상소프트웨어 부문에서 국제경쟁력을 높이는 선도자의 역할이다. 지난 한 해의 경험은 우리의 PP들이 이런 역할을 훌륭히 해낼 수 있음을 보여 주었다. 그러나 양질의 프로그램은 적지 않은 제작비를 필요로 한다. PP에게 일방적인 경제적 희생만 강요해서는 경쟁력 있는 좋은 프로가 지속적으로 나오기를 바랄 수 없다. PP들의 제작물이 고부가가치를 낳을 수 있도록 영상물의 유통구조를 변혁하는 등 적극적인 정책지원이 시급하다. 내년도의 중심 정책과제는 이런 사항을 연결고리로 해서 짜여져야 할 것이다. 소프트웨어와 병행되지 않는 하드웨어는 무의미할 수도 있다. 이런 측면에서 이미 시험단계에 있는 위성방송이 케이블TV와 보완관계를 유지하도록 선정한 정책방향은 타당하다고 본다.
위대한 성취 뒤에는 남다른 헌신이 있게 마련이다. 케이블TV가 지난 한햇동안 이룩한 눈부신 성과의 뒤안길에도 공보처를 비롯한 유관 행정당국의 적극적인 지원과 PP, SO, NO관계자들이 희생적으로 감내해온 고통이 있었다. 그러나 동트기 전이 가장 어둡다는 말이 있다. 나는 지난 제2차연도의 케이블TV 관계자들의 처지가 바로 그 동트기 전의 어둠이라고 믿는다. 현재는 53개 권역의 SO밖에 없지만, 내년에 신도시나 서울 인근 지역을 포함해 전국적으로 SO 추가허가가 나가면, 이에 따르는 시청가구수의 비약적 증가는 쉽게 예상할 수 있는 일이다. 이제 뉴미디어시대의 선구자라는 자부심으로 버텨온 그 개혁정신이 결실 맺을 새날이 밝아 오고 있다.
<종합유선방송위원회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