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대경] 日캐논, 러시아시장공략 재시동

『유럽 시장은 이 시장을 잘 아는 전문 판매 법인에게 맡겨라』

일본의 캐논 사가 이같은 캐치 플레이즈를 걸고 러시아 시장에 새로운 각오로 달려들고 있다. 그동안 러시아의 사무 자동화 기기 시장에서 캐논 제품을 팔아온 기업은 같은 일본 회사인 마루베니 상사 마루베니는 캐논과 오래전부터 러시아와 독립국가연합 지역의 판매 독점 계약을 맺고 이 지역에서 영업 활동을 해왔다. 마루베니 상사가 그간 러시아와 독립국가연합 지역에 독자적으로 구축한 딜러만도 백여 개가 넘으며, 최근까지만 해도 딜러망을 더욱 확장해 가겠다고 포부를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얼마전 러시아 시장에서의 캐논 제품 판매 법인이 핀란드의 작은 기업 오후 캐논 사로 바뀌어 충격을 주고있다. 자난해 매출액이 1억5천8백만 달러밖에 되지 않고 종업원 수도 겨우 4백60명인 이 회사는 처음엔 거대한 러시아시장을 맡아 갈팡질팡 하더니 차차 안정을 찾아가는 기색이다. 특히 사진기와 비디오 시장에서 괄목할만한 약진을 보여서 러시아의 유통 상가를 놀라게 하고 있다.

오우 캐논 사는 캐논이 핀란드 시장을 겨냥하여 현지 법인과 합작으로 세운 작은 자회사로, 사실상 일본의 캐논 본사와는 무관하게 독립적으로 운영되는 기업이다. 마루베니 상사라는 세계적인 대형 판매 법인을 자르고 캐논 사가 이 조그만 「구멍 가게」를 선택한 것은 유럽 시장은 유럽 시장에서 경험과 노하우를 쌓은 전문 기업에 맡기자는 판단으로 풀이된다. 사실 마루베니는 판매 망의 확충과 러시아에서의 좋은 이미지에도 불구하고 재록스에 이어 복사기 시장에서 2위를 달릴뿐 나머지 사무용 기기 시장과 카메라, 비디오, 오디오 시장에서는 캐논의 기대만큼 성적을 내지 못해 왔다. 말하자면 『2등은 싫다』는 것이다.

러시아 시장에서 캐논의 새로운 「주자」가 된 핀란드의 오우 캐논은 카메라와 비디오 시장에 커다란 기대를 걸고 판촉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캐논의 카메라 신제품 시리즈인 EOS 카메랑 상당한 비중을 두고 영업 신장에 열을 올리는 분위기 이다. 이 회사의 모스크바 책임자인 아카 오야넨 씨는 『복사기와 일반 사무용 기기는 어느 정도 포기한 상태이며, 대신 카메라와 비동 시장에서는 최고가 될 계획』이라고 포부를 전한다.

그러나 캐논은 갑작스런 판매 대행사 교체로 나름대로 고충을 겪고 있다. 제일 큰 고민은 그동안 마루베니 상사의 딜러 형태로 캐논 제품을 취급해오던 중앙과 지방의 각 판매상들이 캐논의 정제품이 아닌 이른바 「회색 제품」을 대량으로 판매, 매출에 막대한 타격을 주고 있는 것이다. 정식 수입 통로가 아닌 제 3의 방법으로 들어오는 이 「회색 제품」들은 정가품과 같은 기능을 가지면서도 값이 사 구매력이 낮은 러시아 소비자들이 무척 선호하고 있다. 또 다른 고민은 러시아의 카메라 시장에서 캐논과 경쟁자인 샤프와 리코가 굉장히 낮은 가격을 제시하면서 이전의 마루베니 판매 조직을 사들이고 있는 일이다. 이 때문에 회색 제품의 난무와 경쟁 기업들의 방해를 뿌리치고 정가 제품의 판매를 위한 기반 구조를 얼마나 빠른 시일 안에 효율적으로 구성하는가가 오우 캐논사가 떠맡은 숙제이다.

여하튼 자사 제품을 판매하는 그 지역의 지역 사정을 발빠르게 고려하는 캐논의 전략은 러시아의 전자 시장에 관심이 큰 우리 기업들에게도 타산 지석이 될 것으로 보인다. 위험 부담을 안고 새롭게 출발한 캐논의 성공 여부는 점차 전자 제품의 수요가 늘고 있는 각 지역에서 판매를 저남할 러시아 현지의 우수한 「동반자」를 찾고 있는 그들이 노력이 어떤 결실을 맺을 것이냐에도 달려있다고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