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인터넷 정치 시대에 대비하자

정치의 본질은 민의를 정확히 파악하고 적절한 해결책을 조속히 마련해 실시하는 데 있다. 세계 유명 정치가들이 대중의 요구를 파악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찾아내는 것도 다 이 때문이다.

최근 들어서는 세계인의 개방형 통신망인 인터넷을 국민여론 수렴의 수단으로 적극 활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미국의 클린턴 대통령을 비롯해 유명 정치인들 대부분이 인터넷에 개인 홈페이지를 개설하고 국민과의 언로를 열어놓고 있다. 이스라엘의 네타냐후 총리 또한 최근 인터넷을 통해 대국민 정책설명회를 가진 바 있어 관심을 끌고 있다.

일부 성급한 분석가들은 인터넷이 정치를 좌우하는 시대가 곧 올 것이라고까지 장담하고 있다. 실제로 미국의 한 여론조사기관이 최근 조사한 바에 따르면 올해 미국에서 실시된 일련의 선거에서 인터넷 웹사이트나 온라인 통신회사를 통해 선거와 관련된 정치뉴스를 접했다는 유권자가 전체의 10% 선을 넘었다는 통계다. 인터넷의 짧은 역사를 감안한다면 절대 무시못할 수치다. 이들 유권자 대부분이 대졸 학력에 50세 이상이 가장 많아 오피니언 리더들이 주로 인터넷을 활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에서는 인터넷이 정치뉴스 전달은 물론 유권자들이 참여해 직접 자기의사를 밝힐 수 있는 새로운 정치 커뮤니케이션의 수단으로 자리잡고 있으며 인터넷을 이용하는 유권자들은 비록 절대수는 적지만 매우 중요한 사람들이라고 결론짓고 있다.

특히 이같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온라인 통신회사들이 최근들어 급속히 늘고 있어 인터넷의 정치도구화는 급진전될 전망이다. 현재 미국에서만 웹사이트를 이용한 유권자는 1년 전에 비해 무려 73%나 증가했다. 지난해 증가율이 21%였던 것과 비교한다면 그야말로 폭발적인 증가추세다.

그러나 인터넷을 정치도구로 사용하는 데는 몇가지 전제조건이 뒤따라야 한다.

이같은 조건은 인터넷의 본질인 개방성, 공공성, 도덕성과 연관을 갖고 있다. 개방성은 인터넷이 규제없는 자율적인 토론의 장이 되어야 한다는 말이다. 정책설명이나 공약 홍보는 그 다음 순서다. 앞서의 여론조사에서도 유권자들은 정당이나 후보자들이 직접 만든 공약성 사이트, 예를 들어 백악관이나 민주당, 공화당, 돌­켐프 홈페이지 등에는 시큰둥한 반응을 보인 반면 온라인 정치뉴스나 토론장에는 활발히 참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방적인 홍보형태가 아니라 양방향의 대화식 커뮤니케이션에 유권자들의 관심이 높다는 사실을 입증하고 있다. 이는 당초 인터넷의 태동 자체가 인터액티브, 즉 대화식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점과 맥을 같이한다.

인터넷을 여론수렴의 수단으로 사용하는 데 결정적으로 작용하는 것이 기술문제다.

인터넷이 가장 발전되어 있다는 미국에서조차 처리속도가 느려 사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인터넷 사용자들의 이용횟수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동화상, 그래픽, 음성 등의 멀티미디어 정보의 사용이 급증한 것도 인터넷 병목현상의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내년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인터넷의 정치도구화가 급진전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최근 국회내에서 불기 시작한 정보화운동과 연계해 더욱 활발해질 전망이다.

최신 정보기술을 적극 활용해 민의를 제대로 수렴해 정책에 반영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없이 좋다. 그러나 자칫 인터넷을 개인 또는 특정 집단의 사유물화 한다거나 또는 일방적인 정치선전의 수단으로 활용한다면 정치문화는 물론이고 인터넷산업 자체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된다. 인터넷의 고속화와 같은 기술적인 문제가 선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자칫 무분별한 정치선전의 장으로만 인터넷을 활용한다면 사태는 심각해질 것이 명백하다. 다가오는 선거를 앞두고 인터넷을 올바른 여론수렴의 도구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하루빨리 인터넷의 고속화를 앞당기고 또 사용자의 편의성을 제고하는 한편 인터넷 통신의 개방성과 도덕성을 정립하려는 노력이 함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인터넷도, 정치도 함께 발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