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티미디어 사회 형성에 가장 결정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반도체. 이 반도체의 고밀도화, 다양화를 지원해 온 것이 바로 반도체 장비이다. 반도체는 집적도와 기능이 향상될 때마다 제조방법 또한 복잡해지고 다양해진다. 따라서 제조장비의 가격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대부분의 멀티미디어기기에 채용되는 반도체는 필수부품이라는 제품 특성상 가격을 낮출 필요가 있다. 이율배반적이라고 할 수 있는 이러한 요구를 만족시키기 위해 반도체장비업계는 기술개발을 거듭하고 있다.
반도체장비업체들은 현재 회로의 미세화와 실리콘 웨이퍼의 대구경화에 대응할 수 있는 장비를 개발하는 일에 가장 주력하고 있다.
일정한 크기의 칩을 16MD, 64MD, 2백56MD, 1GD램으로 그 집약도를 늘리기 위해서는 회로선폭을 미세화할 필요가 있다. 16MD의 경우 현재 회로 선폭 0.5미크론급 가공기술을 이용하지만 1GD램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회로선폭을 0.18미크론까지 미세화해야 된다. 0.18미크론이란 폭이 머리카락의 약 4백분의 1에 지나지 않는 초 미크로급이다.
후지쯔와 어드밴테스트는 전자빔(EB)를 이용해 웨이퍼에 회로를 그리는 EB노광장치를 개발했다. 이 장치를 이용하면 0.13-0.18미크론의 극미세선을 그릴 수 있다. EB노광장치는 가시광선 및 자외선을 사용해 노광하는 기존 스테퍼와 비교해 생산효율이 낮다는 결점이 있으나, 처리능력을 1시간 당 웨이퍼 15장으로 높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또 니콘, 캐논이 개발한 노광장치도 KrF(불화크립톤) 엑시마레이저를 채용해 2백56MD램까지 대응이 가능하다. 앞으로 더욱 파장이 짧은 자외선인 ArF(불화아르곤) 엑시머레이저를 이용한 장치도 실용화할 계획이다.
한편 2백56MD램 양산에는 12인치 웨이퍼를 사용해야 채산이 맞는다는 것이 업계의 정설이다. 이 때문에 반도체재료업체들은 오는 2000년을 목표로 웨이퍼의 대구경화를 추진하고 있다. 이같은 대구경화에 발 맞추기 위한 반도체장비업체들의 움직임 또한 부산하다.
웨이퍼는 현재 8인치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8인치보다 면적이 2배 이상 넓은 12인치로 전환하면 원료 대 제품 비율이 높아져 생산단가를 낮출 수 있다.
그러나 대구경용 장비 개발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반도체 생산 공장내에 공간 제약이 있어 단순히 장치를 대형화할 수 만은 없는 것이다. 또 대구경화하면 웨이퍼가 뒤집어지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어 취급이 매우 어려워진다. 따라서 이같은 조건을 모두 갖춘 장비를 개발해야 하는데 현재로는 개발비 부담이 커 경영 압박의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 11월 중순 요코하마市 히타치제작소 생산기술연구소내에 설립된 12인치웨이퍼용 장비 평가회사 「반도체첨단테크놀로지즈(세리트)」가 업무를 시작했다. 이 회사를 통해 일본 반도체업체 10개사가 공동으로 장비를 평가하게 되는데, 이 회사의 설립 목적은 장비개발비용을 절감한다는 데 있다.
반도체의 고밀도화, 다양화는 장비업계를 멈출 수 없는 개발 경쟁의 소용돌이 속으로 내몰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장비업체들의 개발 경쟁은 반도체분야 뿐만 아니라 컴퓨터 가전 등 모든 반도체 응용 산업의 활성화에도 큰 원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심규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