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크바=김종헌 통신원】인터넷 이용자가 늘면서 러시아에도 인터넷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불과 1~2년 사이에 인터넷에 가입해 활발하게 이 정보망을 이용하고 있는 러시아의 기관이나 개인은 대량 5천명 남짓으로 집계되고 있다. 그러나 이 숫자는 97년을 기점으로 대폭 커질 전망이며, 이같은 바람을 이곳 언론에서는 「인터넷 열풍」이라 부르고 있다.
이와 함께 공식적으로 인터넷에 가입하지 않은 채 무단으로 남의 컴퓨터에 수록된 정보를 빼가는 「얌체족」도 만만치 않고, 또 전화선을 비롯한 통신 기반시설이 정보사회에 진입하는 데 필요한 기본요건을 갖추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어서 이같은 문제를 서둘러 해결해야 한다는 지적 또한 높다.
모스크바 레닌스키 대로 12번지에서 무역업을 하는 세르게이 필라토프(32)는 얼마 전 인터넷을 통해 외국 뉴스를 보다가 브라질정부가 커피열매의 흉작 때문에 커피수출을 당분간 중단한다는 뉴스를 읽었다. 그는 커피 값이 급격히 오를 것을 예상하고 서둘러 모스크바 시내에 있는 대부분의 커피를 사들여 자기 창고에 쌓았다. 커피 값이 오를 것이라는 뉴스가 러시아 국내 언론에 보도된 것은 세르게이가 이미 자기 창고에 커피를 잔뜩 넣어둔 뒤였으며, 그는 무역업에 손댄 뒤 처음으로 큰 돈을 만질 수 있었다. 업계에서는 세르게이처럼 컴퓨터 통신망이 제공하는 정보를 활용하여 큰 돈을 벌어보자는 젊은이들이 최근 늘면서 인터넷 이용자가 늘고 있다고 보고 있다.
다른 나라에서와 마찬가지로 러시아에 인터넷 열풍이 부는 것도 지난해 초 인터넷이 서비스하기 시작한 WWW(World wied Web)때문으로 지적되고 있다. 사업가들이 직접 대화하는 형태로 파일뿐 아니라 음성, 그래픽, 비디오영상을 주고 받을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특히 WWW 서비스가 러시아에서 제공되면서 컴퓨터 텍스트로 70페이지에 이르는 분량의 정보가 3초의 비디오영상으로 해결되고 있다.
인터넷사업이 신종 사업으로 각광받으면서 이 사업으로 큰 돈을 벌어들이는 기업도 느는 추세다. 정부투자기관으로 공중통신 사업자인 렐콤을 비롯하여 소밤-텔리포트, 스프린터 세츠, 글라스 네트사 등이 그들이다. 이들은 이용자로부터 대개 20달러에서 50달러의 인터넷 가입비를 받고 있으며, 시간당 이용료는 4.8~8달러를 징수하고 있다. WWW기술을 이용하여 작업할 수 있는 프로그램은 39달러선이며, 물론 해적판이 나돌아 무료로 유통되기도 한다.
최근 들어서는 렐콤사의 게시판을 이용하여 광고를 하는 기업들도 늘고 있고, 소밤-텔리포트사는 한 달에 1백달러를 받고 컴퓨터 그래픽 프로그램을 제공하여 큰 수익을 올리고 있다는 소문이다. 인터넷 서비스를 이용하여 영상회의를 하는 기업도 늘고 있다.
문제는 사업정보를 무단으로 가로채 가는 「허가받지 않은 도둑」들과 낙후된 통신기반시설이다. 러시아에서는 컴퓨터 이용자들이 자기들이 가진 단말기에 정보유출을 막는 장치를 달려면 일일이 연방통신 및 정보처의 감독과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이런 절차가 여간 까다롭지가 않고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다. 또한 정보유출을 제도적으로 막는 법적인 장치도 아직 완비되어 있지 않은 상태다.
그보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통신선로의 현대화로, 지금같은 상태에서 인터넷 이용자가 늘어나면 앞으로 4년 후인 2000년에는 심각한 체증현상이 일어나고 통신속도 또한 현저하게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인터넷을 활발히 이용하는 대표적인 한 현지 컴퓨터법인의 아나톨리 카라친스키 대표 또한 『WWW 서비스가 제공된 이후에 인터넷을 이용하는 사업자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어 전통적인 비즈니스형태에 본질적인 변화가 오고 있다』고 말하고 『그러나 서구처럼 정보화의 질적 수준이 높지 않고 당분간 높아질 가능성도 희박해 걱정이 많다』고 우려했다.
러시아 통신부는 3년 전부터 10개년 계획으로 통신기반시설의 현대화 작업을 서두르고 있지만 수백억달러가 소요되는 막대한 자금을 조달할 수가 없어서 언제 작업이 본궤도에 오를지 모를 상황이다. 결국은 지금 러시아에서 일고 있는 인터넷 열기도 전화망을 위시한 통신기반시설이 실질적으로 언제 개선되는가에 따라서 열기의 지속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