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전화기가 작아지고 있다. 미국 모토롤러, 스웨덴 에릭슨, 핀란드 노키아, 일본 소니등 세계 유수의 업체들이 앞다퉈 제품크기 줄이기에 나서면서 세계 휴대전화기시장에 소형화바람이 불고 있는 것이다.
「무조건 줄여라」. 휴대전화업체들이 전면에 내세우는 캐치프레이즈다. 소니는 길이가 9Cm 조금 넘는 트랜지스터 라디오크기의 제품을 선보였고 에릭슨은 접을 경우 10Cm정도밖에 되지 않는 제품을 출시했다.
크기에 특히 관심을 쏟고 있는 업체는 모토롤러. 이 회사의 주력제품은 9Cm가 채 안되고 무게도 86.8g인 「스타택」이다. 이 정도면 신용카드만한 크기로 주머니속에 넣고 다닐수도 있다. 이외에 노키아도 이들의 뒤를 쫓고 있다.
관련 주요업체들이 이처럼 작은 제품을 들고 나오는 이유는 물론 많은 소비자들이 소형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기존 휴대전화제품들이 4백달러대의 고만고만한 가격에 판매되고 있는데 반해 최근의 소형제품들이 2백달러에서부터 1천6백달러의 높은 가격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는 것도 소비자들을 흡인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또한 소형제품이 기존 제품의 이윤율 5%의 2배가 넘는 10%이상의 이윤율을 갖고 있는 것도 업체들에게는 커다란 매력이라 할수 있다.
휴대전화 소형화바람의 진원지는 아시아. 현재 이 지역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스타택의 경우 세계 휴대전화제품 전시장이라 불리는 홍콩을 비롯, 일본등지에서 호평을 받고 있다. 『이 지역 소비자들은 크기에 집착한다고 표현할수 있을 정도』라고 홍콩의 업계 관계자는 밝힌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스타택을 비롯한 소형 휴대전화제품은 말그대로 날개돋힌 듯 팔려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이런 현상은 일본에서도 마찬가지. 그러나 아시아지역 국가의 대부분이 유럽형이동통신표준(GSM)과 같은 디지털방식 네트워크여서 모토롤러는 내년부터 스타택 디지털버전 출시를 계획하고 있다.
유럽의 경우 휴대전화제품의 평균크기는 15Cm정도로 그다지 작지 않다. 하지만 이 지역 소비자들의 기호도 소형으로 가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마냥 줄어들기만 할 것이라는 예상은 다소 섯부르다. 유럽 소비자들역시 작은 것은 아름답다고 인식하고 있지만 「휴대전화제품의 크기가 얼마나 줄어들 것인가」하는 것 이외에도 「앞으로 어떤 기능이 부가될 것인가」하는 점을 중요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건전지의 수명이나 데이터와 음성전송기능의 결합같은 것을 휴대전화기의 미덕으로 간주한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소형이 반드시 이익을 가져다 줄 것인지는 확실하지 않다고 지적한다.
이론대로라면 휴대전화기의 크기는 단추만큼 줄어들수 있다. 실제로 간이휴대단말기(PHS)가 보편화된 일본에서는 머리핀만한 제품도 선보이고 있다. 하지만 전화기버튼을 누르는 것은 사람의 손가락이고 이 때문에 소비자들에게는 「더 이상은 줄지 않았으면」하는 마음도 복합적으로 존재한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전화기라는 느낌을 갖는 제품을 원한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기능을 우선시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대부분의 업체들은 장점을 취합하고 있다. 크기는 줄이면서 기능을 다양화하자는 주장이다. 업체들간 전선도 소형, 다기능 제품에서 형성되고 있다. 나아가 업체간 경쟁은 가격단계로 옮아가고 있다. 에릭슨은 지난달 저가의 소형, 다기능 제품을 출시했다. 모토롤러도 초기 2천달러에 달하던 스타택의 제품군을 다양화, 최근 1천6백달러대를 거쳐 조만간 7백달러대 제품을 출시하는등 경쟁력을 높일 계획이다.
미국의 시장조사업체인 데이터퀘스트에 따르면 올해 세계 전화기시장 외형은 62억7천만달러로 지난해에 비해 겨우 0.2%가 성장할 전망이다. 이 가운데 휴대전화기는 1천6백60만대가 판매돼 지난해에 비해 15%의 증가율을 보일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는 내년을 기점으로 폭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휴대전화기능과 데이터전송기능이 결합된 디지털 개인휴대통신서비스(PCS)가 미국을 기점으로 세계 각국에서 본격화될 것이기 때문이다. 서비스는 제품수요를 불러 일으키게 마련이다. 따라서 이때의 승리자가 진정한 승리자가 될것이다.
<허의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