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맨홀 (76)

위성을 관제하기 위해서는 위성체와 관제소간에 여러 가지 장치와 신호체계가 필요하다.

텔레메트라는 위성체가 보내오는 각종 정보를 말하며, 커맨드는 지상관제소에서 위성체로 보내는 명령어를 말한다.

레인징계는 위성의 위치를 측정하는 데 필요한 장치를 말하는 것으로 일정한 주파수를 위성체로 보내 되돌아오는 신호로 위성의 위치를 파악하는 것이다.

이러한 장치와 신호들은 위성의 발사, 천이궤도 및 위성의 활동중에 위성체의 모든운용을 관제하는 데 활용된다.

이 과정에서 은옥이 근무하는 운성리 관제소에 이상이 발생하면 즉각 예비관제소인 부관제소에서 운용을 대신하게 되는 것이다.

지금과 같이 위성이 방향을 잃은 상태에서는 텔레메트리를 받을 수 있는 범위를 넓히기 위해 1백km이상 거리가 떨어진 부관제소를 가동시켜 놓는 것이다.

은옥은 모니터의 커맨드 패러미터를 바꾸었다. 1초에 1백번 정도 회전하는 모니터 휠을 다시 구동시켜 위성체를 다시 임의의 각도에서 5도 더 아래 방향으로 회전시키는 패러미터였다.

은옥은 이번 작업이 쉽게 끝날 작업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한번작업에 5도씩 수정명령을 준다 해도 위성을 한바퀴 회전시키기 위해서는 73번의 작업이 필요하다.

더욱이 아래 위 방향이 아닌 다른 각도로 위성의 자세가 흐트러져 있다면 위성체에 있는 추력기를 활용해 방향을 변화시켜야 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위성의 수명을 좌우하는 핵심은 연료다. 위성의 위치를 잡기 위해 추력기를 가동시켜 탑재된 연료를 활용한다면 위성의 수명은 그만큼 줄어들게 되는 것이다.

1호기의 수명이 절반으로 줄어든 것도 발사 사고로 인한 궤도 수정을 위해 많은 연료가 소비되었기 때문이다.

방향을 잃어버리기 직전 위성의 데이터 분석결과 태양 전지판을 축으로 하는 방향으로 자세가 흐트러진 것은 그나마 다행인 것이다.

하지만 아무도 모른다. 알 수 있는 방법도 없다.

신호가 끊기고도 자세의 변화가 있었다면 모멘트 휠 가지고도 자세를 찾을 수 없다. 결국 추력기를 가동시켜 임의로 자세를 조정하는 작업을 반복해야 하는 것이며, 위성의 수명은 급속히 떨어지게 되는 것이다.

은옥은 마우스를 클릭했다. 다시 신호가 수신되었다. 1초에 1백번 정도 회전하는 모멘트 휠이 구동되고 있다는 신호였다. 역시 자세 데이터는 가지고 있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